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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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래 작가의 신작


어제 오늘 노벨 문학상 수상의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 이창래 작가의 신작, <타국에서의 일년>을 읽었어요.

이창래 소설가는 1965년 예일대 영문학과 졸업 후 오리건 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학위를 받은 분으로, 1995년 발표한 <영원한 이방인>으로 펜/헤밍웨이 문학상 등 미국으 주요 문학상 6개를 수상하는 쾌거를 얻었다고 해요. 미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20인에 선정되기도 하고, 2010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쓴 <생존자>로는 퓰리처상 최종 후부에 오르기도 했다고 해요.


김연수 소설가가 "파도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는 문장이 독자를 더 먼 곳까지 가게 한다."라고 이야기 하였듯이 거침없는 문장이 독자들을 과거, 현재의 세 지점을 아우르는 극의 흐름으로 끌고가는 느낌이었어요.


분량이 700페이지에 달해 장편 소설 중에서도 좀 긴 편이었는데도 그런 부분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점도 작가의 뛰어난 문장력 때문인 것 같았어요.


인상 깊었던 문장

흔히 사람들은 순간을 살라고 조언한다. 끊임없이 미래나 과거를 보려 들지 말고, 그 모든 걸 더해 보지도 말고, 현재라는 풍성하게 무르익은 과일을 맛보라고들 한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하면 인간은 그 순간에 머물게 된다. 중독자처럼 자신을 속이고 포기해 버린다. 그 모든 달콤함이 썩는 것 외에는 아무 변화도 일으킬 수 없게 될 때까지.

타국에서의 일년 29p


'카르페 디엠', 순간을 잡으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실제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디에스'가 '카르페레 테'하리라는 것, 즉 순간이 당신을 잡으리라는 것이다.

그 순간이 됐든, 그 사람이 됐든, 그 세계가 됐든, 무엇인가 최대한 지독하고 영광스럽게 당신을 곧 바로 다시 낚아채리라는 얘기다.

타국에서의 일년 242p

장인이 된다는 건 나 같은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건 우리 특별한 꼬마 같은 사람들에게 맡겨야 한다.

우리 나머지는 아무리 유능하고 진정성이 있더라도 그냥 변해가는 것만으로 충분히 부담을 진 것이다.

우리는 절반쯤 되는 지점에서 우리의 길을 찾을 뿐 영영 그곳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그런데도 계속 나아간다.

눈을 뜨고, 입을 크게 벌리고. 준비된 채로.

타국에서의 일년 689p


소설 내용


소설의 주인공은 미국 고급 주택가가 모여사는 대학교 도시, 던바에 사는 20대 청년 틸러로, 그는 어린 시절 한국계 어머니가 가출하고 아버지 클라크와 상실감을 가지고 살아온 인물이예요.

아버지와 틸러는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지만 일정의 선을 넘지 않는 관계를 가지고 있어 틸러가 타국에서의 일년을 보내고와 다른 곳에서 자리 잡은 후에도 돌아가지 않고 그리워하는 관계로 남아 있게 되요.


너무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았던 틸러를 어른의 세상으로 이끌어 낸 건 중국계 사업가이자, 제약회사 화학자인 퐁이었는데요,

퐁은 이미 던바에서 여러 장사를 하며 지역유지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었고, 틸러는 뛰어난 미각으로 우연찮은 기회에 퐁의 새로운 사업인 '자무'라는 건강음료 사업에 조수로 합류하게 되요.


틸러는 퐁에게 내면의 매력을 느끼고, 아버지에게는 예정로 해외 연수를 간다고 하고 그를 따라 여러 국가를 다니게 되요.

그와 다니면서 틸러는 성장을 하지만 틸러는 드럼이라는 폭력배 사업가에게 남겨져 결국 학대까지 당하다 간신히 그에게서 벗어나 미국으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틸러가 왜 퐁을 따라 떠났을까?를 생각해 보면 틸러가 어머니의 부재라는 상실감과 아버지와 끈끈한 유대없이 자란 12.5의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던바에서 뿌리를 못 내리고 있었던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퐁에게서 아버지의 모습과 같은 아시아계로서의 유대감을 느꼈던 게 또 다른 이유였지 않나 싶었어요.


돌아온 이후 틸러는 공항에서 오는 길에 만난 나이가 많이 차이나 벨이라는 여인과 연인이 되고, 나이차가 많이 나지 않는 그녀의 아들 빅터 주니어와 약간은 비정상적인 가족의 관계로 살아가게 되는데요.

아마도 벨과의 관계에도 어린 시절 엄마의 상실이 큰 영향을 주었던 것 같아요.


틸러는 엄청난 경험을 하고 온 타국에서의 일년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지는 않았다고 이야기 하는데요.


마지막 문장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간다'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이 수상한 가족의 틀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틸러는 조금씩 성장해 나간 것 같습니다.

마지막 벨을 구하는 장면에서 특히 성장이 느껴졌는데요. 본인을 희생하며 벨을 구한 모습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벨을 구할 때 사용된 것이 퐁에게 받은 선물이 큰 역할을 한 것을 보고 퐁 때문에 힘든 과정을 겪었지만 퐁은 틸러에게 있어 성장의 매개체가 된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두꺼운 소설이었지만 재미있게 읽었고, 과거 현재, 던바, 타국, 현재를 오가며 이어지는 이야기에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어요.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모두 좋아하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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