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니모의 환상모험 30 (양장) - 판타지 제국을 구할 전설의 왕관을 찾아서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30
제로니모 스틸턴 지음, 이승수 옮김 / 사파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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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세계로 빠져든다는 것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30 - 제로니모 스틸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글책으로 옮겨갔어요. 그맘때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을 이것저것 권했는데 이 시리즈도 있었어요. 도서관에서 이 시리즈를 한 번도 못 보신 분은 없을 것 같아요. 두껍기도 하지만 화려한 책등과 수십 권의 포스가 서가 맨 끝에서부터 눈에 띄거든요. 좋아하겠거니 책을 뽑아 내미니 아이는 고개를 돌리더라고요. 모험과 탐험, 추리물이 주요 관심사인데, 더군다나 뽐내기 좋게 두께도 도톰한 이 책을 왜 거부하지? 아마도 너덜너덜했던 1,2권의 외형이 문제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너덜너덜, 그러고 보니 전집 대부분 보수작업 흔적이 많았고, 권번호가 앞쪽인 책들은 당장 보존서고로 옮겨도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친구들의 손때가 많이 묻었더라고요. 그때는 말끔하지 않은 책이 원망스러웠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만큼 많은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올해 운 좋게 사파리 서포터즈에 선정되어 제로니모 책들을 지원받았어요. 영광스럽게도 첫 책이 어마어마했던 빅북. 제로니모 매력에 흠뻑 빠져든 아이는 두 번째 도서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30>도 도착하자마자 거두절미, 책을 펼쳤습니다.

3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두 번에 나눠서 후딱 읽었어요. 활자 비율이 많지 않은 것도 이유지만 가장 큰 요인은 바로 화려한 그림과 문장 여기저기 포진된 알록달록한 입체 단어들이 있어 지루하지 않았어요. 특히, 이번 책에서는 황금열쇠 덕분에 뒷장으로 넘어가기에 분발할 수 있었어요.

마지막 권을(이 책이 제로니모 시리즈 마지막) 읽은 후 아이는 다른 제로니모 책도 보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나무집 시리즈를 전권 읽은 것도 우연히 읽은 한 권의 책이 시작이었는데 이 책 또한 우연히 만난 한 권의 책으로 시리즈 모두를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곁으로 와 화면을 들여다보는 아이에게 묻습니다. “이 책 서평에 꼭 넣었으면 하는 말 있어?” “나도, 실제 그 세계로 떠나보고 싶었어!”

아, 이 책이 특히나 좋았던 점은 스토리 전개가 굉장히 스피디합니다. 단순해 보이는 스토리이지만 (판타지 세계를 구할 전설의 왕관을 찾기 위해 주인공들이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나가고 결국 알리나 공주가 새로운 판타지 제국의 황제가 된다는 이야기) 전개상 여러 상황들이 마구마구 튀어나옵니다. 그러면서도 어렵거나 아리송한 어휘가 없지요. 막힘없이 문장과 문장이 이어지면서 어느새 마지막 장에 이르는 스펙터클한 동화임은 틀림없습니다. 더군다나 3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양장본을 다 읽어냈다는 쾌감도 적지 않으니 초등 중~고학년, 남녀 할 것 없이 재미있게 읽을 책이라 권해드리고 싶네요. 첫 시리즈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되고 어느 권번호의 제로니모를 읽어도 첫 장에서 마지막 장까지 짧은 호흡에 넘어갈 책이니 망설이지 말고 펼쳐보길 바랍니다!

@safaribook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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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희망 수업 -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꿔야 하는 이유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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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희망 수업 - 최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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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애덤스 이야기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2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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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사이에 숨은 헤밍웨이
《닉 애덤스 이야기 - 어니스트 헤밍웨이》

오늘 새롭게 시작하는 수필 강좌를 듣게 되었다. 스케줄이 여의치 않아 끝까지 고민하다가 선택한 수업이라 첫 시간부터 마음이 달 떴다. 나이 지긋하고도 뭔가, 풍기는 느낌이 예사롭지 않은 선생님은 최근 큰 수필 대회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고, 수필집 중 한 권이 올해 양산의 책에 선정될 만큼 이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인사다. 수필이라는 학문의 이론을 살짝 엿본 오늘 첫 시간, 가장 인상적인 강의 내용은 ’어떤 단어도 확정하지 말라‘이다.

