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붕괴의 시대 - 반도체칩부터 생필품까지, 글로벌 공급망의 숨겨진 이야기
피터 S. 굿맨 지음, 장용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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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붕괴의 법칙 
피터 굿맨

트럼프 2.0 시대를 맞이해 반도체 칩부터 생필품까지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 바닷길에 대한 리스크가 대두되고 있어 해운업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어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무지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전 세계 유통 공급망에 대한 이해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책이었던 것 같다. 


전 세계 경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봐야 할 책인 것 같다. 특히 미국 리쇼어링이 최근 경제계의 화두인데, 미국 리쇼어링 이해를 위한 필독서, 주목할 만한 경제신간으로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피터 굿맨

피터 굿맨은 <뉴욕타임스> 경제 전문기자로 대침체 시리즈 보도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주재한 경험이 있고, 베트남 역사 연구로 석사를 취득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중국, 베트남, 미국 등 전 세계를 아우르는 공급망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으로 앞으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준다. 



목차

  1. 공급망의 대 붕괴

  2. 대서양을 가로질러

  3. 본국으로 귀환한 세계화



공급망 붕괴의 시대

공급망 붕괴의 시대는 팬데믹 상황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던 일련의 공급망 붕괴 사건을 실존과 가상의 인물의 움직임을 추적하며 보여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오늘 나이키 매장에서 신발을 사고, 아마존에서 해외구매로 원피스를 사고, 쿠팡 해외 배송에서 영양제를 구매하였다고 하자. 공급망이란 걸 일반 소비자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을까?


나 또한 어느 국적의 물건을 사더라도 며칠 내로 내 앞에 배송이 턱하니 되는 것만 생각했지 이 물건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내 앞에 오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우리가 매일 밥을 먹으며 이 쌀이 어디서 농사짓고 자라 오는지 모르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할까? 상황은 더 복잡하다. 세계화로 인해 세계의 물건들은 한곳에서 만들어져 한 곳에서 소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기자 출신답게 실제 케이스와 가상의 케이스를 적절히 섞어 공급망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사건을 추적하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팬데믹이 부각시킨 공급망의 문제 

팬데믹이 오면서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었던 기본적인 물품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겼다. 단순히 해운사, 항만 직원, 철도, 화물차 직원의 문제일까? 

먼저, 저자는 여기에서 익숙한 '린 생산'이라는 이름을 꺼낸다. 도요타에서 시작해 대부분의 제조사에 바이블처럼 퍼져 있는 적기 생산 방식 즉 최소한의 재고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것은 단순히 제조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육류 가공 업체, 철도회사, IT 회사 등 전 세계 모든 기업들이 적기 생산을 신조로 삼고 있다. 이것이 팬데믹이 발생하고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멈추자마자 전 세계에 물품 부족 사태가 발생한 근본적 이유 중 하나이다. 

두 번째는 팬데믹 기간에 수요를 잘못 예측한 공급망 운영주체들의 탓이 크단다. 처음에 팬데믹이 발생하고 일시적으로 경제가 고꾸라졌고 컨테이너사들도 운항을 줄였다. 그러면서 노후 선박을 매각하거나 폐기하는 등 전 세계 화물 수송 능력을 10% 다운 시켰다. 그런데 갑자기 공산품 수요가 폭발한 것이다. 

집 안에 갇힌 미국인들은 운동 용품으로 집을 채우고 홈시어터로 티비를 교체하는 등 소비가 폭발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줄은 물동량을 대폭적으로 늘이기에는 부족했다. 


세 번째는 컨테이너다. 선적 컨테이너가 없으면 글로벌 공급망이 존재할 수 없는 시대다. 그런데 팬데믹 1년 전과 비교해 컨테이너 운송비가 중국에서 미국 서부 해안까지 2000달러에서 10배 이상 올랐다. 가격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10배를 줘도 못 구하는 게 문제였다. (실제 컨테이너는 인도나 서아프리카 남미처럼 기항 빈도가 낮은 곳에서는 방치되어 있었다고 하고 운임은 1000% 인상했다고 함) 

문제는 수익만 생각하는 해운회사였다.  전 세계의 해운회사는 인수합병을 통해 세 해운동맹이 80%를 차지하고 있고 가장 수익성이 좋은 태평양 횡단 항로에서는 95%에 이른다. 배들은 점차 거대해졌고 이 선적을 처리할 수 있는 항만은 일부였다. 결국 항만에서는 컨테이너 적체 현상이 발생하고 해운사들은 웃돈을 주는 기업들의 컨테이너만 운반하였다. 덕분에 해운사들은 팬데믹 기간에 기록적인 수익을 달성하였다. 

항만이 가득 차서 화물차 기사들이 빈 컨테이너를 가져와도 반납할 수 없음에도 해운사들은 컨테이너 반환 지연비까지 물렸다고 한다. 


