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고 있잖아 오늘의 젊은 작가 28
정용준 지음 / 민음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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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고 있잖아



가슴이 아팠다가
부끄럽고 미안해서 그냥 생긴대로 살아야지 싶다가
마음이 훈훈해지다가
응원하고 다짐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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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해 주면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다. 누군가 한 손을 내밀어 주면 두 손을 내밀고, 껴안아 주면 스스스 녹아 버리는 눈사람이다. p.7

-첫문장이다.
읽자마자 미소가 지어졌다. 음~ 좋다…설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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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결핍자들은 안다.우리는 끌려다닌다. 다정한 말 한마디에 마음이 녹고 부드러운 눈빛과 목소리에 입은 벌어진다. p.10

속지마. 냉정한 마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늘 끝까지 헹가래질하다가 마지막에 받아 주지 않을 거잖아. 웃게 만든 다음 울게 만들 거잖아. 줬다가 뺏을 거잖아. 내일이면 모른 척할 거잖아. 이해하는 척하면서 정작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잖아. 말뿐이잖아. 결국 다 그렇잖아. 그러니까 당하면 안된다. 그땐 진짜 끝나는 거야. 끝.
p.21-22

-가슴이 아팠다. 말을 심하게 더듬는 겉모습 때문에 사람들이 멀리하고 사람들에게 밀려나는 소년.
이미 외로운 사람 곁에 끝까지 함께 해주지 못하고 결국에는 떠나는 것이 더 큰 상처와 좌절을 안겨주는 것을 보고 나도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안타깝고 안된 마음에 몇 번 손울 내밀다가 살기 바빠서 , 귀찮아서 연락을 못받게 되고 나도 안하게 되고 결국에는 소식이 끊긴 한 친구. ㅠㅠ

📚
사람들은 이상하다. 말을 못하는 사람은 할 말도 없는 줄 안다. 표현을 안하거나 어리숙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생각도 없고 아이큐도 낮다고 판단한다. p.71

-이 부분 읽고는 외국인을 생각했다. 타인을 대할 때는 정말 더더더 섬세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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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상 누군가의 이야기를 오래 들어 주면 좋지 않다. 누구든 어떤 이야기든 오래 들으면 결국 다 힘들고 어려운 사정을 듣게 된다. 알게 되면 아는 만큼 마음이 생기고 그 마음만큼 괴로워진다. 그 사람을 걱정하게 되고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선 사랑하게 되고 반대로 미워하게 된다. p.126

-이 문장을 읽고 <호밀밭의 파수꾼> 마지막문장이 생각났다.
”난 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한 걸 후회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이이야기에서 언급했던 사람들이 보고 싶다는것 뿐……….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민음사 p.279

용복이도 홀든도 너무나 따뜻하다.
비록 상처받고 힘든 날을 보냈지만 마음 속엔 사랑이 가득한 사람들. 대견하다.응원을 보낸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지만 우리 곁에 함께하는 좋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좀 더 섬세하고 책임감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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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샐린저 이어 -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원작 소설
조애나 라코프 지음, 최지원 옮김 / 잔(도서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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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사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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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 벅과 랭스턴 휴스처럼 놀랍도록 친숙한 이름과
나이오 마시 같은 흥미로운 외국인 이름이 눈에 띄자, 어린 시절 동네 도서관에 발을 들일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도서관을 가득 채운 책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발산하는 가운데 이제부터 내 마음껏 골라 볼 수 있다고 흥분하던 바로 그 기분이었다.
“우와.” 나도 모르게 탄성이 새어 나왔다.
제임스가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보았다.
”무슨 기분인지 알아요.”
그리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벌써 6년 차인데 아직도 그러거든요.”

이 부분이다. 이 부분을 읽자마자 나는 곧장 조애나가 되어 버렸다.

