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화려하진 않아도 자꾸 생각나고, 생각나다 보면 잔잔한 미소가 스치게 하는 그림책! <사유미네 포도> 가 바로 그런 책이란 생각이 들어요. 주렁주렁 열린 포도를 다 익을 때까지 기다리지만 맛있게 익은 포도는 동물들이 먼저 먹어버리고 마네요. 몇 송이 안 남은 포도나무 덩쿨 아래에서 너무 슬퍼서 눈물이 핑그루루…….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사유미의 동심이 예뻐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네 살 사유미의 글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합니다. 화려한 미사어구가 있지 않지만 그 글이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사유미의 동심이 그대로 빛을 발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게다가 그림 작가인 ’후쿠다 이와오’ 의 수채화처럼 잔잔하지만 아이의 감정을 세밀하고 읽고 그린 그림은 아이의 마음 읽기가 충분이 될 수 있게 해주고 있어요. 포도는 내년에도 또 열릴거라는 엄마의 말에 “그럼 그 땐 내가 먼저 실컷 먹을 거야.” 이렇게 끝이 났더라면 생각날 때 마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진 않았을거예요. 마지막 장은 네 살 사유미의 동심이 아주 잘 나타나 있답니다. 이 그림에서 짐짓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후쿠다 이와오는 아마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아닐까?’란 생각을요. 뭐 아니면 어떻습니까? 아이의 순수한 동심에 작가도 녹아든 듯한 그림들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그 마음에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지는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