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 - 어려운 시기에 유쾌하게 산다는 것에 대하여
악셀 하케 지음, 양혜영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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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 - 악셀 하케

오래전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을 읽은 후 쓴 리뷰가 있어요. 순전히 그 리뷰 덕분에 기억하게 되는 책인데요. 그 책을 쓴 저자가 새롭게 펴낸 책이더라고요. 앞서 언급한 그 책은 쪼꼬미 지아와 공원으로 소풍 가 아이가 뛰어노는 동안 돗자리에 누워 읽었던 책이에요. 쪼꼬미 지아에게 몰입하던 시절이라 리뷰에도 아이와의 일화를 끄적였는데 문득, 그때(5년 전이네요)의 저와 지금의 저는 어떻게 얼마나 달라졌나 떠올려보게 되더라고요. 5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같은 듯 같지 않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이 책 굉장히 잘 읽힙니다. 문체 자체가 쉽지는 않지만 인용되는 문구와 인물, 중간중간 저자의 유머러스한 표현과 주제가 담고 있는 ’유쾌한‘ 의미들이 어렵지 않게 훅훅 들어오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제목이 좀 아쉽다는 생각도 듭니다. 원제... 가 해석은 안되지만 (독일어) 궁금하네요. 조금 더 ’재미있는‘ 제목이었어도 좋았겠다는 아쉬움입니다. 유쾌함을 이야기하는 저자는 농담과 유머 그리고 비웃음, 나치와 트럼프 등을 언급하며 암울한 현실에서 더욱더 유쾌해야 함을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고대 철학자에서부터 최근 미국 상원 회의에서 트럼프의 표정까지 언급하며 유쾌함은 ’일시적 기분이나 즐거움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획득하고 얻어내려 노력‘해야 한다고요.

마지막 장 소제목은 ’우리는 항상 웃을 필요가 없습니다‘입니다. 이 지점에서 제가 얼굴에 웃음을 피워 올렸습니다. 뭔가, 뭉쳐진 덩어리가 이마 위로 콩, 하고 떨어져 내린 것 같은 통찰이었습니다. 유쾌함에 관한 글을 써야 하는 저자는 심리치료사에게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스트레스가 쌓인다, 나는 왜 유쾌한 사람이 될 수 없나? 왜 하루가 평온하지 않나? 등의 질문을 쏟아냅니다. 심리 치료사의 대답은 ”원래 그래요.“였지요. ’저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한 것은 유쾌함에 대한 갈망이었습니다. ... 그리고 저는 제한된 자원을 이용해 때로는 유쾌하지 않을 수 있는 제 삶에 유쾌함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느낌으로 글을 씁니다.‘291 잘 되기를 바라는 갈망과 잘 됐을 때의 경험과 느낌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인간은 어떤 걱정과 두려움의 역경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지요. 그래서 ’항상 웃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미소 지을 수도 있고, 매일매일 친절을 베풀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줄 수도 있죠.... 삶을 밝게 만들어주세요.‘

유쾌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지요. 그것이 우리 삶에 얼마나 유의미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삶의 바탕에 두기 위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유쾌함, 농담, 웃음...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요. 5년 전 무례한 노인을 이야기한 리뷰를 썼던 그때의 저보다 지금의 저는 꽤 관대한 사람이 되었어요. 어떻게 변했지?라고 생각하니 ’유쾌함‘이 미하엘 엔데가 말한 것처럼 ’1층‘에 자릴 잡은 덕분인 것 같습니다. 불쾌하고, 불편하고,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이제는 ’웃을 수 있는‘(무조건 웃자가 아니라) 저는 그때와 분명 달라졌습니다. 그럼 또 궁금해집니다. 다시 5년 후의 저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요?

