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푸른 점으로 불리는 지구의 사진은 칼 세이건의 고집으로 찍혔다고 한다. 당시 탐사선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떠나고 있었는데 NASA의 기술 고문이었던 칼이 방향을 바꿔 지구를 찍자고 우겼다고 한다. 모두가 반대했지만 천재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던 터라 찍게 되었는데 바로 이 사진이 역사상 가장 철학적인 천체사진이 된 것이다.
스스로에게 신의 권한을 부여한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위치를 알고 우주 안에서 우리의 모습을 알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얼마 전 김상욱 물리학자가 이야기하기로 과학을 배우다 보면 모든 만물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한다. 단지 사람과 사람이 아니라 동물과 식물뿐 아니라 우주의 물질들까지도 말이다.
생물학 책을 읽고, 물리학, 천문학을 알게 되면 정말 그런 것 같다. 이야기하는 것은 다르지만 결국 공부를 하면 할수록 너와 나는 다르지 않고 우리는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같다. 우주의 먼지에 불과한 지구라는 작은 별에 사는 우리네들이 더 이상 싸우지 않고 갈라치기 하지 않고 화합하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번째,
2024년 5월 10일 태양 자기 폭풍이 강하게 일어 전 세계에서 오로라가 관측되었었다. 보통 KP 지수가 오로라 지수라고 하는데 1부터 9까지 있고 숫자가 클수록 관찰이 용이하다고 한다. 오로라를 관찰할 확률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인 캐나다의 옐로나이프의 경우 3만 되어도 오로라가 보인다고 하는데 24년 5월 10일 옐로나이프의 KP 지수는 9였다고 한다.
저자는 어스름처럼 보이는 오로라를 한국에서 관측하기 위해 강원도로 달려갔다고 한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너무 아쉬워서이다. 미국 서부 여행을 끝내고 5월 9일 밤 나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 있었던 것이다.
하루만 더 미국에 있었다면... 아니면 돌아오는 길 열심히 비행기 창밖만 쳐다봤더라면? 나는 아마도 내 인생 최초의 화려한 오로라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만약 내가 미리 그런 정보를 알았다면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라도 눈을 부릅뜨고 하늘을 살펴봤을 텐데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모든 걸 계획하고 공부하고 여행을 떠나는 건 지양하는 편이지만 그 나라의 역사, 지리, 정치 경제 사항 등을 공부하고 떠나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두루두루 공부하고 고개를 숙이는 벼처럼 살고 싶다.
그건 그렇고 작년에 놓친 24년 5월 10일 오로라는 평생 아쉬울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