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측정의 세계 - 저울과 자를 든 인류의 숨겨진 역사
제임스 빈센트 지음, 장혜인 옮김 / 까치 / 2023년 12월
평점 :
<측정의 세계>라고 했을 때 책이 어려울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저에게는 도량학이나 측정법이 멀게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막상 책을 열어보니 너무 흥미로운 책이었어요. 단순한 도량학, 측정학이라기 보다는 '인류사와 함께 하는 측정법의 역사'를 통해 '측정법과 함께 해온 인간의 욕망'에 가깝다고 보였어요.
측정은 사회의 거울이다.
측정은 우리가 세상에서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를 보여주는 관심의 형식이다.
측정은 곧 선택이자 다른 속성은 버리고 한 가지 속성에만 집중하는 관심이다.
"정밀도"라는 단어 자체는 "잘라내다"라는 뜻의 라틴어 프라이키시오에서 왔다.
따라서 측정이 어디에, 어떻게 작용되었는지를 살펴보면 우리의 욕구와 욕망을 파악할 수 있다.
측정의 세계 17p
측정이 이렇게 우리 주변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지 몰랐었는데요.
생각해 보니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까지 하는 일들이 측정과 관계되지 않은 것이 없겠다 싶었어요.
시계 알람에 눈을 뜨고, 측정기에 따라 워킹 수를 재거나, 러닝을 하고, 섭씨온도에 따라 물 끓는 것을 확인하고 음식을 하고요, 음식 칼로리를 계산하고, 날씨에 따라 옷차림을 결정하죠. 이렇듯 우리의 일상 전체가 세고, 재고, 측정하는 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새삼 인지하게 된 것 같아요.
고대의 측정
이 책에서 측정의 역사를 고대에서부터 살펴보고 있는데요.
이집트에서는 나일강 범람 이후 토지의 비옥도를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홍수의 범주가 어디까지일지 재는 나일로미터가 있었다고 해요. 홍수 범람 정도에 따라 기근이냐 풍족한 한 해를 보내냐 달라지고 결국 왕조의 운명에 영향을 주었다고 하니 이 측정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또 저자는 문자가 없다면 측정이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측정의 시작을 문자가 개발된 시기를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초기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된 정보의 분류나 이집트에서 발견된 '용어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해요. 초기에 이미 세상을 정보나 언어로 구분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말이에요.
개인의 삶을 한데 모으는 이러한 측정법은 사람들 사이에 공동의 이해를 측정하고 사회질서의 기초가 된다.
측정의 세계, 제2장 측정과 사회질서
미터법 혁명
우리가 현재 상용하고 있는 미터 전에는 국가, 지역별로 다양한 측정법이 존재했는데요. 미터가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이 통일되었다고 하죠.
이런 미터는 1799년 6월 22일 백금으로 만든 최종 미터 측정자가 원로회에 제출되면서 인정되었다고 해요.
그러나 이러한 미터가 실제 사회에 정착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요.
놀라웠던 것은 아직도 미터법 저항단이 있다고 하는 것이었어요. 지은이가 직접 만난 케이스의 경우는 영국 남부에 있는 미터법 저항단이었다고 하고, 이들의 목표는 미터법으로 기록된 표지판을 영국식 마일, 야드, 피트 등의 단위로 바꾸는 것이었다고 해요.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영국에서의 이런 측정에 대한 반발이 2016년 유로에서 빠진 브렉시트의 한 원인이라고 이야기하는 부분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측정이라는 게 인식이 기본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불만이 쌓이면 사회적으로 큰 반발심이 쌓이고 봉기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측량의 반작용
사회질서의 기준이 되는 측정이지만, 측정의 반작용이 나타나기도 했어요.
이게 측정의 부작용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게 측정 자체는 의도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부수 작용, 반작용이 더 맞는 표현일 것 같아요.
예를 들 수 있는 것이 미국의 국토 측량인데요. 제퍼슨에 의해 진행된 국가 측량을 통해 원주민은 점차 자기 토지를 뺏기고 이주민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였다고 해요. 그 결과 미국은 거대한 땅덩어리를 얻게 되었고요. 측정 전에는 불모지, 원주민의 땅에 불과하던 것이 측정 후에는 팔 만한 부동산이 된 것이죠.
이런 측량법은 제국주의하에서 식민지 확장에도 기여했다고 하고요.
노예제도의 경우도 사람의 등급을 구분하면서 노예제도가 더 활황이 되었다고 하니, 도량, 측정법이 지배자의 든든한 보조 역할을 해온 것도 역사상 사실로 보였어요.
측정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드는 동시에 우리도 만든다
측정의 세계 서문
돌이켜보니 나의 하루는 온통 측정으로 이뤄져 있다는 걸 알게 한 책이었어요. 한 번도 의심을 가지지 않았던 1M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했고, 1M가 세상에서 자리 잡기까지 얼마나 다양한 개별 측정법들에서 공통의 측정법으로 발전했는지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측정의 역사가 밝은 면만 가지고 있지는 않았어요. 식민지의 지배, 원주민의 토지 약탈, 노예제도의 활성화 등 역사의 암흑기를 강화하는 역할도 했었기 때문이에요.
측정과 함께 해온 인류 역사의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싶은 분, 잡학 다식에 관심이 많으신 분, 과학을 좋아하는 분, 역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아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