@dasanbooks

#도서지원 #다산북스 #악셀하케 #삶은당신의표정을닮아간다 #에세이 #책벗뜰 #책사애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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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질문력 -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는 아이로 키우는 인문학 질문 100
김종원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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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질문력 - 김종원

”엄마, 내가 말하기 어려울 때 글로 쓰잖아. 그런데 글로 쓰는 게 좋은 거야, 말로 하는 게 좋은 거야?“

언제부턴지 모르겠다. 조그만 아이였을 때부터 편지 형식의 짤막한 메모를 건네는 것으로 자신이 미처 다하지 못한 말을 건네곤 했다. 돌이켜 보니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이었고, 불편과 불쾌를 표현하는 것보다는 그러해서 자신이 곤란하고 슬프다는 이유가 주였다. 반대로 기뻐할 일이나 축하할 일, 낮은 자리에서 올려다보는 엄마가 유난히 힘이 들어 보이거나 슬퍼 보일 때에도 늘 웃어! 내가 있잖아! 따위의 앙증맞은 말들을 포도송이처럼 매달아 나에게 전하고는 했다.

그것에 특별히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의 소통 방식이겠거니, 좀 더 편안한 방법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어제, 집으로 친구를 초대해 함께 놀다가 둘 사이에 자그마한 트러블이 생겼다. 그것을 와해하는 과정에서 내가 건넨 몇 가지 질문에 아이는 대답 대신 글을 쓰는 것으로 자신이 하려는 말을 전달했다. 순간,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그런 아이와의 소통 방식은 아이와 나, 그러니까 우리 둘 사이기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소통 방식이었지, 친구나 다른 사람과도 그런 식으로 소통을 하는 것이라면 시선이 조금 달라진다.

말로 할 수 없는 말은 어떤 것들이 있나? 아이는 왜 뱉어내면 그만일 쉬운 말들을 부러 종이와 펜을 찾아와 쓰는 것인가? 그것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말로 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이며 글로 쓰는 수고를 왜 마다하지 않는 것인가? 따위의 질문이 계속해서 밀려 나왔다. 친구를 앞에 두고 종이에 적은 아이의 문구 마지막엔,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나도 미안하게 생각해.‘였다.

친구가 집으로 돌아가고 늦은 저녁 함께 샤워를 하다가 아이가 대뜸 묻는다. 어떤 게 더 좋은 거냐고. ”좋고 나쁜 건 없어. 뭐든지. 사람 저마다 소통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고 누구나 자신이 편안한 방법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거야. 네 마음을 전달하는 것에 무엇이 더 편안한지의 문제지 좋고 나쁨은 전연 상관없는 일이야.“ 아이는 한참 샤워기 앞에 서서는 골몰한다. 그걸로 끝이 나도 괜찮은 대화였지만 꼰대 마인드가 거기서 번져 나온다. ”그런데, 왜 말이 아닌 글이 더 편안한지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해. 말로 전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말이 말보다 글이 편안한지. 그런 것들을 엄마한테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시간을 두고 계속 생각해 보길 바라.“

이 책 《부모의 질문력》을 읽는 내내 나와 아이를 끊임없이 떠올렸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어떤 대화에 정성을 들이고 또 가볍게 주고받는지, 열 살이 된 아이에게 내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어떤 의도와 의미로 전달될는지, 아이가 하는 말을 나는 얼마큼 또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따위를 오랫동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만 해도 ’질문‘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한 번 더 읽은 지금은 지난 10년간 아이와 내가 소통했던 방식을 전방위로 떠올려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 책은 책으로서의 쓸모를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양육이나 육아 방식이 아니다. 조금 전 아이와 나눴던 대화 하나에도 무수한 사유가 갈라지는 엄청난 경험이다.

소개된 질문이 상상 이상이다. 아이와 이런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는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관계이지 않을까 싶을 만큼 의도와 의미가 아름다운 질문이었다. 아이와 이따금 실제로 주고받은 질문도 여럿 있었고,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질문을 만날 때는 심장이 벌렁거릴 정도로 흥분되기도 했다. 100번째 질문의 마지막은 ’우리는 왜 웃어야 할까‘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맞은편에 앉은 아이에게 곧바로 질문을 던져 보았다. ”지아야, 우리는 왜 웃어야 할까?“ 아이는 1~2초 고민하고는 대답한다. ”나는 웃을 때마다 나쁜 기억들이 사라져. 음, 그리고 마음이 편안해져.“ 아이의 대답을 들으며 떠올리기를, 지금 이 친구와 나는 서로에게 건네는 말이 가진 힘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구나 하는 안도가 번져온다. 앞선 리뷰에서도 강조했듯 이 책은 무조건 1독을 강력 추천한다!

