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과 도넛 - 존경과 혐오의 공권력 미국경찰을 말하다
최성규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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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찰 하면 몸 좋은 경찰관이 거칠게 용의자를 제압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총격전과 함께 강한 공권력으로 한국경찰과 비교되곤 한다.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에서도 경찰서장 역할인 위검은 항상 제공되는 도넛을 먹으며 다닌다. 이렇게 우대받고 멋있는 경찰이 과잉진압으로 말이 많다. 왜 그리 무지막지한 공권력을 가지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 총기문화까지 깊게 다룬다.
현직 경찰서장이 썼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지 않아 좋았다.

한해 십만 명이라는 인원이 총기 사고로 죽거나 다치고 있고, 민간인의 총기소지가 허용된 나라다 보니 그만큼 치안유지가 중요하고 경찰 또한 목숨을 걸고 활동을 한다. 경찰과 검찰사이 경찰 노조라는 단체도 존재해 권리를 나서서 지켜준다. (민원인에게 폭행당하기도 하는 우리나라경찰을 떠올리며 우리도 노조가 존재하는 것이 괜찮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다.)

경찰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모습도, 1인경찰서가 존재한다는 것도, 퇴근 후 부업이 공식적으로 인정된다는 것도 우리나라와 너무 다른 점에서 흥미로웠다.
조지플로이드사건 후 투표를 통해 경찰서를 해산시킨 것도 우리나라 해경해체가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이제 자치경찰제가 도입되었고 점진적으로 실시한다고 한다. 시기적으로 딱 맞는 책을 읽지 않았나 싶다.
미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발달할 수 있었던 제도가 우리나라에선 어떻게 자리 잡을지, 그리고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미국은 전국 1만 7,985개 경찰서 각각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경찰관 수는 50개 주에 50개 주경찰이 6만 명의 경찰관을 고용하고 있고, 3,083개 보안관사무실에서 부보안관(deputy) 18만 명, 1만 2,501개 기초자치단체 경찰서에서 경찰관 46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이 다 다른 제복을 입고 다른 경찰마크를 단 순찰차를 타고 각각의 경찰서장에게 지휘를 받는다. - P17

미니 경찰서가 가능한 이유를 분석해보면 첫째, 경찰 공권력에 대한 존중과 경찰관을 다치게 하면 받게 되는 막중한 처벌이다. 한국이야 경찰관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위력을 가해도 공무집행방해로 처벌하기 쉽지 않다. 반면 미국은 경찰관을 상대로 하는 범죄는 물론이고 정당한 지시에 불응하는 것도 바로 체포가 되고 처벌이 뒤따르니 한 명의 경찰관이 혼자 순찰차를 몰고 순찰을 하는 게 두렵거나 어색하지 않다. 둘째, 시스템의 힘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주경찰관과 보안관 그리고 시경찰이 서로 돕고 협력한다. 만약 미니 경찰서 관할지역에 대형 사건이 발생하면 미리 구축해놓은 인근 경찰서들과의 협력시스템에 의해 도움을 받거나 보안관 또는 주경찰이 즉각적으로 지원한다.
- P74

한국의 국가경찰은 중앙에서 통제하는 대규모 조직인 데다 집회·시위나 혼잡경비를 위한 기동부대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집회·시위문화가 달라 상설부대가 없을뿐더러 규모가 작은 경찰서가 많아 범죄정보공유 외에도 자치경찰이 당면한 문제점이 많다. 인구가 200만 명이 훌쩍 넘는 시카고 같은 대도시는 경찰서도 커서 자연재해나 인질극, 대형집회 등 각종 사건사고에 독자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만, 대다수의 자치경찰은 대형 사건이나 재난에 혼자 힘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래서 자치경찰들끼리 그룹인 협회를 만들어 자주 모이고 협정을 체결해 서로 돕고 지원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어 있다. 협업을 위해 작은 규모의 경찰서들이 만든 협력시스템 중에는 일시적인 것도 있지만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상시체제로 꾸려놓고 상근직을 두고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 P80

경찰이 훌륭한 치안행정을 하면 주민들은 그만큼 애정을 표하고 지원하지만, 반대로 부패스캔들이나 범법행위가 드러나면 애정은 분노로 변한다. 2020년 6월 26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시의회는 5월 25일 발생한 시경찰관 데릭 쇼빈에 의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을 계기로 시경찰을 해산하는 투표를 실시해 가결시켰다. 제적의원 3분의 2 이상 가결하면 시장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한데, 만장일치 가결이어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시의회가 경철서를, 그것도 경찰관이 1100명이나 되는 대규모 경찰서를 투표로 통해 해산시켜버린 것이다. 미니애폴리스가 미네소타주의 가장 큰 도시이고 유명하다 보니 이번 뉴스가 더욱 충격적인데 사실 자치경찰제가 자리 잡은 미국에서는 경찰서 해산이, 물론 미니애폴리스 경찰처럼 큰 조직이 해산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지만,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 P112