어렵게 입항하더라도 이를 옮겨갈 화물차 기사는 늘 부족했다. 화물차 기사의 삶은 생각했던 것보다 비참했다. 미국의 화물차 운전기사들은 인간적인 권리를 빼앗기고 과도한 업무를 요구받기에 이직률이 거의 100%라고 한다. 철도 또한 마찬가지다. 철도도 해운사와 마찬가지로 초반에 자율 경쟁이 가능해지며 잠시 가격이 하락했으나 다른 독과점 업계와 마찬가지로 대기업이 운임을 낮춰 경쟁력이 낮은 업체들을 집어삼켰다. 미국은 기존 업체의 절반이 파산했다고 한다.  단 두 개의 대기업이 남은 후에는 기록적인 운임을 상승하여 이익을 올렸다. 


철도회사는 직원들의 복지를 하향 평준화하고 주주의 이익만 생각하면서 움직였다. 기록적인 수입은 자사주 매각에만 쓰였고, 적시 공급 정책은 다른 이름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주가에 영향을 주는 철도 야적장 체류시간을 줄이기 위해 컨테이너를 아무 방향으로 보내 버렸다. 동부로 가야 할 컨테이너를 캘리포니아로 보내버리는 등의 어이없는 일들을 저지른 것이다. 불안한 철도 서비스는 물량 부족과 가격 인상을 야기했다. 


"아니, 후진국도 아니고 이렇게 엉망이라고?"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있다면 그렇게 말할 것 같다.
나도 읽으면서 미국 유통 공급망이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느꼈으니 말이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데 팬데믹 이전에 제대로 돌아갔다는 게 더 놀라웠다. 


이 정도로 시작부터 끝까지 문제가 있으니 여러분이 제조를 중국 업체에서 해서 미국으로 공급해 오던 중소기업 사장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제조 사이트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미 중 분쟁과 미국 리쇼어링

트럼프부터 시작한 미 중 무역 갈등은 바이든에 와서 심화되고 날이 갈수록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중국 제품에 관세를 과하게 매김으로써 중국산 제품의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 그럼 어디가 다음 공장이 될까? 

반작용으로 가장 성장한 곳은 베트남이었다. 삼성, 애플 등의 공장들은 베트남으로 이전을 하였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다. 결국 부품, 소재는 중국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 리쇼어링이 나온 거다. 물론 바이든, 트럼프가 관세 유예, 인센티브를 운운하며 기업들을 미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점도 크지만 기업의 입장이라면 태평양을 건너며 발생하는 문제를 굳이 겪지 않는 것이 좋다. 해운비는 팬데믹 전 수준으로 회귀하였다고 하지만 언제 다시 그런 리스크가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인들과 미국 기업들은 미국 안에서 제조가 모두 이뤄지는 것을 그린다. 하지만 이것은 환상이다. 숙련된 인력도 없을뿐더러 제조비가 맞지 않는다. 결국 미국에서는 차선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곳이 멕시코였다. 


어제 트럼프가 관세 운운하다가 멕시코는 유예하겠다고 돌아서기도 했다. 아니... 중국의 리스크를 줄이려면 북미 안에서 제조가 되어야 하는데 모든 걸 미국 안에서 할 수 있나? 다 파산하라는 건가?? 뭐 장사도 이문이 남아야 하지... 알고 저러는 건지, 모르고 저러는 건지, 알면서 쇼하는 건지 모르겠는 여우 같은 트럼프다. 책을 읽었을 때는 멕시코 덕에 그나마 숨을 돌리고 있는 상황인 거 같은데 아군한테 총을 쏘는 격이다. 


앞으로의 경제 방향

앞서 이야기했듯이 미국 리쇼어링이 방향이다. 

미국 내에서 또는 북미 안에서 생산부터 제조, 공급까지 진행함으로써 태평양을 건너는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 대기업들도 미국 내 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1000조 대만 기업 TSMC도 미국 내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미국이 그리는 그림대로라면 미국은 제2, 제3의 전성기를 맞이할 것 같다. 좋은 거 다 가져가서 자기네 땅에서 만들려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안 그래도 AI 스타게이트로 미국으로 자본을 다 끌어당기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고비용 ai와 같은 미래 기업들은 북미에, 단순노동은 남미 국가들을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우리한테는 어떤 여파로 올까? 

중국은 여전히 세계의 공장이다. 아시아는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근접 지역에서 제조를 공급받을 수 있다. 유럽은 동유럽, 터키, 아프리카의 공장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벽돌 책에 가까워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잘 알 수 없었던 공급망의 이면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글로벌 공급망 해운업체, 항만, 철도, 화물차 등의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이고, 앞으로 탈 세계화로 나아가는 트럼프 2.0 시대의 미국 리쇼어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던 책이다. 


경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경제신간, 공급망 붕괴의 시대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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