순간, 단어뿐 아니라 우리가 소설을 접할 때도 동일 작가에게서 기대하는 혹은 기대되는 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진행한 《이중 하나는 거짓말》 독서모임에서 이 책이 실망스러웠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도 김애란인데 힘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이 글을 김애란이 아닌 다른 이가 썼어도 이렇게 유명해졌을까 싶다... 사실 난 그 작품이 너무 좋아서 두 번을 읽으면서도 각각의 지점에서 책을 덮어야 숨이 쉬어질 만큼 진하게 다가온 책이었다. 내가 좋으니 너도 좋아야지는 결코 아니다. 다만, 저자가 응당 가져야 할 작품에 대한 무게와 책임을 어떤 면으로 강요 아닌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헤밍웨이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왜 수필 수업, 김애란을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께 죄송하다. 나는 문학에 문외한이다. 그저 책이 좋아 읽기 시작했고,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재미있어 한 평생 책만 읽었다. 그런 나에게 고전문학은 꽤 어려운 영역이다. 이번에 읽은 《닉 애덤스 이야기》 또한 역자의 친절한 설명이 없었다면 난해했을 작품이다. 작년 이맘때 처음 읽은 《노인과 바다》는 읽는 동안에도 아홉 살 딸아이에게 네가 읽어도 좋을 만큼 흥미롭고 또 재미있는 작품이라 소개했을 정도로 굉장히 몰입감 높게 읽어냈다. 그때 헤밍웨이라는 작가에 대한 이미지가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 일면 내가 선호하는, 또 매력을 느낄법한 작가적 이미지였다.

기대 안고 펼친 이 책은 짧은 1부를 지나 2부로 가자 곧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같은 이름의 주인공인데 앞 단편에서는 전연 다르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책의 앞뒤를 마구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아! 이 책 또한 연작 단편집이구나. 아마 앞서 읽은 《바질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이런 구조의 책을 읽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 하나의 바질로 보기 시작하자 뒤늦게 닉 애덤스의 삶이 조금씩 그려지기 시작했다. 모든 글이 매끄럽거나 또 몰입감이 높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닉이라는 인물을 통해 저자가 하고 싶어 한 말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은 어김없이 떠올릴 수 있었다. 역자의 말에 의하면 닉은 헤밍웨이 본인의 삶이 많이 투영되었다고 한다. 헤밍웨이에 대한 서사가 없는 난 이로써 스스로 생을 마감한, 노벨상을 수상하고도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저 마무리 짓지 않고 생을 마감한 저자의 삶을 어느 정도는 들여다볼 수 있었다.

다시 처음의 수필 수업에서의 ’어떤 단어도 확정하지 말라‘를 저자로 바꿔 읊조려본다. 어떤 작가도 확정하지 말라. 즉 고정된 뜻으로 확정 짓지 않기로 한다. 변화함으로써 존재하는 하나의 진리에 입각에 이 작품을 보면 《노인과 바다》에서 느꼈던 그 거칠고 강인한 그의 이미지가 이 소설들로 인해 다시금 내 안에 재정의된다. 모든 이야기가 그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 또한 진짜를 찾기 위함이 아닌 그것에 기대 이야기하고 싶은 목소리를 듣는 것이니, 문장 속에 꼭꼭 숨겨놓은 그의 비밀 아닌 비밀을 찾아보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bitso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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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는 도끼다 -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지성의 문장들
김지수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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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책의 명품
<필사는 도끼다 - 김지수>

재작년 올해의 책, 이달의 책, 인상 깊은 책 등등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곧잘 언급했어요. 책이라는 게 취향과 시기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데요. 여태 저만큼 좋았다는 사람은 못 본 것 같아요. 공감이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아마도 조금은 투박한 또 난해한 이어령 선생님의 ‘말’ 또는 그 ‘말투’가 편안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짐작을 해봅니다. 하지만 그 인터뷰집을 꾸려 펴낸 김지수 기자님이 그런 불편함 들을 아주 잘 다듬어 주셨어요. 그 지점이 인상적이어서 기자님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신간 <필사는 도끼다>를 보자마자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일단, 책이 너무 고급 져서 놀랐는데 책을 펼치고 나서는 더 놀랐어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가 뭔지는 검색으로 금세 알 수 있었지만 이 문장들이 어떤 문장들인지는 몇 장의 챕터를 넘겨보고서야 알았거든요. 그 즈음에서 다시 목차로 돌아가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꽤 열심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세상에나.

저 고민 끝에 다른 노트에 필사를 했어요. 이 책은 두고두고 여러 번 쓰고 또 써도 될 것 같아서, 또 왠지 꼭 그렇게 될 것만 같아서 칸을 깨끗이 비워뒀어요. 이렇게 좋은 문장들을 언제 또 만나겠나 싶어 아껴두고 싶은 거지요. 작가도 있고, 예술가도 있고, 경제학 심리학 등 여러 학자들뿐 아니라 철학자, 배우, 종교인, 의사, 스포츠 선수까지! 어디 가서 이 사람들의 주옥같은 사유를 들여다보겠어요. 그분들의 귀한 이야기가 한 권에 담겼으니 얼마나 좋게요. 진짜 말이 안 되는 글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새롭게 튀어나온다니까요. 카페에 앉아 읽고 쓰는데 옆에 앉아 있던 남성분이 자꾸만 쳐다봐요. 제가 자꾸 탄성을 질렀거든요.

살아있는 말. 저는 이 책을 필사하면서 이 문장들이, 이 단어들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이 한 말이라 살았다는 것이 아니고요. 나에게로 건너오는 말들이 지금 이 순간 속에 흘러 다니고 있다는 거지요. 이미 써놓은 말이 아니고, 언제고 했던 인터뷰가 아니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한 말이 아닌 책 속 모든 사람의 모든 말이 지금, 당장, 여기 이 자리에서 온전한 힘을 가지고 저에게로 날아들었어요. 와, 너무 멋있지 않나요.