경찰서를 닫으면 경찰관들은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일부는 보안관으로 채용되기도 하고 일부는 다른 도시의 신규채용 경찰서를 알아봐야 한다. 문 닫은 경찰서의 순찰차는 다른 경찰서에 팔리거나 경찰장비를 제거한 후 일반인에게 경매되기도 한다. 자신이 거주하는 도시나 마을의 경찰서가 문 닫는 것을 주민들은 매우 마음 아파한다. 자치 경찰서는 경찰관이 지역 지리와 주민 사정을 잘 알기도 하고 경찰서도 지역 안에 있어서 출동시간이 빠르지만, 보안관과 계약하면 비록 부보안관이 순찰은 하겠지만 전보다 훨씬 적은 이원과 순찰차가 배정되고 보안관사무실도 멀리 있다 보니 치안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P115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지도자는 시민들로부터 존경받거나 두려움을 받아야 한다면 두려움을 받는 쪽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경찰이 그 나라 시민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인지 두려움의 대상인지 묻는다면 한국경찰은 존경은 몰라도 두려운 존재는 아닌 것 같다. 미국은 공권력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확실히 공권력에 도전한다는 것은 혹독한 결과를 감수해야 할 무모한 짓이다. 경찰이라면 공권력이 강한 미국경찰이 부러울 수 있지만,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존경과 두려움이 건강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미국경찰이 마약수색 위해 주택에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장면을 보면 이들의 무서운 공권력을 느낄 수 있다. "문 열어라"라는 경고 후에도 문이 열리지 않으면 쇠봉으로 문을 부수고 진입하고, 영장집행에 저항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심지어 놀라서 달려드는 개도 사살해버리고 수색을 한다는 이유로 가구나 소파도 처참히 부순다.
- P145

미국경찰의 공권력이 강한 이유는 민간인 총기소유가 가능하고 강한 경찰노조가 존재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법적 보호장치가 확실하게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불심검문에 해당하는 ‘테리스톱’은 경찰관이 합리적 의심이 들 때 보행자나 운행자를 정지시키고 건문검색을 할 수 있는 권한으로, 통과 20분 정도 억류가 가능하다. 또한 신분확인을 위해 신분증제시나 신분을 밝히라는 요구를 했을 때 이에 협조하지 않으면 지시명령위반으로 즉시 체포될 수 있고, 구류 2일 또는 사회봉사 100시간이 부과될 수 있다. - P146

흑인에게 백인경찰관은 인종차별주의자이고 흑인경찰관은 배신자이다. 한 백인경찰관은 신입 시절 신고현장에서 흑인을 만나면 백인을 대할 때보다 훨씬 더 친절하게 행동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지가 아무리 노력해도 흑인에게 사사건건 트집이 잡히고 결국 인종차별주의자로 불리기는 마찬가지여서 지금은 포기하고 백인이든 흑인이든 똑같이 대한다고 한다. 한 흑인경찰관은 자신이 경찰관을 지원하자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흑인친구들이 모두 자기를 떠났다고 한다. 인종차별적 법집행이 남긴 상처의 골은 이렇게도 깊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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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 지금 바로 기본소득
금민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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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AI로봇에게 일자리를 모두 빼앗기면 인간은 어떻게 될 것인가.
로봇을 소유하고 있는 소수자들이 모든 부를 독점하고 나머지 일자리를 잃은 인간들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 인가 해서 시작된 논의들이 코로나시대를 맞이해 다시 불이 붙었다. 전 국민에게 나눠줬던 재난지원금 때문이다.

핀란드에서는 이미 활발히 논의 되었던 문제고 2019년 무작위로 선발된 2000명에게 약 70만원 기본소득을 나눠주는 실험을 실시했었다. 실험군과 대조군사이에서 고용적인 측면에선 큰 차이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기본소득정책을 고용촉진으로 추진했던 중도우파 정권의 실패라고도 볼 수 있지만 결과물은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기본 소득을 받은 사람들이 훨씬 더 행복했다. 자존감이 높았고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건강상태도 좋았다. 재정적 안정감을 느끼고, 타인과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역시 상승했다. 앞으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역시 높았다. 짧은 실험기간과 적은 실험군이라 오차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유의미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 사회와 핀란드는 너무 다르다. 여기서 시작된 궁금증으로 이 책을 찾아 읽어보게 되었다.

