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기 민주주의 - 알고리듬이 선거가 되고 고양이가 정치인을 대체한다
나리타 유스케 지음, 서유진.이상현 옮김 / 틔움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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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의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만 내 기준으로는 기존에 내가 몰랐던 사실, 정보를 알게 되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후자. 민주주의 선거에 대해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비트코인으로 웹 3.0의 시대에 살면서 왜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투표는 직접 투표소로 가서 도장을 찍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는지 생각해 보지 못했다.

이 책은 단순한 수기 투표 방식을 바꾸는 것을 넘어 극단적으로 무투표를 제안한다. 발상 자체가 놀라운데 생각해 보면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적용하고 있는 알고리즘 방식을 민주주의 선거에 대입하는 것이라 놀랍지 않은 두 가지를 놀라운 방식으로 연결하는 혁신을 말한다.

그러니까 쉽게 이야기하면 알고리즘 선거 방식이다.

사람들의 의견을 모와 한 사람의 정치인을 정하고 그 정치인이 내 정책 의사를 대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서 사람을 뽑는 게 아닌 정책별로 선택을 하는 것이다. 각 논점별 이슈별로 선거를 하는데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라 무의식 속에서 선택하는 규칙, 알고리즘을 선거에 이용하는 발생이다.

놀라운 방식인데 사실 지금의 선거 방식 역시 놀라울 정도로 허술하고 단순화된 대충 설계된 방식이다.

우리는 복잡한 정치 결정을 단순히 "어느 정당을 뽑을까?", "누구를 뽑을까?" 단 2가지로만 결정한다. 이 투표 데이터는 투자의 뜻과 생각을 극히 일부만 반영하게 되고 결국 투표자의 정치 불신, 혐오 현상을 야기한다.

지나치게 구세대 방식인 선거를 아직까지 바꾸지 않은 이유는 선거 데이터 처리 방식이 이전에는 이것밖에 없었고, 또 기존의 정치 기득권이 자신에게 유리한 지금의 방식을 바꿀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무의식 민의 데이터와 구체적 정책을 연결하는 무의식 민주주의, 선거 없는 민주주의는 공상 과학 속에 존재하는 SF 수준의 아이디어다. 개인 정보 보호와 무의식 선택의 기준, 도덕적 문제점, 데이터 처리 방식과 공정성 등 너무나도 많은 문제점들이 산재한다.

그런데 지금의 선거 방식은?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의 이원론적 선택, 선동과 로비, 부정 투표와 언론 장악 등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비효율적인 비용과 불필요한 조직, 특정 정치인의 권력 집중과 남용 등 민주주의 근간 자체를 흔드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다만, 인공 지능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는 알고리즘 학습이 인간의 의식적 선택을 대신한다는 발상은 설사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며 경제적이기까지 하다고는 해도 아직까지 마음 편하게 긍정하지는 못할 것 같다.

비록 실수하고 실패하고 좌절하더라도 내가 직접 선택하고 싶은 심리가 불완전하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민주주의에 대해 배우고 생각할 점이 많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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