@dasanbooks
#도서지원 #부모의질문력 #김종원 #책사애2522 #책벗뜰 #육아서추천 #책추천 #양산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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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의 위로 - 버지니아 울프에게 '자기만의 삶'으로 쓴 답장
이혜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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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안전한 세상이 되려면

잠정의 위로 - 이혜미

리뷰를’ 잘‘쓰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적확하게 저의 취향인 책은 출판사나 해비 책 스타 그래머들의 시선이나 소감과는 다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객관성 잃기를 작정하고 읽을 사람만 읽어! 하는 마음으로, 지원을 받은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서평‘의 틀을 갖춘 설득력 있는 잘 짜인 글이 아닌 감정이나 단상의 흐름으로 두서없이 써 내려가는 글이 되겠습니다. 읽는 이들에게는 공감받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미옥(미래의 현옥) 이에게만은 ’나 ‘잘’했지?‘ 할 수 있는 글.

오늘 이 리뷰 또한 그렇게 쓰일 게 뻔해 미리 언질을 드립니다. 그래서 책 내용이 뭔데? 저자의 의도가 뭐야? 너는 그걸 어떻게 요리했고, 소화시켰는데? 와 같은 마음으로 읽고 계신 거면 이 문장 끝에서 읽기를 그만 두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 책은 ’잠정‘이라는 단어에 혹해 서평단 지원했습니다. 모집 피드도 출판사가 아닌 @womensbasecamp
라는 여성 커뮤니티였어요. 순간 스포츠 의류인 줄 알았을 정도로 무지했고요. 책이 도착했을 때도 받는 이의 이름이 제 이름이 아니었어요. 이래저래 어수선한 기분으로 책을 받아 들었고, 어제오늘 책을 나누어 읽었습니다. 읽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책을 무조건 좋아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획득할 수 있었어요. 이유는 ’페미니즘‘이 아닌 그녀 그 자체였습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말투가 있듯 글도 그 사람만의 글투가 있는데요. 그녀의 글투가 저에게 꽤 호의적으로 다가왔어요. 본업이 기자라 그런지 전체적인 어휘에서 느껴지는 딱딱함은 분명 있었지만 그 모든 고압적인 분위기가 진정성을 가진 명징한 그녀 본연의 사유로 가뿐히 즈려 밟아졌습니다. 부제가 ’버지니아 울프에게 ‘자기만의 삶’으로 쓴 답장‘이라는 정말이지 거창한 명분이 단지 저자 스스로가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세상에 나온 것에 커다란 응원을 보냅니다. 책 곳곳에서도 언급되었듯 자신의 생각을 ’에세이‘의 형식을 빌려 ’픽션‘으로 써내는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았을 것이기에. 노벨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를 언급하며 누가 봐도 그녀 이야기고, 겪지 않은 일은 글로 쓰지 않는다는 저자 본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작품은 모두 ’소설‘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문학,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인지 우리는 늘 고민하고 염두에 두어야 함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지금 이 책에서의 모든 이야기는 그녀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이해합니다. 한때는 저도 일상에서 일어나는 부조리 대부분이 당연한 것인 줄 알고 살았던 시절이 있으니까요. 당장의 탄핵에 대해서도 글로 남기기를 꺼려 하는 제 입장에서 저자 이혜미가 나열해 놓은 활자들이 갖는 힘과 그것을 나열하는 것에 용기와 뻔뻔함에 끝 간 데 없는 리스펙을 보내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 ’안전하고 싶‘습니다. 매일 아침 남성들만 모여 있는 지역 다목적 운동장에서 화장실 사용을 하지 못해 소변이 급하면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늦은 밤 편의점으로 걸어가며 주위를 두리번거리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아버님이 7살 아이에게 ’여자‘라는 이유로 너도 주방에 가서 식사 준비를 도우라 말할 때 그것의 부당함과 무지를 반론하고 싶습니다. 사회적으로 눈치 보지 않고 저의 생각을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집안의 천사‘를 모든 여성들이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저 하나의 안전만을 헤아리지 않고 우주의 모든 존재가 안전하기를 바라며 조금씩 용기 내 보겠습니다!