1부에서는 기본소득의 정당성 문제를 현재의 사회경제적 맥락과 연결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2부에서는 생태, 젠더, 민주주의 등 사회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방향과 딜레마변화를 말한다.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똑같은 금액을 무조건적으로 지급한다고 하면 분명 공산주의니 말도 안되는 포퓰리즘이라고 비난받는다. 그렇게 되면 누가 일을 할꺼냐고 말이다.
하지만 2000년전 로마의 키케로부터 시작해 17세기 영국 철학자 로크, 미국의 사상가 토머스페인, 노벨경제학상의 허버트사이먼에 이르기까지 논의가 계속 되어 왔다.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 세상의 모든 것에는 주인이 있고, 현세대의 소득 90%는 전세대가 축적한 지식을 활용한 결과다. 개개인의 기여가 아닌 전 세대 인류가 축적해온 부의 결과물이라면 그 몫은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구는 개인의 것이 아닌데 왜 토지를 선점한 사람들이 부를 독차지 해야하는가.
인터넷 활동은 모든 이가 하는데 왜 빅데이터로 얻은 수익은 소수의 기업이 독차지 하는가.
우리 모두 그 수익을 나눠받을 권리가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며 책은 시작된다.
가난을 구제하는 일시적인 포퓰리즘이 아닌 관점의 변화를 말한다. 기본소득은 결국 여유로운 시간과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선택권을 만들어준다. 여기서 젠더문제(여-남 소득격차)를 해결할 방법도 모색하게 만들어준다.

예전 친구와 기본소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 친구는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를 이야기 하며 필요 없는 공산당(?)같은 주장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했었다.
그때 내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좀 더 의견을 내세워 말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월 70만원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물론 세금은 많이 내겠지만) 내 삶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생각해본다.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 더 좋았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원색적인 비난보다는 전국민적인 관심과, 깊은 사유를 기반한 사회적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모두의 몫이란 무엇인가? 모두의 것으로부터 발생한 수익을 뜻한다. 즉, 모두의 몫이 무엇인가를 따지기 위해서는 모두의 것이란 무엇인가를 먼저 논해야 한다. 과연 무엇을 모두의 것으로 볼 것인가. 가령 지구는 누구의 것일까? 지구는 모든 사람의 것이다. 토지를 개간한 사람이 토지가치를 증대시켰는지는 몰라도 토지 그 자체를 창조한 것은 아니다. 건물을 지은 사람이 대지를 만들지도 않았다. 토지 그 자체의 원천적인 소유권은 법적인 소유권과 무관하게, 인류의 개별적인 구성원 모두가 공동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토지의 활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개인이 독차지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여기에서 나온 수익의 일부는 개별적인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 P10

즉, 가치를 증대시킨 사람은 가치가 증대한 부분에 대해서만 권리를 가질 뿐이고, 가치증대 이전의 원래의 권리는 모두에게 그대로 남아 있다. 페인은 비록 개간에 의해 토지의 가치증대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개간한 사람이 토지 그 자체를 만든 것은 아니기에 모든 사람은 원천적인 공유권인 ‘자연적 소유권’도 여전히 인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 P71

플랫폼 노동은 의미심장한 현상이다. 그것은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생계노동이 어떤 방식으로 조직될 수 있는지를 범주적으로 드러낸다. 자동화가 이미 자본주의 경제의 심장부로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의 증대가 그다지 놀라울 정도가 아닌 이유는 플랫폼 노동의 확대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가 작업하는 클라우드 노동과 거래는 온라인을 거치지만 서비스의 제공은 대면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주문형 앱노동으로 나눌 수 있다. 우버와 같은 상업적 공유경제의 노무제공자들, 그 밖에 플랫폼에 의해 조직되고 매개되면서 인공지능에 의해 관리되는 여러 종류의 일들은 모두 주문형 앱노동의 일종이다. 이들은 노동계약의 바깥에 존재하며 봉급생활자라는 전통적인 맥락의 노동자가 아니다. - P146

유의미한 액수의 기본소득은 노동자가 저임금의, 저생산의, 낮은 질의, 열악한 노동조건의 일자리를 거부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또한 "무조건적 기본소득은 실제로 구직자들의 협상지위를 강화하며, 무조건적 기본소득의 액수가 커질수록 더욱 그러하다." 저임금의, 저생산의, 낮은 질의, 열학한 노동조건의 일자리에 대해서, 자본가는 임금을 높이고 노동조건을 개선 시키는 등의 조건을 개선시키는 등의 조치를 하거나 노동을 기계로 대체하게끔 강제된다. - P153

기본소득의 권리는 정치적 시민권과 별도의 권리이고 그 정당성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증이 필요하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공통부 배당론의 출발점인 페인도 자신의 계획의 정당성을 평등한 시민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은 토지의 자연적 소유자였다는 가정에서 찾았다. - P187

기본소득의 무조건성에 관하여 제공되어야 할 논거는 그것이 시민권의 원리로 비슷하다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안에서 공통부의 소유자는 모든 시민이기 때문에, 노동을 하든 않든 또는 가진 자산이 많든 적든 공통부는 시민 모두의 것이고 모두에게 동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설명, 곧 공통부의 평등한 문배만이 정의의 원칙에 합당하다는 설명이다.
(...)
물론 공통부의 배당원리는 시민권의 원리와 만날 수 밖에 없고 같은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원천적 공유자 자격과 시민의 자격이 일치하기 때문이지 시민 자격 안에 원천적 공유자 자격이 이미 들어 있기 때문은 아니다. - P188

