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오면서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었던 기본적인 물품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겼다. 단순히 해운사, 항만 직원, 철도, 화물차 직원의 문제일까?
먼저, 저자는 여기에서 익숙한 '린 생산'이라는 이름을 꺼낸다. 도요타에서 시작해 대부분의 제조사에 바이블처럼 퍼져 있는 적기 생산 방식 즉 최소한의 재고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것은 단순히 제조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육류 가공 업체, 철도회사, IT 회사 등 전 세계 모든 기업들이 적기 생산을 신조로 삼고 있다. 이것이 팬데믹이 발생하고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멈추자마자 전 세계에 물품 부족 사태가 발생한 근본적 이유 중 하나이다.
두 번째는 팬데믹 기간에 수요를 잘못 예측한 공급망 운영주체들의 탓이 크단다. 처음에 팬데믹이 발생하고 일시적으로 경제가 고꾸라졌고 컨테이너사들도 운항을 줄였다. 그러면서 노후 선박을 매각하거나 폐기하는 등 전 세계 화물 수송 능력을 10% 다운 시켰다. 그런데 갑자기 공산품 수요가 폭발한 것이다.
집 안에 갇힌 미국인들은 운동 용품으로 집을 채우고 홈시어터로 티비를 교체하는 등 소비가 폭발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줄은 물동량을 대폭적으로 늘이기에는 부족했다.
세 번째는 컨테이너다. 선적 컨테이너가 없으면 글로벌 공급망이 존재할 수 없는 시대다. 그런데 팬데믹 1년 전과 비교해 컨테이너 운송비가 중국에서 미국 서부 해안까지 2000달러에서 10배 이상 올랐다. 가격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10배를 줘도 못 구하는 게 문제였다. (실제 컨테이너는 인도나 서아프리카 남미처럼 기항 빈도가 낮은 곳에서는 방치되어 있었다고 하고 운임은 1000% 인상했다고 함)
문제는 수익만 생각하는 해운회사였다. 전 세계의 해운회사는 인수합병을 통해 세 해운동맹이 80%를 차지하고 있고 가장 수익성이 좋은 태평양 횡단 항로에서는 95%에 이른다. 배들은 점차 거대해졌고 이 선적을 처리할 수 있는 항만은 일부였다. 결국 항만에서는 컨테이너 적체 현상이 발생하고 해운사들은 웃돈을 주는 기업들의 컨테이너만 운반하였다. 덕분에 해운사들은 팬데믹 기간에 기록적인 수익을 달성하였다.
항만이 가득 차서 화물차 기사들이 빈 컨테이너를 가져와도 반납할 수 없음에도 해운사들은 컨테이너 반환 지연비까지 물렸다고 한다.
어렵게 입항하더라도 이를 옮겨갈 화물차 기사는 늘 부족했다. 화물차 기사의 삶은 생각했던 것보다 비참했다. 미국의 화물차 운전기사들은 인간적인 권리를 빼앗기고 과도한 업무를 요구받기에 이직률이 거의 100%라고 한다. 철도 또한 마찬가지다. 철도도 해운사와 마찬가지로 초반에 자율 경쟁이 가능해지며 잠시 가격이 하락했으나 다른 독과점 업계와 마찬가지로 대기업이 운임을 낮춰 경쟁력이 낮은 업체들을 집어삼켰다. 미국은 기존 업체의 절반이 파산했다고 한다. 단 두 개의 대기업이 남은 후에는 기록적인 운임을 상승하여 이익을 올렸다.
철도회사는 직원들의 복지를 하향 평준화하고 주주의 이익만 생각하면서 움직였다. 기록적인 수입은 자사주 매각에만 쓰였고, 적시 공급 정책은 다른 이름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주가에 영향을 주는 철도 야적장 체류시간을 줄이기 위해 컨테이너를 아무 방향으로 보내 버렸다. 동부로 가야 할 컨테이너를 캘리포니아로 보내버리는 등의 어이없는 일들을 저지른 것이다. 불안한 철도 서비스는 물량 부족과 가격 인상을 야기했다.
"아니, 후진국도 아니고 이렇게 엉망이라고?"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있다면 그렇게 말할 것 같다.
나도 읽으면서 미국 유통 공급망이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느꼈으니 말이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데 팬데믹 이전에 제대로 돌아갔다는 게 더 놀라웠다.
이 정도로 시작부터 끝까지 문제가 있으니 여러분이 제조를 중국 업체에서 해서 미국으로 공급해 오던 중소기업 사장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제조 사이트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