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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완전하게 다시 만든 앨리스 ㅣ 가장 완전하게 다시 만든
루이스 캐럴 지음, 정회성 옮김, 존 테니얼 그림 / 사파리 / 2015년 5월
평점 :
루이스 캐럴 지음, 존 데니얼 그림, 사파리 출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너무 유명한 어린이 동화라 다 알고 있을 것 같은 이 고전을 다른 고전 책들과 마찬가지로 짧은 동화로, 영화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좋은 기회가 있어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뿐 아니라 속편 거울 나라의 앨리스까지 함께 있는 무삭제 완역본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너무 좋았다. 양장본 앨리스는 책도 너무 이뻤지만 그 크기와 무게도 상당하였다. 처음 받았을 때 읽고 있던 벽돌책 호모데우스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니 2/3 크기! 벽돌책이 너무 아담해 보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 두 작품의 작가인 루이스 캐럴은 젊은 시절에 옥스퍼드 크라이스트처치 단과대학에서 수학교수로 일했다고 한다. 이 작품을 보면 언어 유희(유사 단어를 가지고 다른 단어로 대치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냄)가 많아 영문학 교수가 아닐까 했는데 수학 교수였다는 게 놀라웠다.
당시 학장에게는 딸이 셋이 있었다고 한다. 말 주변이 좋았던 루이스 캐럴은 아마 학장 가족에서 사랑받는 존재였나 보다. 캐럴은 리델가에 종종 초대받았는데 하루는 리델가의 세 꼬마 숙녀들을 데리고 템스 강변으로 뱃놀이를 갔다고 한다. 당시 아이들에게 즉석 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초기 버전의 이야기를 만들어내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었고 아이들의 요청에 의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아래가 실제 앨리스다. 사진 속 앨리스랑도 상당히 닮은 것 같다. 초창기 앨리스 리델에게 선물한 첫 번째 원고에 삽화는 루이스 캐럴이 직접 그렸다고 한다. 아래 왼쪽에 있는 토끼가 루이스 캐럴이 직접 그린 그림인데, 수학 교수라더니 언어에도 뛰어나고, 그림에도 뛰어난 이 사람은 소위 천재과에 속하지 않았나 싶다.
책을 정식으로 출판하게 되면서 전문 화가의 삽화가 필요하게 되었고 당대의 유명 삽화가였던 존 데니얼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이후 수많은 화가들이 앨리스의 그림을 그렸지만 그 누구도 대니얼의 그림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하니 환상의 조합이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 처음 초판본에는 데니얼이 펜화로 흑백으로 그림을 그렸지만 시간이 꽤 흐른 뒤 몇몇 그림에 대해 컬러 인쇄를 수락했다고 한다. 이렇게 모든 그림을 컬러로 인쇄한 것은 20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색색 드레스를 입은 앨리스가 아닌 흑백의 앨리스라니 상상이 되지 않고 컬러의 앨리스를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황금빛 햇살이 비치는 오후 내내
우리는 한가로이 물 위를 미끄러져 가네
작은 팔들은 부지런히 움직여
서툰 솜씨로 노를 젓고,
작은 손들은 우리를 인도하듯
공연히 애를 쓰네.
아, 잔인한 세 아이들이여! 이런 시간,
이토록 꿈같은 황홀한 날씨에,
얇은 깃털 하나 날리지 못할 만큼
숨이 찬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 달라니!
하지만 가엾은 한 사람의 목소리가
입을 모아 조르는 세 아이를 어찌 이길 수 있으랴.
오만한 프리마는 퉁명스레
"어서 시작하세요." 하고 명령하고
세컨다는 좀 더 상냥하게
"재미있는 이야기로요."하고 부탁하며
테르티아는 잠시도 못 참고
이야기에 끼어드네.
그러다 갑자기 침묵이 이어지고
모두 공상의 날개를 펴고 꿈속의 아이를 쫓아
기이하고 신비한 나라를 이리저리 떠도네.
새와 짐승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어쩌면 이것이 사실인지 모른다고 생각하네.
이윽고 이야기가 바닥나고
상상의 샘도 다 말라 버리자
이야기꾼은 몹시 지친 나머지
"나머지는 다음에 해 줄게."하고 말하네
그러자 세 아이들은 행복한 목소리로
"지금이 다음이에요!"하고 소리치네.
이상한 나라 이야기는 이렇게 하여 생겨났다네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기이한 사건들이 만들어졌다네.
이제 이야기는 끝이 났고,
즐거운 뱃사공들은 저물어 가는 태양 아래
힘들게 노를 저어 집으로 향한다네.
앨리스! 너의 부드러운 손으로
이 유치한 이야기를 받으렴.
어린 시절의 꿈을 엮어서
기억의 신비한 띠를 만드는 곳에 놓아두렴.
머나먼 나라에서 꺾어 온 꽃들로 만든
순례자의 시든 화한처럼.
다시 보는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서 새로웠던 것은 언어유희였다. 내가 영어권 사람이 아니라 이게 엄청 확 와닿지는 않았지만 영어권 사람들이 봤을 때 재미있고 천재적이라고 생각할 부분인 것 같았다.
예를 들어 "네 꼬리가 길긴 하지. 그런데 꼬리가 슬프다니 도대체 무슨 말이야?" (이야기 tale고 꼬리 tail의 발음이 같아서 앨리스가 이야기를 꼬리로 잘못 이해한 부분)
"매듭이라고?" (아니다(not)와 매듭(knot)의 발음이 같아서 앨리스가 아니!를 매듭으로 잘못 알아들은 부분)
"엄마 그만하세요. 엄마 잔소리는 굴도 참지 못할 거예요." (영어에서는 말 없는 과묵한 사람을 굴(oyster)에 비유한다고 함) 등이다.
이런 언어유희가 책의 전반에서 나온다.
두 번째는 현실에서도 나올 것 같은 동화 속 인물들이다. 예를 들면 루이스 캐럴의 분신이라고 하는 도도새는 "그럼 여기사 잠시 휴회하고, 좀 더 효과적인 처방을 즉각 채택할 수 있도록 방책을 찾아보자."라고 이야기하는데 앨리스는 "쉽게 말해요. 난 그 낱말들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이야기한다.
카드 여왕이 빅토리아 여왕을 뜻하고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짜증 많은 레드 여왕은 당시 앨리스의 유모를 희화화했다고 한다.
세 번째는 상상력의 범위이다. 어떻게 어른이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대단한 스토리인 것 같다. 그러니 150년이 흘러도 이렇게 계속 회자되는 작품이 되었겠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는 곳곳에 그려진 시처럼 그림 그리듯한 묘사이다.
"나뭇잎이 갈색으로 변하는 가을이 되면, 숲은 마치 졸린 듯이 보여."라니..... 정말 수학 교수가 맞았는지 모르겠다. 분명 문학 전공인 것 같은데 말이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된다.
"거울이 얇은 천처럼 부드러워져서 우리 몸이 통과할 수 있다고 상상하는 거야. 어! 그런데 거울이 안개처럼 변하고 있어."
일부 팬들은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더 재미있다고 이야기했다는데 나의 취향은 여전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도 사랑스러운 앨리스의 모습은 여전하지만 말이다. 인상 깊은 토끼가 안 나와서 그러려나...
150년 된 무삭제 완역본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다.
꿈 많고 상상력 넘치던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린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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