페인과 스펜스의 체계에서 보통선거권은 모든 시민이 보유하는 공통부 배당권이라는 확고한 물질적 토대를 가지고 있다. 토지가 모든 사람의 공통부라는 점은 사회 상태나 개인의 처지가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결코 바뀌지 않기 때문에, 페인과 스펜스의 민주주의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모든 시민은 물질적 자립성을 가진다. 반면에 이와 같은 보편적 소득기초와 결합되지 않은 보통선거제는 사회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물질적 토대에 의존하게 된다. 보통선거권의 물질적 토대는 토지공통부와 같은 불변의 전제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으며, 대신에 사회의 구체적 상태에 의존하게 된다. - P204

기본소득의 도입과 함께 모든 개별적인 사회구성원들은 시장소득과 무관한, 조건 없는 소득 최저선을 사전에 획득하게 된다. 시장소득은 개인의 성과에 따라 추가적으로 획득하게 되는 조건적 소득인 반면, 기본소득은 무조건적인 선분배 소득이다. - P220

모두에게 생계수준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은 질 나쁜 일자리를 거부할 권리를 부여하여 직업선택의 자유의 실질적 기초가 된다. - P259

한국의 공공 일자리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8.9%수준으로 OECD평균인 21.28%와 비교할 때 절반에도 못미친다. 그 이유는 전반적으로 낮은 조세부담률과 턱없이 작은 사회복지지출에서 찾을수 있다. (....) 그간 정부는 교육, 보육, 요양, 의료를 공공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기보다 사립학교, 민간보육, 요양, 의료기관에 임금을 보조하거나 운영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재정지출을 절감해왔다. - P282

노동시간 단축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성별 취업률의 격차가 더 많이 없어질 것이며, 그리하여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가 성별분업을 철폐할만한 규모일 때, 젠더 평등한 시간 재분배에 유리하다. 또한 기본수득의 지급액이 인간다운 삶의 유지와 사회 재상산, 정치적, 문화적 참여에 충분할 만큼 많아야 시간분배가 젠더평등해진다. 아울러 높은 수준의 사회 서비스가 제공되고 서비스 노동자의 임금이 높을 때, 젠더 평등한 시간 재분배가 이루어 질 것이다.
- P328

기본소득은 단순한 소득 재분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즉, 기본소득은 소득 재분배의 방식으로 사회구성원들에게 사회적 노동을 재분배하며, 이를 통하여 여가시간과 자유로운 활동시간도 재분배한다. 기본소득처럼 노동과 무관한 소득최저선이 모두에게 무조건적이고 부여되면,임금노동 시간을 축소하여 자유로운 활동을 위한 더 많은 시간을 얻게 된다. -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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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유산 - 역사와 과학을 꿰는 교차 상상력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기획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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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X유산 #고려대학교공과대학

 

우리학교에도 박물관이 있고 전시회도 열린다는걸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남의 학교도 마찬가지. 더더욱 관심이 없었다. 학교도서관만 그런 것이냐 하면 또 할 말이 없다. 해외 여행지에선 꼬박꼬박 갔던 박물관도, 도슨트도 한국에선 잘 듣지 않았다. 정말이지 무관심했다.

 

이 책은 고려대 교수진들이 고려대학교 박물관에서 소장중인 문화유산을 소개하며 첨단과학기술로 재조명을 한다.

1장에서 10장까지 각각의 유산들을 기술과 접목하여 소개한다.

(동궐도-드론), (고려청자-디스플레이), (조선백자-리소그래피),(사인검-기가스틸),(보성관,보성사-인공지능),(대동여지도-자율주행차), (수선전도-스마트시티), (오마패-5G), (혼천시계-양자통신), (태항아리-바이오기술)

 

유일하게 내가 알고 있던 건 동궐도이다. 서양미술과 동양미술의 차이점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어서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서양의 원근법과 동양의 부감법은 너무나 달랐다. 조선회화의 정수라고 표현되는 동궐도는 시점이 하늘에 있다. 내려다본 세상을 그대로 표현해 궁궐의 장대함이나 많은 인원이 동원된 행사의 장엄함을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었다. 꼭 드론에서 촬영한 사진처럼 말이다. 이야기는 바로 드론으로 넘어가 드론의 개념과 종류를 설명한 뒤 일상생활에서의 활용법으로 넘어간다.

다른 장들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유물에 대해 먼저 설명을 한 뒤 관련 학과 교수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학과에서 시작해 건축학과, 지리학, 미디어학부에 이르기까지. 그 부분역시 흥미로웠다. 정말 전공수업을 듣는 기분.

 

몇몇 부분에서 연결이 억지스럽다는 생각을 갖기도 했으나 독창적인 유물들을 보며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도 느꼈다. 책을 읽으며 우리 유산에 무관심했던 나 자신에 대해서 반성을 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인데 정말 무지해서 보이는 게 없었나보다.