이 책은 영국에서 문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에 돌아온 조애나가 미국의 한 문학 에이전시에 에이전트로 취직해서 약 1년 동안의 시간을 보내며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해 가며 작가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이다.
조애나가 취직한 그 에이전시의 고객으로 J.D.샐린저가있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출간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팬들은 여전히 샐린저에게 팬레터를 보내온다. 조애나의 업무중 하나가 샐린저에게 온 그 팬레터들을 읽고 형식적인 문구로 답장을 보내는 일인데 조애나는 그 일을 그냥 상투적으로 할 수없음을 느낀다.
세계 여러 곳에서 자신의 삶을, 진심을, 희노애락을 전달하는 그 팬레터를 마음으로 읽으며 조애나도 그간 읽지 않았던 샐린저의 작품들을 쭉 읽어간다. 조애나만의 샐린저 이어를 만들어간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엄마가 되어 제대로 읽은 나의 샐린저 이어는 바로 그 때겠지…
그 당시 썼던 인스타 리뷰를 다시 읽어보니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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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샐린저를 접한 건 성인이 되어서, 혹은 프래니처럼 이제 막 어린 티를 벗고 세상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보편적인 상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때였다.
그런 이유로 그의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은 매년 (다시 읽을 때마다) 변화하고 더욱 깊어졌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매력적이다.
일단, 샐린저를 좋아하고 그의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샐린저와 그의 작품에 대한 사랑이 다시금 피어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나에게는 조애나라는 캐릭터가 갖는 매력이 일단 컸다. 문학적이고 순수하고 열정이 넘치는 스물 셋의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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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온종일 침대에 누워 책만 읽거나 밤새 머릿속으로 복잡한 이야기를 지어낸 적이 없었다. 《빨간 머리 앤》이나 《제인 에어》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나의 가시 돋친 욕망과 소망을 이해해 주는 진정한 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꿈꿔 본 적도 없었다.

-조애나는 이것과 딱 반대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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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리스의 문장은 신비한 생명으로 가득 차서 이야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등장인물의 심리 속으로 독자를 더욱 깊숙이, 깊숙이 밀어 넣었으며, 겹겹이 쌓인 층위를 하나씩 벗겨 내며 핵심에 이르렀다. 글이 페이지 밖으로 팔딱팔딱 뛰어나왔다.

-그리고 조애나는 책을 읽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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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정말로 그에게 끌린 이유를 생각해 보면, 바로 이거였다. 밤중에 카페에서 소설을 쓰는 일에 무한한 기쁨을 느끼는 남자라는 것. 나는 우리에겐 공통된 소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무엇보다 간절한 소망. 바로 작가의 삶.

-그리고 이 책에는 남녀 할 것 없이 책벌레가 많이 등장한다. 책벌레와 그들의 목록을 보는 것만도 나는 좋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매력은 조애나가 일하는 에이전트의 분위기와 의상 스타일, 소설 전체에 흐르는 복고 감성이다. 영화화 되어도 좋겠다 생각하며 읽었는데 이미 영화가 있었다!!

책을 좋아하고
작가를 동경하고
책벌레들을 사랑한다면
그리고 샐린저의 소설을 읽고 마음이 움직였다면
이 소설은 10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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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의 무늬 - 이해할 수 없는 통증을 껴안고 누워 있으며 생각한 것들
이다울 지음 / 웨일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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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내 통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혹은 무엇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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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자주 아픈 사주라 말하는 것이 불쾌하거나 절망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명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의 병증이 너무나 흐릿하기 때문이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과 명확치 않은 양극성 기분 장애 진단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정해진 팔자를 말해주는 것이 아주 편리하게 느껴졌다.
그것이 나를 가둘지라도 차라리 확신에 찬 말을 듣고 싶었다.

이다울 작가…. 어느 팟캐스트인가에서 추천으로 알게 된 작가이다. 읽자마자 글을 너무 잘써서 놀랐다.
에세이는 잘못 고르면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 신중하게 고르는 편인데 작가의 글을 읽는 것에 홀려서 쭉쭉 읽었다.
이 책은 젊은 작가가 자기의 아픈 몸을 살며 기록한 글인데 질병의 원인을 정확히 알 수가 없단다. 고통은 너무나 극심한데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인데 원인을 모른다니… 속상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고통은 마음의 병도 달고 나타났다.
작가는 어느 날 갑자기 발병한 육체의 질병과 그로 인한 마음들을 솔직하게 펼쳐 보인다.

읽다가 두 개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하나는 오래 전 무슨 건강 관련 프로그램인데 한 중년의 주부가 나와서 본인이 오랫동안 허리 부분 통증으로 살 수가 없는데 정형외과도 가보고 신경과도 가보고 여튼 여러 병원을 다 가봐도 원인을 알 수가 없다고 했단다. 남편을 비롯한 주변에서는 병이 오래 되니 엄살이다 꾀병이다 쉽게 이야기했고 주부는 상처를 받으며 사는데 우연한 기회에 골반관련 질병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치료를 통해 많이 회복되어 인터뷰를 한 거다. 그당시 나는 젊은 주부였는데 티비 속의 그 중년 부인이 얼마나 억울하고 외로웠을까 생각했었다.
또 하나는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였을 것이다.
한 남성 환자가 오랜 고질적인 두통으로 일상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치과,신경과 어느 곳을 가봐도 원인을 알 수가 없는 거다. 역시 그 날도 너무나 극심한 두통으로 응급실에 왔는데 한 스마트한 의사가 이비인후과적 질환을 의심해서 검사를 하고 결국 해결이 되었다. 이 장면은 약간 두려움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아픈 것도 힘든데 원인 조차 알 수 없다면 얼마나 절망적일까 아무리 의학이 발달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도 인간이 인간의 몸을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구나…. 하면서 말이다.

