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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인
쓰카사키 시로 지음, 고재운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퇴근해서 집으로 들어선 주인공은 쓰러져 죽어 있는 아내를 발견합니다.그런데 그때 죽은 아내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습니다.어떻게 된일일까요?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소설 <무명인>은 시작됩니다.
주인공을 납치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주인공을 죽이려는 사람들이 있고 그 주인공을 도와주는 여기자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알수 없는 사건 속을 헤매는 가운데...
평소에는 영어라면 어려워서 피하던 그가 영어 잡지를 술술 읽고, 전문적인 과학지식을 말하고 있는 이상한(?) 자신을 발견합니다.
주인공은 혼란스러운 기억 속에 뭔가 비밀이 있음을 깨닫고 여기자 지아키의 도움을 받아 이 사건을 파헤쳐 나갑니다.
소설은 읽는 이로 하여금 마지막까지 사건의 비밀을 궁금하게 만들면서 흥미진진하게 끌고 갑니다.
이 소설속 주인공이 친구이자 직장동료인 이부키에게
"네가 사귀고 있는 친구는 직장 동료로서의 일러스트레이터야, 아니면 나야?"라고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동안 주인공이 이부키에게 보여준 말과 행동이 그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면 그에게 친구로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소설의 내용과는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다른 방향의 의문이지만 최근 읽고 있는 인문학 서적의 내용과도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나라는 사람을 안다는 것은 그 사람 속의 기억에 나의 어떤 부분을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만들어낸 여러가지 이미지, 말하는 것, 카톡이나 SNS, 기타 내가 쓴 글들과 사람들에게 보여준 행동들에 의해 나를 인식하고 있을 것인데 그게 과연 내가 생각하는 나의 본모습과 얼마나 일치할까?
어쩌면 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나의 모습과는 다른 내가 원하는 나의 이미지를 만들어서 보여주며 기억하게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예전에 보았던 '매트릭스'라는 영화도 생각나고 먼 미래에는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돈주고 사서 내 기억속에 심어 그렇게 행동하고 말하게 할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러면 그건 나인가? ㅎㅎ)
사람의 기억과 관련한 과학적 내용을 바탕으로 한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이면서 마침 읽고 있는 인문학 책 속의 내용과 연결지어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어서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