 

본격 고려대박물관 홍보글. 책을 읽는 내내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뭘 좀 알거 같고 보일 거 같고 말이다.

우리에게 남겨진 문화유산에 과거가 깃들어 있다면, 최첨단의 과학기술을 통해 앞으로의 세상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문화유산 속에는 당대 과학 의 디테일이 숨어 있다. 역사와 과학의 눈으로 문화유산을 바라보고 현대의 첨단기술에 도착할 때, 과거와 현재는 연결되고 우리는 새로운 시공간에서 새로운 질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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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습니까? 믿습니다! -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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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교가 없다. 혈액형도 별자리도 믿지 않는다. MBTI는 더더욱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렇기에 내 혈액형이나 mbti를 물어보는 사람도 아니꼽게 본다.


‘우리는마약을모른다’로 핫한 베스트셀러작가 오후가 쓴 미신이야기.

근거 없는 믿음을 통틀어 몽땅 미신이라고 칭하며 글을 시작한다. 사주, 점술, 점성술에서 시작해 종교나 사상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민감할 수 있는 부분까지 거침없이 건드린다.


과거 어디선가 ‘여자가 사주를 더 많이 보는 이유’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개인의 노력으로 뚫을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곳, 유리천장이 확고한 곳, 가부장적인 사회일수록 사주나 운명에 집착한다고 했다. 그렇게 순응하고 위안을 하며 살아간다는 말과 함께 사주를 보지 말자고 글은 마무리 되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해 반가웠다. p.56 남성 신도에 비해 여성신도가 많은 이유에 대한 부분인데 상대적으로 여성이 배우자를 만나면서 인생이 크게 바뀌곤 했다. 그렇기에 운에 관심이 많고 인생을 바꾸기 위한 노력으로 미신을 믿는 이들이 많다. 사주를 보지말자고 책도 마무리 된 건 아니지만 그 글을 읽었을 때나 이 책을 읽었을 때나 내 생각은 같다.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사주로, 운명으로 도망가지말자. 항상 주의하자.


또 하나 재미있었던 부분은 미국에 관한 이야기다. 세계 대부분의 주거지는 도심이거나 도시 가까운 곳에 형성된다. 그렇지만 미국은 도시에서 일하면서도 멀고 먼 교외 주택으로 출 퇴근하는 구조를 표준으로 만들었다. 개척 초기 미국 이민을 홍보했던 영국의 사기꾼(책에서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들은 신세계 자연이 얼마나 웅장한지 설파했고 사람들은 자연에 관한 환상을 갖게 됐다. 여기에 불을 지른 건 헨리데이비드의 소설 <윌든>이었다. 거기에 디즈니랜드가 심어준 환상도 한몫했다. 자연에 대한 열망은 자연이 배경으로 깔린 안락한 교외주택으로 변모했다. 환상이라는 믿음을 가진 이들은 이상적인 집을 찾아 교외로 이동했다.

이게 나비효과가 된 걸까. 그래서 미국은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곳이 되었다. 중국 인구는 미국의 4배에 달하고 경제도 어느 정도 성장했지만 미국보다 에너지를 적게 사용한다. 미국인들이 특별히 뭘 더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교외로 출퇴근하고 집을 유지한다고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정말 상상도 못한 부분이다. 이 환상이라는 믿음을 깨부수면 에너지를 아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환상을 깨버릴 수가 있을까 꼬리를 물고 생각해본다.


사실 나는 비전문가가 쓴 비문학 도서를 싫어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문체가 너무나 유쾌했고 세상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냉소적이며 의심이 많은)이 나와 비슷해 즐겁게 읽었다.



나는 농경을 실수나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농경을 ‘인류 최대의 미신’이라 생각한다. 실수라는 표현에는 ‘우연히 어쩌다 한 번’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사기라는 건 ‘사기 치는 사람이 그것이 거짓말인 줄 알 때 성립’한다. 하지만 농경은 둘 다 아니다. 농경은 제대로 자리 잡기까지 1,000년 이상 걸렸다. 그사이 농경을 시도한 사람들은 최소한의 생활도 보장받기 힘들었다. 농경을 한 이들은 신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적어도 지도자들은 그랬을 것이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약속하며, 자신도 정말 더 나은 세상이 될 거라 믿었다. 그들은 스스로도 그 사기를 믿었기에 자신이 사기를 치는지도 몰랐다. 그들에게는 근거가 없었다. 그들이 아는 것은 콩 심으면 콩이 난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믿었다. 농경이 더 풍요로운 삶을 선사해줄 것을.
- P39

가령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괴물로 묘사되는 세이렌, 하르피아, 메두사, 스핑크스(넷 다 여성이다)는 로마가 징벌한 이민족에게 추앙받던 신들이었다. 이민족의 신을 그리스 로마의 신과 영웅들이 처단함으로써 우위를 드러내는 것이다. 신화는 꼭 여성이 아니어도 타민족의 신들을 짓밟음으로써 그리스의 위상을 높였다. - P54