<천장의 무늬>에서 작가는 몇 년째 계속되는 고통에 조금씩 맞춰가며 몸과 마음을 달래 가며 살아가고 있다.
침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해 내고 도전하고 이뤄내기 위해 여느 젊은이들 못지 않게 몰두한다. 계절에 따라 증상이 달라지기도 하는 몸이 당황스럽고 걱정도 되지만 현재의 즐거움과 재미를 유예하지 않고 본인의 몸의 스케쥴에 맞게 자연스럽게 향유하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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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질병을 가지게 된 것은 큰 선물을 받은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이전과 다른 몸을 살며 새로운 기회가 열린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덜 아픈 삶을 살 수 있었다면 선물이고 뭐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덜 아픈 삶을 선택했을 것이다.

위의 문장을 읽었을 때 처음에 깜짝 놀랐다. 과연 큰 선물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는지…. 나는 못할 거 같다.
그리고 그 뒤의 작가의 말에 완전 동감한다.
원인을 알 수 없이 고통이 시작된 것처럼 원인을 알 수 없이 고통이 사라져 완쾌되기를 응원한다.
그리고 이 빛나는 글솜씨로 책도 많이 써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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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설은아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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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시를 기획한 이가 있었다는 것,
이곳에서 자신의 가장 은밀한 속마음을 털어놓은 관람객이 있었다는 것,
모두 기적 같고 아름답다.

나와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고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완벽한 타인에게라면 나도 쏟아내고 싶은 답답한 마음들이 있다.
내 마음이 편견없이, 판단없이, 시기나 질투 없이 있는 그대로 전달될 수 있다면…

450편의 사연들을 읽고 있자니
우리는 모두 비슷하구나, 우리는 모두 안쓰럽구나
이런 저런 이유로 참고 상처받고 외로워하고 슬퍼하고 사랑에 목말라 하는구나…
위로 아닌 위로를 씁쓸히 느끼지만
그런데도 아닌척 하면서 소통할 수 없다는 사실에인간관계의 절망과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비록 상대에게 직접 전하지 못한 부재중 전화가 되더라도 내 마음을 쏟아내야 나는 살 수 있을 것 같다.
상대가 없다면, 상대를 차마 볼 수 없다면,
글을 쓰거나, 글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허공에 외치더라도 내 마음을 발견하고 확인하고, 언젠가 진심이 전달될 순간을 기다려야,그나마 살 수 있을 것 같다…
전시회의 공중 전화 부스 안의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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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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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을 한껏 안고 책장을 넘겼다.
김영민 교수님 아니신가…ㅎㅎ

이 책은 제목에 대한 명확한 답은 아닌 것 같다.
하긴 그런 게 어디 있겠는가. 누군들 속시원히 답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책 전체가 막 허무로 가득차 고뇌와 우울과 어찌할 바 모르는 번민으로 가득차 있지도 않다.
오히려 저자는 어차피 인생은 허무한 것이고 현대인만 그런 것도 아니고 아주 오래 전부터 모든 인간은 허무에 대해 천착해 왔음을 인정하고, 허무에 대한 여러가지 답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결국은 그 허무라는 것과 더불어 살랑살랑 이 한 세상 목적 없이 산책 하듯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희망도 위로도 허무에 대한 해결이 되지 못하며 그런 것들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상태가 답이라고 한다.

시간에 속한 이상 인간은 누구나 죽고,
인생은 계획한 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우연이라는 이름의 복병이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성공, 부, 명예를 이룬 들 허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저자는
너무 얽매이지 말고 너무 안달하지 말고 너무 집착하지 말고 유연할 것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고 느끼며 생각하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기를 권한다.
최선을 다해 자기 인생을 살아가되
삶이 과제가 되지 않는 인생.

역시나 이 책에서도 저자의 박학다식함에 반한다.
그리고 빵 터지게 큰 웃음을 주는 부분도 있는데
이를테면
“간밤에도 착실하게 늙어갔다.” (p.54)
“그 모습을 보는 학생들은, 오늘도 선생님이 은은하게
미쳤구나 하는 눈초리를 하며 잠시 기다려준다.“(p.130)
같은 표현들.. 표현이 정말…ㅎㅎㅎㅎ

그리고 우리 남편과 저자의 단 하나의 공통점을 찾았으니 바로 그것은 산책.
우리 남편도 산책 중독자인데, 이제부터 산책 더 많이 하라고 목적 없이 실컷 걸으라고 웃으며 말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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