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 - 국경선은 어떻게 삶과 운명, 정치와 경제를 결정짓는가
존 엘리지 지음, 이영래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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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보다 보면 직선으로 그여 있는 국가 경계선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의 38선이 그러하고, 아프리카의 수많은 국가들의 국경선이 그러하듯 이 반듯한 직선에는 세계열강의 폭력적인 역사가 숨어있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무심코 그은 선들이 어떻게 삶과 운명 그리고 정치와 경제에 영향을 주었는지 추적하는 방대한 양의 세계사이다. 세계사를 본격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책들을 읽어왔는데 이 책은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세계사 책들과는 달랐다. 


지리의 힘이나 역사책을 통해 가볍게 알고 있던 국소 지역의 역사를 하나하나 뜯어내서 돋보기로 보는 느낌이었다. 전반적으로 세계사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어, 이건 내가 몰랐던 이야기인데?" 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존 엘리지라는 영국의 저널리스트인데 이 정도의 깊이 있는 책을 쓰기 위해서는 상당히 오랫동안 국경선과 그를 둘러싼 지리, 역사를 공부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임의로 그여진 국경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문제가 비록 근현대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부분이 참으로 놀라웠다. 그리고 그렇게 임의로 그어진 국경선이 2025년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말이다. 

어떤 경계도 필연적이고 영원하지 않다. 경

계는 자의적이며 우연적인 결과물이고, 많은 경우 단 한 번의 전쟁이나 조약, 혹은 지친 유럽인 몇 명의 결정이 달랐다면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을 수 있다. 

어떤 경계는 일시적으로 존재했다가 사라지며, 어떤 것은 수 세기 동안 유지된다. 어떤 것은 우스꽝스럽고, 어떤 것은 터무니없으며, 또 어떤 것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6p

우리가 국가로 인식할 수 있는 기록은 기원전 4천 년 전부터 발견된다고 한다. 하지만 명확한 국경선이라기 보다 국가의 통제권이 발효되는 지역의 한계를 설정했다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중국의 만리장성도 그와 같은 개념이었다고 한다. 


국민 국가라는 개념은 근대 초까지도 모호했으며 유럽의 선진국인 영국과 프랑스조차도 오랫동안 이러한 경계에 대한 개념이 모호했다고 한다. 현재의 국경선에 대한 개념은 1700년대에 이르러서야 자리 잡기 시작한 개념이다. 그리고 세계의 열강들이 입맛대로 그어둔 직선의 국경선들은 200년도 되지 않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아시아 대륙과 선을 그은 유럽

튀르키예( 구 터키)의 이스탄불을 가본 적이 있다면 아시아와 유럽을 가로지르는 도시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실제 이스탄불의 지하철은 아시아와 유럽을 가로지르는 대륙 간 통근 열차다. 대륙 간 통근 열차라고 해서 뭔가 그럴싸해보지만 실제 아시아와 유럽을 나누는 보스포루스 해협 아래의 1, 8km의 터널을 지날 뿐이다. 


누가 이렇게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를 나누었을까? 

이 개념은 그리스 시대 트로이 전쟁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으며 면면이 이어져 지금까지 이어져 왔고 종교적 분리가 더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유럽과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도시들은 이스탄불 말고도 러시아의 오렌부르크, 마그니토고르스크, 카자흐스탄의 오랄 등이 있으며 이곳들은 걸어서 유럽과 아시아를 오고 갈 수 있다고 한다. 경계란 이처럼 기준 없이 터무니없기도 하다. 


미국의 멕시코 침공

멕시코가 에스파냐로부터 독립했을 때만 했어도 현재의 캘리포니아,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 뉴멕시코, 텍사스, 와이오밍, 콜로라도, 오클라호마의 일부 지역은 멕시코의 영토였다. 

미국인들이 금융 공항 이후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텍사스로 이동을 하고 다수를 차지하면서 문제가 일어났다. 제임스 K 포크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멕시코를 무단 합병하였고 당연히 멕시코는 반발했다고 한다. 미국은 전쟁을 원했지만 명분이 필요했는데 이때 마침 멕시코군이 미국을 공격하자 전쟁은 발발했다. 

멀지도 않은 1840년대 2년간의 전쟁으로 미국은 멕시코에게 저 큰 땅들을 빼앗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참략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결국 트럼프는 그들이 빼앗은 땅에 살고 있는 미국인들을 위해 원래의 주인이었던 멕시코인들을 막기 위해 장벽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러니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수단-우간다의 마무리되지 않은 국경

비단 수단과 우간다뿐 아니지만 이곳을 예시로 들어 설명을 한다. 수단의 대표였던 켈리 대위, 우간다의 대표였던 터프넬 대위는 국경을 조사해 민족 간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경선을 긋는 임무를 맡는다. 진심으로 열심이었던 켈리 대위와 열대에 지쳐 모든 것이 귀찮았던 터프넬 대위 중 결국 켈리 대위가 일을 주도적으로 맡아 2/3 지점까지 지도를 정리한다. 하지만 결국 켈리 대위도 지치고 말았고 나머지 1/3은 조사 없이 직선이 그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 1/3 지점이 지금도 남수단과 케냐가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는 '일레미 삼각지대'라고 한다.  


비단 수단뿐일까? 아프리카의 직선으로 그여진 대부분의 국경들은 더위에 지친 담당자들의 무성의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 놀랍고 안타까울 뿐이다. 



몰랐던 세계 역사를 국경선과 연관되어 촘촘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세계 역사와 지리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권해 드리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독서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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