2015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종교를 가진 남성은 900만 명, 여성은 1,200만 명으로 상당히 큰 차이가 난다. 종교는 대부분 가부장적이고 여성을 억압하는데 여성 신도가 많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섬세하고 영적인 것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런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혹시 가부장제 사회이기 때문에 여성이 종교에 더 빠진 것은 아닐까?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삶을 생각해보자. 남성은 힘이 들든 고생을 하든 어쨌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한다. 반면 여성은 남편이나 아들에 대해 운명이 바뀐다.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다. 물론 좋은 부인과 어머니는 남편이나 자식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어쨌든 그녀들의 삶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 하긴 어렵다. 여성에게는 운이 너무도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 미신에 빠져들고 종교를 신봉할 확률도 높다.
- P56

과거에는 극단적인 변화가 없는 삶을 추구했다. 환경에 맞게 조금씩 변해야지, 큰 움직임이 있는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 여기저기 떠도는 것도 역마살이라고 좋지 않게 봤다. 과거에는 고향에서 일평생을 보냈으므로 떠돈다는 건 전쟁이라도 나가거나 최소 공동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또한 사주에는 남녀의 권력관계도 드러난다. 남성은 재성으로 연애운과 결혼운을 본다. 재성은 재산, 재능 등의 의미로 여기에 연애운을 포함시켰다는 것은 남성에게 여성이 일종의 재물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반면여성에게 남성은 관성이다. 관성은 국가, 아버지처럼 나를 억누르는 힘이다. 남자에게 여자는 재물, 여자에게는 억압이다. 명리학이 성립되었을 때 사회가 어떤 모스이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정상 가족을 상정하고 있으며, 이성애 위주로 관계를 설명한다. 비혼주의자는 어떻게 사주를 볼 것인지, 동성애자는 파트너 운을 관성으로 봐야하는지 재성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기준이 없다.
- P151

현대사회가 화로 넘치고 각박해진 이유 중 하나가 제왕절개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왕절개는 대부분 통상 업무 시간에 이루어진다. 야간에 급박하게 수술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출산일 전후로 수술 시간을 잡는다. 그리고 그 시간은 대부분 낮일 것이다. 병원 운영 시간의 대부분은 ‘화’속성인 사시(09:00-11:30)와 오시 (11:30-13:30)에 걸린다. 이어지는 미시(13:30-15:30)는 ‘토’에 해당하지만, 화에 가까운 토로 본다. 반면 화의 극에 해당하는 ‘금’과 ‘수’는 저녁과 새벽 시간이다. 즉 제왕절개로 태어난 이가 많은 현대인의 시지에는 화가 있을 확률이 높다. 사주는 여덟 자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지에 화가 있다고 해서 개개인의 성격이 급해지고 불같아진다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자면 사주에는 화가 늘어나고, 화는 화와 합치는 성질이 있으므로 점점 더 큰 불이 된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급박해지고, 짜증과 분쟁이 늘어나는 것이다.
- P154

미국은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세계에서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인구를 무시한 총량을 따져도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다. 중국 인구는 미국의 4배에 달하고 경제도 어느정도 성장했지만, 그럼에도 미국보다 에너지를 적게 사용한다. 그렇다고 미국 사람들이 특별ㄹ히 뭘 더 하는 게 아니다. 그냥 교외로 출퇴근하고 집을 유지하느라 온통 에너지를 날리고 있을 뿐이다. 딱히 하는 일도 없이 열심히 지구를 파괴하는 것이다.
교외 생활은 지독히 비효율적이지만, 미국은 그 비효율을 감당할 만한 풍족한 자원과 국제적 위상을 가졌기에 헛된 욕망이 실현될 수 있었다. 만약 미국이 좀 더 효율적이고 정상적으로 주거 형태를 구축했다면 지금보다 더 강력한 경제력을 갖췄을지도 모른다.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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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역사 - 침묵과 고립에 맞서 빼앗긴 몸을 되찾는 투쟁의 연대기
킴 닐슨 지음, 김승섭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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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과 고립에 맞서 빼앗긴 몸을 되찾는 투쟁의 연대기.


장애를 렌즈삼아 미국의 역사를 다시 살펴본다.

사실 해외여행 다녔을 때 한국보다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좀 더 자주 볼 수 있어서 편의시설도 다양하고, 사람들의 배려도 남다르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보다 훨씬 유한 역사를 가졌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책은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다. 읽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15세기 이전 북아메리카 토착민에게는 ‘장애’가 없었다. (오늘날 장애 disability 에 해당하는 단어나 개념이 없었다.)