@wisdomhouse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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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생활 - 기록으로 취향을 발견하고 나만의 길을 만드는 법
논디 김하영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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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정성껏 발견할 것 <쓰는 생활 - 김하영>

쓰는 생활 - 김하영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짤막한 코멘트를 남긴다. 대부분 순간의 단상 정도로 부담 없이 끄적이는 글이다. 오늘 아침나절 끄적인 문구도 아이의 질문에 자연스레 이어진 짧은 단상이었는데 꽤 쓸모 있다 느껴져 부랴 기록을 한 거였다. ”엄마, 개고생은 개가 하는 고생을 말하는 거잖아. 그럼 사람이 고생을 하면 뭐라고 해?“ 어떤 단어에 ’개‘가 붙으면 그건 강아지를 뜻하는 ’개‘가 아니라는 걸 그렇게 누누이 설명했건만, 그걸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아는 난 이 기회를 잡아 어퍼컷을 날린다. ”음... 인... 생?“ 단순하게 사람을 뜻하는 한자 ’인‘ 자에 고생의 끝음절인 ’생‘을 이어붙였을 뿐인데 나름대로 철학적인 의미로 간단한 사유가 만들어졌다. 인간이 하는 고생이 인생이어라. 다시 생각해도 명쾌한 해석이다.

스토리는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음, 사실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인사이드 아웃‘ 영화 속 어떤 기억의 장치 속으로 숨겨지듯 하나의 공간에 저장된다. 그것을 부러 찾아 꺼내지 않는 이상은 저장된 자리를 찾기 힘들다. 그러다 어느 순간 거대한 어떤 장소로 이동되리라.(이따금 드는 생각이, 우리가 늘어놓는 문구들이, 활자들이 내가 지웠다 해서, 우연히 지워졌다 해서 정말 다, 깨끗이 지워진 게 맞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쓰는 이 글자들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찾을 수 없는 생각을, 언제고 다시 꺼내보고픈 그 생각을 꺼내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기록하기‘.

사라질 그림을 바탕에 깔고 두서없이 써내린 문구들이 나에게 있어서는 가장 솔직하고 일상적인 단상인 경우가 많았다. 그 사유를 바탕으로 일을 기획하거나 자신에 대한 소소하지만 확실한 알아차림으로 이어 붙일 수 있었다. 이미지화된 기록이 아닌 종이에 스크래치를 내며 글자를 이어붙여 쓰는 리얼 ’기록‘을 시작해 보려 한다. 기록의 쓸모가 필요한 시점에 만난 이 책은 앞으로 나의 삶이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질 것을 예고했다. 앞으로의 내가 뭔가 달라졌다 느끼게 된다면 단언컨대 이 책 <쓰는 생활>을 삶으로 가져온 덕분이라는 말을 미리 남긴다. (정확히 1년 후 이 글을 꼭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시간 이후 가장 먼저 할 일은 여러 권의 기록장을 나누어 쓰기 시작할 것, 기록할 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해 볼 것. 꼭 필요한 기록에 우선순위를 둘 것(모든 기록을 매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함께 기록할 사람을 찾아 루틴으로 자리 잡을 것. 종내에는 ’나만의 영감 아카이브‘를 만들어 가며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정성껏 발견할 것이다. 명확한 취향은 미처 몰랐던 진짜 나를 발견케 해 줄 것이고, 그걸 바탕으로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일적으로든 삶적으로든 어떻게로든 활용하고 대입시켜 어제보다 진일보한 삶을 꾸려나갈 것이다.

내가 머무르는 공간도 하나의 생명체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하루라도 치우지 않거나 방치하면 공간의 기운도 빠져나가는 것 같아요. 끊임없이 치우고 가꾸고 정리하는 과정이 어쩌면 스스로를 돌보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 더 부지런을 떨고 싶어집니다. 166

확보된 공간의 감사함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이 공간 속에서의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쳐보‘기로 한다. 거창하게 ’데스크 테리어‘까지는 아니어도 공간 속에서 루틴과 동선을 고려해 자연스럽게 가꿔보기로 한다. 2월의 끄트머리에서 만난 책 덕분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처음부터 거창하거나 거대하지 않아도 가랑비에 옷이 젖듯 조금씩, 천천히 언제고 닿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지금 당장 실천해 보기로 한다. (아고 좋아라!)

