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문학동네 동시집 7
김륭 지음, 홍성지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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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할머니가 입고 있던 빨강내복처럼 몸에 착 달라붙어 있는 관습적인(?) 상상력에서 조금이라도 멀리 달아나 보고 싶었습니다. 울퉁불퉁 이야기가 있는 동시를 쓰고 싶었고 아이들보다 먼저 엄마 아빠에게 읽어 주고 싶었습니다』 

김륭 시인의 ’책머리에’ 쓰여진 글입니다.
빨강내복의 관습적인 상상력에서 멀리 달아난 동시란 어떤걸까 짐짓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김륭 시인이 동시를 엄마인 내가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밥풀’
여지껏 밥도 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상상을,,,  미처 못해본게 참 이상하단 생각이 듭니다.
노루귀도 애기똥도 예쁜 풀인데도 말이죠. ^^
밥+풀=밥풀이 된다는 시적 발상과 연상이 김륭 시인이 가진 독특한 시의 완성을 가지게 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김륭 시인만의 독특한 개성 때문인지 읽다보면 가볍게 읽혀지지 않는 동시들을 만나게 됩니다.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거지?’
곰곰히, 차근차근 재차 읽어보고서야 동시의 숨은 표현을 발견하게 됩니다.
따뜻한 느낌의 시심이 곳곳에 숨어 있어 한 번 읽고는 그 숨은 따뜻함을 제대로 알아차릴 수 없더군요.
아이들보다 먼저 엄마 아빠에게 읽어 주고 싶다는 김륭 시인의 뜻이 여기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고추잠자리를 관찰하다 보면 조금 날다가는 멈추었다가 다시 조금 날고 멈추기를 반복합니다.
아이들을 고추잠자리에 빗대어 표현한 동시 「고추잠자리」는 학교에서 영어 학원으로, 영어 학원에서 논술 학원으로, 논술 학원에서 피아노 학원으로…….
쉼 없이 반복하며 나는 고추잠자리 생활 같은 요즘 우리 아이들의 생활을 겹쳐 놓습니다.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까요?
하지만 아이들의 고단한 일상을 "랄랄라 춤을 춰요"라고 표현합니다.
자유로운 상상, 관습에 맞선 상상이 얼핏 상투적이기만 할 것 같은 동시를 새롭게 들려 줍니다. 

김륭 시인의 동시는 자유롭게 숨겨 놓은 그림을 독자로 하여금 찾아보게 하는 동시집입니다.
한 번 읽고는 잠시 머뭇거리게 되지만 시인이 숨긴 의미를 찾고자 다시 한 번 읽게 되면,
숨은 그림 찾기의 정답을 거꾸로 써 놓은 해답을 보고는 바로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의외로 쉽게 그 의미를 찾아 볼 수 있게 합니다. 

오십을 앞둔 남자가 이렇게 여리고 아름다운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니…….
산타할아버지가 있고 천사가 있다고 믿는 아이들의 그 마음을 이미 가지셨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잃어버린 동심과 함께 해 보았습니다.
도망친 동심을 잡아 오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합니다.
도둑고양이가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이유도 알 수 있을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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