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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칸집 - 사람과 삶이 담긴 공간
차민주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8월
평점 :
이 책은 목조건축의 묘미를 느끼고 내 집을 집답게 만들어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책 첫 표지에 적혀 있듯 아홉칸 집은 '사람과 삶이 담긴 공간'이라고 한다. 작가는 늦게 결혼을 해 두 아이를 도심 속 아파트에서 키우면서 원래도 예민했던 성격이 많이 예민해졌다고 한다. 특히나 아이들이 자라면서 층간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주택으로 이사 가기를 꿈꿨고 건축을 하는 남편과 함께 지금의 '아홉칸 집'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파트보다는 주택에 살고 싶다는 남편분께서 아파트에 대해 이야기했던 이야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아파트는결정된 공간이라서 심리적으로 편하고, 몸을 움직이기에 편하지만 살다 보면 의식의 평준화, 삶의 보편화라는 안온한 정서에 머무르게 싶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한 번도 이렇게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우리는 다 비슷한 공간에서 생활을 하고 살면서 삶에 대한 태도도 비슷해져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은 우리가 살면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이 공간을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 놓고 그 안에 우리를 가두는 게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나만의 집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전원주택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런 집을 지어 살아봐야지'하고 막연히 꿈을 꾸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도심의 아파트가 재테크의 수단이 되면서 집의 가장 기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지은이의 말대로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나도 이런 편안한 집을 지어보면 어떨까? 얼마나 좋을까? 하며 상상을 하다 보니 흐뭇한 미소가 얼굴을 떠나지 않았다.
작가님은 어릴 적 주택에 살았다고 한다. 좋은 집도 아니었고, 좁은 집에 많은 사람들이 살아서 불편함도 있었지만 그녀에게 유년기의 집은 '따뜻한 공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집을 짓고 싶었다고 이야기하며 집에서 나누었던 기억이 살아 있는 한 집은 살아있다고 이야기한다.
나도 어린 시절 주택에 살았었다. 그 집은 골목 끝에 위치한 마당이 있고, 정원이 있는 집이었다. 성인이 되어 가 보았을 때는 어릴 적 넓고 넓었던 골목이 너무 좁게 느껴지고, 마당이나 정원도 작아 보였지만 어릴 적 나에게는 정말 좋은 놀이터였고 세상이었다. 늘 친구들을 모아 집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골목에서는 그 옛날 유행하던 놀이들을 잔뜩 했었던 기억이 난다. 나이가 들어도 그 기억들은 아주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행복했던 기억들도 말이다.
우리 아이들은 집에 대해서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태어나서 아파트만 전전하며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넓은 아파트와 좁은 아파트, 신식 아파트와 구식 아파트 외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싶다. 학교며, 학원이며 사실 결정을 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조명에 대해서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방식으로 바라볼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우리 집은 어두운 것을 싫어하기도 하고, 1층이라 (남자아이 2명이라 층간 소음을 피하기 위해 1층으로 이사 왔다) 어두운 부분도 있어 모든 방을 LED 라이트로 바꾼지 오래다.
그런데 저자와 저자의 남편분은 형광등은 드러내는 빛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대낮같이 밝은 데서는 작은 실수도 선명하게 비추기 때문에 이는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게 맞고, 집에서는 휴식을 할 수 있게 부드러운 빛으로 마음을 이완할 수 있는 백열등을 쓰는 걸 추천한다고 했다.
조명을 통해서 정서가 결정된다니, 그런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늦은 밤까지 형광등을 켜고 환한 낮으로 이어가는 삶에서 스트레스가 발생한다니 생각해 보지 못한 포인트였지만, 정말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집에 백열등을 써 봐야 하나.... 고민이 되는 순간이다.
글을 읽는 내내 작가님이 얼마나 이 집을 사랑하는지, 순간순간 너무 느껴져서 너무 부러웠다.
특히 아이 방에 있다는 하늘을 볼 수 있는 창과 물멍을 때릴 수 있는 '수공간'은 너무 부러웠다. 마음이 복잡할 때 하늘과 물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내면 마음의 불안함, 스트레스 이런 게 남아날 틈이 있을까 싶다.
사진도 틈틈이 공유되고 있어서 더 부러운 마음이 가득이다. 하늘을 머금은 창, 넓은 마당, 편백향이 나는 마감재... 상상만 해도 힐링이 되는 것 같다.
특히나 다락의 일부를 그물로 해 두어서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는 공간, 목수의 핸드메이드 계단 등은 보면서 "너무 좋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채광이 쏟아지는 편백향 가득한 목조주택... 따뜻함이 여기까지 전해지는 것 같다.
지은이와 가족분들은 이 따뜻한 집에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 내 집을 가지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