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은 어떤 화가들 - 근대 미술사가 지운 여성 예술가와 그림을 만나는 시간
마르틴 라카 지음, 김지현 옮김 / 페리버튼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잊은 어떤 화가들

패리버튼 출판, 마르틴 라카 지음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여성화가가 거의 없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든 생각이었다.

긴 세월 동안 역사에 남은 여성화가는 누가 있었을까?

미술사에 대한 이해도가 깊지 않은 나로서는 딱히 떠오르는 사람은 멕시코의 여류 화가 프리다칼로, 카이유 클로델밖에 없었다.

"왜 여류 화가, 예술가는 없을까?"

"여성은 남성 대비 예술적 재능이 현저히 떨어졌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니,

현시대에 활발히 활동하고 인정받는 여류 화가, 예술가들을 보면 또 그건 아닌 것 같다고 결론을 지었다.


그 순간 "남녀 차별 없는 시대에 살고 있어 나는 이런 문제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었다. 다행인 것은 여성 미술사 분야에 대한 연구가 최근에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 예술가에 관한 연구는 주로 '미술사'라는 학문에 속한 하나의 전공 분야인

젠더학에 포함되어 다음 세 가지 영역에 초점을 맞춰왔다.

바로 예술적 표현의 대상으로서의 여성, 후원자로서의 여성,

그리고 최근에 등장한 영역인 '예술계에서 활동하는 창조적 주체로서의 여성'이다.

'가치 및 조건 체계로서의 예술 영역, 행위자. 규칙. 목적으로 구성된

사회적 영역으로서의 예술영역'은 더 이상 남성 예술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작품, 문학, 증언, 텍스트, 수치화된 데이터 등이 계속 발굴되면서

여성 예술가 역사 연구에 필요한 기본 자료가 풍부해지고 있다.

우리가 잊은 어떤 화가들, 14-15p



프랑스 대표 미술 사학자이자 작가, 마르틴 라카의 역작


이 책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사학자이자 작가인 마르틴 라카의 작품으로 프랑스 혁명이 끝난 19세기 초부터 약 100여 년간의 미술사를 여성 화가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작가가 서두에서 밝히듯이 이 책에서는 오히려 우리에게 알려진 여류 화가는 배제하고 "잊혀지거나 과소평가된 여성화가"들의 작품 110점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박물관 한구석에 있던 작품들, 개인이 소장하던 작품들을 찾아내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에 어떤 과정으로 그렸는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작품이 의도하는 바와 주제까지 설명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여성 화가들이 생전에는 높게 평가받았던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었다.

살아생전에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미술사에서 그 흔적이 사라졌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많다. 우리가 역사를 이야기할 때 흔히 "역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쓰인다."라고 이야기하는데, 예술사와 미술사에서도 그러한 일이 일어났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단지 여자여서' 잊혔다는 것을 넘어 그들이 '왜 잊혔는지'에 대해 '정치적, 사회적, 제도적으로 다각도 분석을 시도한다.



"능력이 있으면 당연히 인정받아야 한다"라고 생각했는데 멀지 않은 시기에 살았던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차별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어린 시절 보았던 김희애가 '후남이'로 나왔던 <아들과 딸> 드라마가 생각난다. 초등학생 시절이었지만 그걸 보면서 어찌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던지 "요즘 세상에 저런 게 어디 있느냐"라고 흥분했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30년 정도 전에도 이렇게 어이없다고 여겨지는 상황들이 많이 있었는데 하물며 100년도 지난 시점부터 생각해 보면 어떨까 상상이 안된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 이 순간 누리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걸 반성하게 되었다.

앞으로라도 이렇게 차별받는 사람들이 각 분야와 국가에서 없기를 바라며, 모두가 성별에 상관없이 각자의 능력으로 세상에 이름을 드날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추천 #그림책추천 #우리가잊은화가들 #여성그림책 #여성예술가 #신간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