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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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다산출판사

점묘화처럼 정교하게 찍힌 문장들이 열병처럼 휘몰아친다.

워싱턴 포스트

얼마 전 지인이 소설을 이야기하면서 '밀도가 높고 낮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책을 읽으며 '밀도가 높은 소설'이라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했다. 

발레의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발레의 세계에 푹 빠지기도 했고, 책에 나오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파리를 함께 여행하는 느낌도 들었다. 


2024 톨스토이문학상 수상 작가 김주혜 소설

김주혜 작가는 <작은 땅의 야수들>로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한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이다. 아직 작은 땅의 소설가를 읽지 못했는데 이번 소설을 읽으며 그의 전작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987년 태어나 9살에 미국으로 이주했다고 하는데 얼마 전 유튜브에 서울 국제 도서전 참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작가의 모습과 말투에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타국에서도 모국어를 잊지 않은 그녀이기에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김주혜 작가는 대한민국의 독립 시기를 그려낸 <작은 땅의 야수들> 장편소설로 세계에 화려하게 데뷔했고 전 세계 14개국에서 번역 출간 후 현재는 TV 시리즈로 제작 중이라고 한다. 

새로운 장편 <밤새들의 도시>는 발레와 예술, 삶에 관한 이야기인데 작가가 어릴 때부터 발레를 배워서인지 독자들을 발레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글솜씨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밤새들의 도시 줄거리

세계적인 발레리나 나탈리아 레오노바의 성장, 사랑, 실패와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탈리아는 가난한 편모슬하에서 자랐지만 높이 날아오르고 싶은 욕망으로 세계 최고의 프리마 발레리나가 된다. 하지만 가장 빛난 던 순간 그녀는 무너지고 이후 2년 뒤 그녀의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다. 


엄격했지만 유일한 피붙이였던 어머니, 자신의 연인이었던 샤샤, 파멸로 끌어내렸던 드미트리... 드미트리는 이제 감독이 되어 나탈리아에게 복귀 무대로 지젤이 되어 달라고 한다. 

불안함과 마주한 그녀는 과거와 현재에서 흔들리는데... 나탈리아는 과연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그녀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행복의 기로에 들어설 수 있을까? 


밤새들의 도시 문장들

백야의 계절이다. 은색 상공에서 점점 낮아져 밤하늘보다 더 밤하늘 같은 육지로 향하다 어느 순간, 별밭으로 고꾸라지는 느낌이 든다. 

13p

피터의 여름 공기는 겨울 공기보다 훨씬 더 농후하고 달콤하다. 아이스크림이 아이스커피보다 더 진한 것처럼. 꽃향기, 운하에서 증발하는 물 입자들, 그리고 네바강과 하늘 사이에 떠도는 진주알 같은 햇빛이 대기를 가득 채우고 있다. 삼삼오오 걸어가며 사진을 찍고 까르르 웃는 사람들의 모든 움직임이 슬로모션 비디오처럼 느리게 펼쳐진다. 추운 나라에서 햇볕이 명암을 드리우는 날에 볼 수 있는 광경이다. 

16p

우리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계속 생각나는 사람 아닌가? (중략)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내 머리와 가슴에 큰 공간을 차지한 채 몇 년을, 어쩌면 평생을 떠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내 영혼 깊숙이 파고들어 자리를 잡기 때문에 나도 함께 사라지지 않고서는 그들을 떠나보낼 수 없다. 

77p

가난보다 더 수치스러운 것은 가난하게 행동하는 것, 즉 더 많이 가진 자의 관대함을 기대하는 것이었다.

81p

나타샤, 너는 네 능력을 인정받으려는 마음이 지나치게 커. 지금은 그게 도움 된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나중엔 그게 독이 될 거야. 비소처럼. 최고가 되려는 욕망만 좇는 사람은 진정한 예술가가 아니란다.

102p

사랑을 주든 받든, 모든 이들은 자격이 부족하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닻을 잃고 표류하는 대신 존재라는 사슬의 일부가 되어 사랑을 지속한다. 사랑이라는 헛된 시도는, 진공의 어둠 속에 둥둥 떠서 자신의 숨소리만 들으며 지구의 모두를 바라보는 동안에도 우주비행사를 우주선에 묶어주고 있는 끈이다. 그 근이 없으면, 남는 것은 오직 죽음뿐이다. 

169p

온몸을 다 바쳐 목표를 이루어낼 때 치러야 하는 진정한 대가는, 그토록 원하는 걸 손에 넣자마자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186p



어떤 분야든, 창조자가 자신의 예술이 현실보다 더 진실하다고 믿어야만 예술이 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아름다움과 예술의 차이이기도 하다.

121p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우아함이, 모스크바에는 감동이 있다. 그러나 유혹을 하는 도시는 오로지 파리뿐이다. 파리에 살다 보면 도시의 구석구석이 언젠가 내 눈에 발견될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믿게 된다.

312p

과거도 미래도 현재로 다가와서, 결국 하나가 되는 것이에요.

329p

사람들은 대부분 주어진 삶을 살았고, 그중 극소수가 자신의 삶을 직접 창조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세계'를 창조했다.

365p

사랑은 대부분 환상이지만, 두 사람이 그 환상을 믿고 위험을 무릅쓸 때 현실이 되었다.

416p

삶의 모든 아름다움과 비극은 '어떻게 될 수 있었는지'와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의 간극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내가 꼭 말하고 싶은 건, 거의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이다. 

499p

아무리 위대한 예술 작품이라도 끝이 있는 법이다. 사실, 위대하려면 반드시 끝나야 한다. 그러나 삶에는 결코 끝이 없다. 한 가닥의 실이 매듭지어지고 다른 가닥이 끊기더라도, 영원히 흐르는 음악에 맞춰 계속 엮여지며, 오로지 무한대의 높이에서만 그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518p

꼭 러시아, 파리를 여행하며 발레 공연을 여러 편 보고 나온 느낌이다. 

나탈리아의 성장을 보며 뿌듯했고 그녀의 사랑에는 행복을 상처와 방황에는 슬픔을 느꼈던 것 같다. 

"삶은 거의 아름다움"이며, "예술작품에는 끝이 있지만 삶에는 끝이 없다"라는 나탈리아의 말처럼 그녀가 삶에서 끝없이 아름다움을 찾기를......



다산북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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