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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뮤지엄 - 디자인으로 읽는 인간 욕망의 역사
김신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7월
평점 :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반갑고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오래전 전공서적으로 읽었던 《그래픽디자인의 역사》 옆에 나란히 꽂아두고 싶을 만큼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디자인 뮤지엄》은 디자인의 역사를 단순히 시대와 사조, 디자이너와 작품을 중심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산업화와 전쟁, 전후 재건과 대량생산 등 사회의 변화 속에서 인간이 무엇을 원했고, 그 욕망이 어떻게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왔는지를 보여준다.
더 편리하고 싶고,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고,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고, 더 많이 기록하고 보고 표현하고 싶은 인간. 그 욕망은 도구를 만들고, 가구를 바꾸고, 활자를 발전시키고, 사진을 탄생시키며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까지 변화시켰다.
특히 바우하우스와 발터 그로피우스 등 익숙한 디자인사의 인물과 흐름을 다시 만나는 재미가 있었다. 예술과 기술의 결합, 기능과 형태, 대량생산과 디자인의 민주화 같은 오래된 화두가 지금의 디자인과도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뜻밖에 피터 드러커를 만난 것도 인상적이었다. 경영과 조직의 사상가로 알고 있던 그의 생각이 사무공간과 액션 오피스, 디자인의 변화와 연결되는 과정을 보면서 디자인의 역사는 결국 경제·경영·기술·사회·문화의 역사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디자인을 ‘공기’에 비유하듯 디자인은 우리 생활에 너무 밀착되어 있어 오히려 잘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주변의 사물과 공간을 이전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생각해보면 정말 ‘디자인 아닌 것이 없다.’
책은 네 개의 전시실을 거니는 구성으로 인간이 어떻게 살고, 다루고, 기록하고, 보는지를 따라간다. 각 전시실의 인트로와 아웃트로가 독자가 무엇을 바라보고 어떤 질문을 품으면 좋을지 안내해주어, 두꺼운 책이지만 한 전시실씩 관람하듯 읽어나갈 수 있다.
과거의 디자인을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시선은 현재에서 멈추지 않는다. 인간의 욕망이 지금까지 디자인을 변화시켜왔다면, 앞으로의 욕망은 또 어떤 도구와 공간,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낼까. 자연스럽게 미래까지 생각하게 한다.
책 한 권을 읽었는데 잘 만든 디자인 박물관을 천천히 돌아보고 나온 기분이다.
디자인을 전공하거나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흩어져 있던 디자인사의 지식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주는 책으로,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사물과 공간을 통해 인간의 역사와 욕망을 읽어보는 교양서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