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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적 일상 - 추억은 쇼와에 모인다
이주호 지음 / 디앤씨북스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도쿄적 일상" 제목은 가벼운 여행에세이 였지만 내용은 인문학적 에세이라는 어느 평론가의 말대로 쉽고 가벼운 내용은 아니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이 주는 느낌은 외국이라기 보다 대한민국의 도시를
연상케 한다.
이주호 작가는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 편집과 웹진 기자로 일한 이력의 소유자로 지금은 여행
웹진 브릭스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작가와의 대화를 나누기 전에 도쿄에 대해서 잠깐 살펴보았다. 네이버에서 검색하 도쿄는 일본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라고 소개되어 있다.
도쿄( 는 일본의 혼슈 동부에 있는, 메이지 시대 이후 사실상 일본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이다. 행정 구역 상으로는 도쿄 도에 속하지만, 도쿄 도는 다마 지역이나 이즈 제도, 오가사라 제도의 넓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어, 도시라는 뜻의 "도쿄"와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동경에는 일본 각 정부 부처, 일왕이 기거하는 고쿄 등이 있다. 도쿄는 세계에서 제조업이 가장 발달한 도시이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세계의 게임산업, 만화와 애니메이션 산업, 영상, 디지털, 첨단산업 등의 중심지이다. 도쿄는 세계 최대의 지하철 교통망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광역권을 구성한다. 뉴욕, 런던과 함께 세계 문화 수도로 불린다.
영화평론가 박우성이 말했듯이 도쿄적 일상은 소설처럼 세밀하고, 시처럼 유연하고, 영화처럼 다채롭고, 철학서처럼 진득하게 한 땀 한 땀 적어나갔다.
보통 여행의 목적은 나를 찾고 리프레쉬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여행을 넘어 다른 나라에
일정 기간 거주하는 경우에는 외국의 삶 속에서 또 다른 감정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되면 향수란 이름으로 불리우게 되지만 이 책에서는 이와는 다른 감정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를 꼽자면 "유유자적"이 있다.
사전을 뒤져보니 여유가 있어 한가롭고 걱정이 없는 모양을 일컫는다고 한다. 저자는 복잡한 서울을 떠나 찾아간 도쿄에서의 일상을 가볍지 않게 풀어나간다. 나 역시 몹시 바쁜 서울 직장인 생활 속에서
유유자적 도쿄의 일상을 즐기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가볍게 주고 받는 대화 속에는
일상의 감정을 넘어 역사에 대한 깊은 생각과 지식이 버무려져 더 없이 읽기 편했다.
도시의 모습은 지리 조건이나 주민들의 감성, 문화 취향, 사고의 방향성 같은 것에는 눈곱만큼도 좌우
되지 않는다 전적으로 땅 부자들이 세상을 보는 가치, 풍토의 영향만 받는다. 그래서 오히려 사람들의
감성이나 취향이 부의 지향성을 세게 드러내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환경의 영향을 받아 왜곡되거나
지속적인 굴욕감을 맛보며 살아가게 된다.(p49)
도쿄가 생활권인 사람들의 생존 조건, 여가의 조건은 최소 50년에서 500년 전에 형성되었다. 생활의
자잘한 변화는 늘 거듭되어 왔겠지만 결국 모두 도시가 간직해 온 수십, 수백 년의 침묵에 동참할 수
밖에 없었다. 도시는 취향의 묘지다. 인간이 이동하고 깨달으며 결국 닿고자 하는 장소, 내가 매일
산책을 나서고 마지막 산책을 나설 동네가 나의 묘지다.(p51)
생각해 보면 디즈니가 순수의 영역으로 남은 건 디즈니의 경영 방침 때문이 아니다. 동심을 완벽하게
상업의 영역으로 제한하고 그 외부세계에서는 아이가 어른스럽고 현명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교육
방침의 공이 더 크다. (p101)
그 많던 개성들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남다른 차림의 사람들이야 여전히 눈에 띄지만 그래도 시부야 거리는 2000년대의 개성만큼 과감하지 않다. 개성이나 자아가 기업과 인문 지도서들이 인간의 유일
한 미덕인 것 처럼 퍼뜨렸던 가짜 상품이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생각에는 오히려 지나간 개성의 시대가
지금처럼 다양한 자격을 요구하는 시대보다 아름다웠다. 개성의 시대는 개성을 찾기 위해 시간을 보내
라 했지, 자격을 갖추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p196)
일본에는 딱히 여행자 거리라 할 만한 곳이 없다. 440조에 달하는 내수 시장 규모에 외식시장만 30조를
넘는 나라다 보니 외국인 몇 명이 밥 몇그릇 더 시키고, 집에 갈때 휴족시간이나 바나나 빵 몇 상자
사간다고 해서 기쁠 게 없는 사람들이다. (p236)
나는 결국 유유자적 인생을 살아가게 될까, 갈팡질팡 종종 걸음이나 치게 될까? 내가 나선 산책길에
출구는 있는 걸까, 없는 걸까?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걸을 수 있는데까지 걸어보는 것이지만, 걸어본
다고, 살아본다고, 정말 알게 되는 걸까? 길 끝에서 내가 보게 될 불꽃은 또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모양이야 그때 느끼게 될 재미로 남겨두고, 일단은 등대까지만이라도 걸어가 보는 거다. (p323)
가볍게 여행에세이를 읽고 머리를 식히려고 한 계획이 무산되었고,
하루의 일상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게 있어 여행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쉬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저자처럼 하루 일상을 관찰하며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부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장 한장이 모두 의미가 있어서 그냥 넘길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고 더 음미하기 위해서 계속 옆에 두고 볼 생각이다.
각박한 서울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누렸던 도쿄의 일상, 그 유유자적 함을 나도 누려보고 싶었다.
이 책을 쓴 이유가 여럿 있겠지만 독자로 하여금 유유자적한 산책의 공간을 찾아 떠나는 일상의
사치가 때론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것으로 이 책의 소임은 충분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