그들의 전통적인 세계관에서는 모든 사람, 사물이 재능(기술, 능력, 목적)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건 몸-영혼-정신의 조화다. 몸-정신-영혼을 하나로 이해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에 표준적인 몸과 정신을 유연하게 정의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은 공동체와 나눌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고 공동체가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서로 그 재능을 나누어야 한다고 믿었다. 모두가 공동체에 기여하고 공동체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유럽인들이 도착하면서 상황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건강과 의학에 대한 서구적인 개념은 직접적이고 비극적인 형태로 토착민의 세계관과 충돌했다. 토착민이 야만스럽고 열등하다고 믿었기에, 수어를 미개한 손 신호라고 폄하했으며 그들이 가져온 질병(천연두, 홍역, 콜레라, 말라리아 등)으로 수많은 토착민들은 사망하고 신체변형을 겪었다.

유럽계 식민지 정착민들은 개인의 인종, 계급, 젠더, 종교에 적합한 방식으로 경제적인 생산성을 강조하였고 장애는 노동 능력과 경제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정의되었다.


후기 식민지시기에 이르러 수많은 토착민들은 쫓겨나고 많은 아메리카인들이 강제로 북아메리카로 끌려왔다. 노예소유자들과 옹호자들은 정당화하기위해 아프리카인들이 정신적, 신체적 열등하게 태어났고 비정상적이며 혐오스럽다고 가정했다. 몸과 정신에 이미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노예제가 돌봄에 필요한 노예에게 도움이 되는 친절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노예무역은 돈을 벌기위해 존재했기에 노예에게 장애가 있으면 수익이 감소했다. 그렇기에 살아있는 것보다 차라리 배 밖으로 던져 죽이는 게 더 이익이 된다고 생각해 악행을 저질렀다.


18세기 독립전쟁 이후 노예제도 찬성론자와 폐지론자의 논쟁이 활발해졌다.

찬성론자들이 노예제도를 정당화 하기위해 장애개념을 이용한 반면, 폐지론자들도 반대하기 위해 장애개념을 이용했다. 노예제의 타락과 잔인함을 강조하기 위해 무기력하게 구타당한 모습, 끔찍한 손상과 흉터를 자세히 묘사했고 양심에 호소하기 위해 몸이 망가져 장애를 가진 노예의 몸을 직접 보여줬다.

 

19세기 남북전쟁후 시민사회에 대한 개념이 등장했고  누가 교육을 받는데 적합한지 논쟁이 이어졌다. 공적인 삶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진 사람들은 다양한 형태로 조롱받으며 이질적인 존재로 여겨지고 배제당했다.

여기서 위대한쇼맨의 모티브가 된 ‘프릭쇼’가 등장한다.

뉴욕의 P.T.바넘의 유명미국 박물관에서, 서커스단에서, 유람선에선에서 경이롭고 기이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몸이 전시되었다. 전시회를 여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유색인종 사람들을 전시했는데 인간과 동물 사이의 사라진 연결고리를 몸으로 보여주는 미개한 존재로 여겼다.(!!!)


20세기초반 계속되는 이민으로 국민의 구성이 바뀌면 그로 인해 미국의 정치와 문화가 바뀔 것이라는 우려가 전국을 뒤덮었다. 과학자와 일반인 모두가 신체적 “결함”을 도덕적 “결함”과 연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고 “퇴행”된 사람들을 “단종”시키기 위해 강제 불임시술을 시행했다.


오늘날 소아마비는 근절되었지만 그 당시 엄청난 공포를 유발하던 질병이었다. 뉴욕에 수많은 소아마비가 발생하자 도로를 봉쇄하기도 했고 강제로 아이를 가족과 격리시켰다.

소아마비 생존자들은 사회운동을 촉발시켰고 여러 단체를 설립해 활동했다.

2차세계대전 후 맹인퇴역군인단체를 시작으로 장애인 권리 운동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미국 장애의 역사는 장애인만의 역사가 아니다. 능력 있는 몸을 가진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법적, 경제적 혜택과 오랜 낙인 때문에 장애인이 겪는 법적, 경제적 차별은 오늘날까지도 생생한 혈실이자 개념으로 살아 있고, 우리 모두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p.316)

읽는 내내 분노가 치밀었다. 특히 위대한쇼맨 영화가 떠올랐고 그걸 미화한다는 것도 역겨웠다. 영화 개봉당시에도 큰 논란이 일었지만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인생영화라 꼽는 다는 점도 참 말을 잃게 만든다.


장애라는 개념은 사회적 맥락,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무지하고 오만한 서양 침입자에 대한 분노도 컸지만 현대 사회역시 살아가기 녹록지 않다. 한국 장애의 역사 또한 궁금해진다. 그들만큼 잔인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안 잔인했던 것도 아니다. 얼마 전 매일 지나다니던 지하철 승강기 앞에 폴리스 라인이 쳐졌다. 전동휠체어가 추락했다.

코로나 브리핑 중 수어통역사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왜 저분은 마스크를 쓰지 않지 라는  

생각을 했었고 입모양 또한 중요하다는 걸 알고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안내견을 막고 고함쳤던 롯데마트사건도 있었다. 터무니없던 사과문도 인상 깊었다.


