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의 무늬 - 이해할 수 없는 통증을 껴안고 누워 있으며 생각한 것들
이다울 지음 / 웨일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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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내 통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혹은 무엇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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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자주 아픈 사주라 말하는 것이 불쾌하거나 절망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명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의 병증이 너무나 흐릿하기 때문이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과 명확치 않은 양극성 기분 장애 진단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정해진 팔자를 말해주는 것이 아주 편리하게 느껴졌다.
그것이 나를 가둘지라도 차라리 확신에 찬 말을 듣고 싶었다.

이다울 작가…. 어느 팟캐스트인가에서 추천으로 알게 된 작가이다. 읽자마자 글을 너무 잘써서 놀랐다.
에세이는 잘못 고르면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 신중하게 고르는 편인데 작가의 글을 읽는 것에 홀려서 쭉쭉 읽었다.
이 책은 젊은 작가가 자기의 아픈 몸을 살며 기록한 글인데 질병의 원인을 정확히 알 수가 없단다. 고통은 너무나 극심한데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인데 원인을 모른다니… 속상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고통은 마음의 병도 달고 나타났다.
작가는 어느 날 갑자기 발병한 육체의 질병과 그로 인한 마음들을 솔직하게 펼쳐 보인다.

읽다가 두 개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하나는 오래 전 무슨 건강 관련 프로그램인데 한 중년의 주부가 나와서 본인이 오랫동안 허리 부분 통증으로 살 수가 없는데 정형외과도 가보고 신경과도 가보고 여튼 여러 병원을 다 가봐도 원인을 알 수가 없다고 했단다. 남편을 비롯한 주변에서는 병이 오래 되니 엄살이다 꾀병이다 쉽게 이야기했고 주부는 상처를 받으며 사는데 우연한 기회에 골반관련 질병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치료를 통해 많이 회복되어 인터뷰를 한 거다. 그당시 나는 젊은 주부였는데 티비 속의 그 중년 부인이 얼마나 억울하고 외로웠을까 생각했었다.
또 하나는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였을 것이다.
한 남성 환자가 오랜 고질적인 두통으로 일상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치과,신경과 어느 곳을 가봐도 원인을 알 수가 없는 거다. 역시 그 날도 너무나 극심한 두통으로 응급실에 왔는데 한 스마트한 의사가 이비인후과적 질환을 의심해서 검사를 하고 결국 해결이 되었다. 이 장면은 약간 두려움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아픈 것도 힘든데 원인 조차 알 수 없다면 얼마나 절망적일까 아무리 의학이 발달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도 인간이 인간의 몸을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구나…. 하면서 말이다.

<천장의 무늬>에서 작가는 몇 년째 계속되는 고통에 조금씩 맞춰가며 몸과 마음을 달래 가며 살아가고 있다.
침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해 내고 도전하고 이뤄내기 위해 여느 젊은이들 못지 않게 몰두한다. 계절에 따라 증상이 달라지기도 하는 몸이 당황스럽고 걱정도 되지만 현재의 즐거움과 재미를 유예하지 않고 본인의 몸의 스케쥴에 맞게 자연스럽게 향유하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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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질병을 가지게 된 것은 큰 선물을 받은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이전과 다른 몸을 살며 새로운 기회가 열린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덜 아픈 삶을 살 수 있었다면 선물이고 뭐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덜 아픈 삶을 선택했을 것이다.

위의 문장을 읽었을 때 처음에 깜짝 놀랐다. 과연 큰 선물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는지…. 나는 못할 거 같다.
그리고 그 뒤의 작가의 말에 완전 동감한다.
원인을 알 수 없이 고통이 시작된 것처럼 원인을 알 수 없이 고통이 사라져 완쾌되기를 응원한다.
그리고 이 빛나는 글솜씨로 책도 많이 써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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