따라서 본인이 어떤 분야에 있건, 한 가지를 정했으면 정말 제대로 파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잘하는 한 가지를 만들면 분명 그 한 가지가 앞으로의 길도 밝혀줄 거예요. 뭔가를 제대로 한번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더라도 도움이 되는 태도를 길러준다고 믿습니다. 그 과정에서 꾸준한 기록 생활은 성취를 이루는 데 단단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입니다. 212

@lifenpage
@non_direction_

#도서지원 #쓰는생활 #김하영 #에세이 #책추천 #책사애2521 #기록생활자 #브랜딩 #취향 #기록 #라이프앤페이지 #새해다짐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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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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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독서모임 지원 책벗뜰 오열 독서모임 (2월 게릴라 독모)

일기를 쓸 용기

금지된 일기장 - 알바 데 세스페데스

뭘 이렇게까지 숨기려 드나. 일기, 그깟 게 뭐라고 이 여자는 이렇게까지 전전긍긍하는 것인가. 그냥 검은색 노트일 뿐인데 말이다.

판매가 ‘금지’된 노트를 결국 손에 쥐게 된 그녀의 삶은 전과 후가 포춘 쿠키처럼 쪼개졌다. 속에 숨겨진 종이 쪼가리에는 어떤 메시지가 들어앉았을까?

결혼 후 그녀는 맞닥뜨린 삶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그저 나의 엄마가 그랬듯, 가까운 그녀들이 그렇듯 역할에 자신을 끼워 맞춰 넣고는 불필요한 간섭과 수고, 거대한 피로감을 마땅한 헌신과 희생으로 덧칠해 스스로를 ‘온전’하게 만든다.

온전하다 믿었던 스스로가, 그 세계가 일기장을 산 뒤로 차츰차츰 불온전하다는 걸 깨우쳐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그래 소설이다.

일기의 형식의 띤 작품을 마주할 때면 으레 독자인 나의 삶이 자꾸만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외따로 그 삶과 나의 삶을 분리하지 못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나의 이야기에서도 내가 주인공이었다는 명백한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독자가 아닌 화자가 되어 어떤 시절을 지나가게 된다.

인에이블러의 전형인 그녀의 이야기를 좇다 보면 그녀가 살았던 시절이 자그마치 70년 전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바로 어제 이야기라 해도 전연 이상할 게 없는 평범하고도 하찮은 저마다의 세계 속 여자들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린다.

그래서 그녀의 일기를 다 읽고 난 소감이 어땠냐고?

우린 결코 자신을 알 수 없고, 오히려 모르기 때문에 별 볼일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힌 모습이 안쓰러운 마음도 잠시였다. 어쩌면 지금의 나 또한, 어느새 마흔다섯이나 된 ‘늙은’ 나 또한 그녀와 같은 삶을 살고 있지는 않나, 결코 그렇게 않다 세차게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했던, 어쩌면 나라서 더 잘 안다고 생각했던 딸아이가 어느 순간 뿌연 유리창 밖에 서 있을 것이고, 사랑한다는 말을 남편에게 건네며 그 말속에서 안도하는 스스로를 발견케 될 것이다. 어디에서도 나의 것, 내가 소유한 것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고, 손 닿을 수 있었던 가족들에게 더 이상 나의 닿음이 유용하지 않다는 사실을 비참하게 마주하게 되리라.

그래서 그런 생각이 두렵냐고? 그럴 리가. 그게 수순이고 숙명인데 두려울 리가 있나. 2025년, 45살의 나는 그녀처럼 ‘금지’된 검은색 노트를 살 용기도 없다. 조금만 용기를 내면 나도 포춘 쿠키를 받을 수 있을까? 내 포춘 쿠키 속에는 어떤 메시지가 들었을까? 궁금하지만 글쎄다. 나는 일기장을, 그것도 금지된 일기장을 써나갈 자신이 없다. 그나마의 그녀 이야기 속에서 잠시 안위했다. 그걸로 되었다.

@hangil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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