아직 우리 사회역시 갈 길이 멀다. 정당한 권리를 호의나 배려라고 생각하는 위선자도 득실거린다. 배우지 않으면, 모르면 무엇을 잘못했는지 조차 모른다. 부지런히 나아갈 수 있게 계속 공부해야겠다. 똑같은 위선자가 되긴 싫다.



장애를 의존과 동일시할 때, 장애는 낙인이 된다. 장애인의 몸에는 열등한 시민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다. 의존의 뜻으로 이해되는 장애는 독립과 자치로 대표되는 미국의 이상적 가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본래 모습이 그러하듯, 우리 모두는 타인에게 의존하며 살아간다.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들을 보살피고 또 보살핌을 받는다. 납세자, 공교육을 받는 학생, 부모의 자식, 공공 도로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 공적 자금이 들어간 의학연구의 수혜자, 삶의 다양한 순간에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할 수 없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그 밖의 수많은 경우에 우리는 서로에게 의존한다. 우리는 상호의존하는 존재다.
- P20

스페인 탐험대는 수어를 두고서 언어가 아닌 개별적인 여러 몸짓으로 이해했다. 오늘날 학자들은 토착민이 사용하던 수어가 서로 다른 구어를 쓰는 집단끼리 소통하는 경우뿐 아니라, 난청인이나 농인들이 소통하는 경우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유럽인 탐험대는 토착민이 사용해오던 수어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것이 미개한 손 신호라고 폄하했다.
- P59

존 원스럽이 주장한 바에 따르면, 그들이 저지른 괴물같은 죄는 말 그대로 그들의 자궁에서 발달한 괴물과 같은 존재로 나타났고 이러한 생명체를 출산한 것은 그 여성들이 죄인이라는 증거였다. 원스럽이 주장했듯이, 아기의 변형된 몸은 엄마의 몸을 상징했다. 그 죄가 더 극악한 것일수록, 태어난 아기의 몸은 더 괴물처럼 변형된다고 믿었던 것이다. 여성이 가부장제와 신학적 권위 모두에 도전한 결과, 다이어와 허친슨의 몸뿐 아니라 그들이 사산한 아이의 몸 또한 크게 변형되고 공포스러운 것이 되었다. 유럽계 식민지 정착민들에게 장애는 물질적인 현실이었지만, 그것은 강력한 은유와 상징으로 작동하기도 했다. - P83

노예 소유자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지식인들은 노예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장애 개념을 이용한 반면, 폐지론자들은 노예제에 반대하기 위해서 장애 개념을 이용했다. 폐지론자들은 노예제로 인해 생겨난 정신적, 신체적 피해와 장애를 가진 노예들이 경험하는 학대, 노예들이 점점 쇠약해지고 의존적으로 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P127

단종수술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장기간의 시설 수용보다 수술이 더 나은 해결책이고, 이 모든 것은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건강한 국가를 위해 그 정치적 운명을 결정하는 선거인단에서 퇴행적인 사람들은 배제되어야 했다. 정치인, 법조인, 교육자, 의학 전문가는 점점 정치적 경제적 힘을 육체적 정신적 건강과 연결 지었다. 그들은 계급 간 불평등이 커져가고 인종과 젠더에 따른 권력관계 다툼이 심해지고 대규모 이민이 이어지던 시기에, 민주주의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P215

왜, 도대체 왜, 아직까지도 수백만 명의 장애인에 대한 비이성적이고 부당한 편견이 존재하는가? 우리가 갈망하는 것이 시민이자 장애인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인정받고 그것들을 누리는 일이라는 것을, 그 인정 속에서 나오는 편안함과 안전함이라는 것을 왜 기업과 대중은 깨닫지 못하는가? - P270

"장애인이 모두 재활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집 밖으로 나가 직장을 구할 수 있는 기회다." - P294

캘로는 다른 많은 장애인 부모처럼 양육권을 잃었다. 오늘날에도 장애부모의 양육권문제는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 미네소타 대학의 아동복지 센터에 따르면, 3분의 2에 가까운 미국 주에서 "부모의 장애"를 부모에게서 양육권을 빼앗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나열하고 있고 장애부모들은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확률로 아이 양육권을 잃는다. 장애부모가 비장애인 부모에 비해서 아이를 학대할 위험이 더 높지 않다는 점이 압도적으로 많은 연구결과에서 드러났음에도 그러하다. - P301

미국 장애의 역사는 미국 역사 전체가 그러하듯, 복잡하고 모순적인 이야기다. 그것은 약탈당한 땅과 몸에 대한 이야기다. 옳고 그름에 대한, 황폐함과 파멸에 대한, 패배와 고집스러운 끈기에 대한, 아름다움과 우아함에 대한, 비극과 슬픔에 대한, 변혁적 아이디어에 대한, 자아를 재창조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다. 백인, 장애인, 퀴어 작가이자 운동가인 엘리 클레어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의 몸을 되찾고 세상을 바꾸는 용감하고 시끌벅적한 이야기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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