필사, 아마 많은 분들이 필사를 하는 이유나 필사를 정의하는 의미가 각기 다를 것 같아요. 저에게 필사는 ‘대화’인데요. 필담이라고 하나요? 글로 대화를 나누는 것. 단순하게 문장을 따라 쓰는 것에 그치면 정말 아쉽고요. 문장 속 저자와의 대화, 문장 속 단어와의 대화, 문장을 지르는 어느 순간 속 저와의 대화. 그렇게 오붓하게 대화하는 시간이 퍽 즐거운 요즘, 필사의 매력에 푹 빠져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명품 같은 이 책, <필사는 도끼다>를 강력 추천합니다!

@dasa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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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가 묻고 니체가 답하다 - 비관마저 낙관한 두 철학자의 인생론
크리스토퍼 재너웨이 지음, 이시은 옮김, 박찬국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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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제대로 된 쇼펜 하우어를 읽어야 할 때

《쇼펜하우어가 묻고 니체가 답하다》 - 크리스토퍼 재너웨이


먼저, 완독하지 않은 리뷰로서 책 내용에 대한 설명이나 평가보다는 필자의 심상과 부분 발췌독 후 느낀 점을 위주로 작성된 글이라는 점을 언급 드립니다.

처음 ‘쇼펜 하우어’를 알게 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입니다. 열세 살 아이가 어떻게 철학자를 알았을까 의아스러우시죠? 저 또한 이것의 우연이 굉장히 신기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 성함이 박승권(선생님이 보시게 되는 일은 없겠지요? 보고 싶습니다!) 선생님이신데요. 제 기억으로 그때 선생님 나이가 스물일곱 살이었을 거예요. 서른도 안된 총각 선생님이었고, 국어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계신 분이었지요. 그맘때 제가 조금 어두운 아이였는데요. 집안 사정도 있고 또 생각해 보면 그때가 이제 막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이 아녔나 싶습니다.

그때 선생님과 많은 글을 주고받았어요. 제가 쓴 글 말미에 빨간 볼펜으로 첨삭을 따로 해주셨어요. ‘쇼펜 하우어’와 ‘염세주의’를 언급하며 저의 글에서 풍겨져 나오는 느낌을 철학적 용어를 가져와 이야기해 주신 거지요. 뭐? 쇼펜하우어? 염세주의? 어린 마음에 용어 자체가 멋스럽다고 생각했나 봐요. 그때 처음 들었던 그 단어들을 후에도 쭉 뇌까리며 사용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철학자이고, 최근 붐이 일면서 서점가 ‘베스트셀러 10’ 자리에 늘 자리하는 책 표지에서 심심찮게 보게 되는 분, 쇼펜 하우어이지요.

최근 쇼펜 하우어를 이야기 하는 몇 권의 책을 이어 읽었어요. 이 책의 서문에도 나오지만 그간의 책들은 ‘삶에 도움이 되는 몇가지 격언을 얻는 용도’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샀지요. 저 또한 처음 읽은 책이 포레스트 북스의 《쇼펜 하우어 아포리즘》이었고, 필사를 자처할 만큼 좋은 문장들을 추려내기 바빴거든요. 측근 중 철학을 공부하신 분이 계셔서 이따금 느꼈던 건 지금의 이 쇼펜하우어 열풍이 어떤 측면에서는 고운 시선으로만 봐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은 거지요. 아니나 다를까, 이 책에서도 언급이 됩니다. ‘철학은 좋은 말씀만 전하는 학문은 아니’라는 사실! 강의를 할 것도 아니고 어떻게 모든 사람이 다 진지하게 보나, 그냥 자신의 처지에 맞게 공감하고 탄식하면 그게 책이고, 결국 그런 삶이 철학인 거지! 싶었던 때도 있었어요. 그러나 이 책을 들여다보며 느끼기를,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로 입문했다 하더라도 결국은 이 책 《쇼펜하우어가 묻고 니체가 답하다》를 통해 ‘본질’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볼 필요가 있는 겁니다.

필사를 하며 옮겨 적은 문구를 하나의 이정표로 삼아 그것을 추앙하고 따르기 보다 그 문구 하나하나를 ‘숙고하고 그것에 반문하는 일’을 함으로써 궁극에는 철학적 사유와 철학적 삶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책을 다 읽은 것도 아니고, 저자의 말마따나 ‘독해력’이 요구되는 필체인 만큼 읽은 내용들은 알알이 풀어내기가 힘들지만, 쇼펜 하우어와 니체가 왜 묶여져 언급되는지, 고통과 고독을 이야기하는 그들은 어떤 사유와 경험을 통해 그것들을 이야기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쇼펜 하우어 철학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읽고 싶다면 가장 먼저 집어 들 책입니다. 이제는 제대로 된 쇼펜하우어를 만나야 한다! 추천드립니다.


@jiinpill21
@book_twenty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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