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 10년 차 망원동 트레이너의 운동과 함께 사는 법
박정은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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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 박정은

평생 몸을 잘 썼다. 잘 썼다…니 뭔가 조금 더 부연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유년기에서 청소년기 몸이 날렵해 어떤 운동을 해도 금세 익히고 즐겼으며 이십대에도 웬만한 담은 타넘을 수 있었고, 이소라의 다이어트 비디오를 필두로 매일 밤 기본 스트레칭이며 홈트를 꾸준히 했다. 몸이 마른 편이었는데도 더 예쁘게 말라보이길 바랐고(고백하자면 나에게 예쁜 몸은 김민희 공효진이었다는) 30대가 들어서면서는 회야천 둔치를 밥먹듯이 걸어다녔다. 출퇴근 3~40분 거리는 무조건 걸었고, 30대 초반 급작스레 체중이 9kg 쪘을 때는 두 달동안 매일 초등학교 운동장을 1시간씩 돌고 25층 아파트 계단을 미친듯이 오르내렸다.

따지고 보면 몸을 그냥 내버려 둔적이 거의 없는 내가 그럼에도 운동을 해본적 없다 말한 이유는 비용이 드는 운동, 그러니까 명확한 이름이 있는 운동을 해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헬쓰장이니 요가니 배드민턴이니 수영이니. 그런 종목이 명확한 운동은 해본적이 없다. 이유는 낯을 가리는 소심한 성격과 경직된 분위기, 스스로가 핸디캡으로 혹은 컴플렉스로 느끼는 지점에서 극복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내가 올 해 5월부터 ‘요가’를 시작했다.

동기는 단순했다. 최근 급격하게 또 빈번하게 느껴지는 고관절 통증과 연초 5천보 걷기를 3달만에 포기한 것에 대한 실망과 어떻게로든 움직임을 이어가고 싶은 갈망이자 욕구였다. 나이 들면 관절 문제로 고생한다던데 벌써부터 고관절이나 무릎이 원활하지 않으니 심적으로 불안하고 무서웠다. 기존 요가를 꾸준히 한 친구가 있어 다행이었다. 어렵지 않게 부담스럽지 않게 시작할 수 있었다. 첫 달 뭣모르고 무작정 달려가 원장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무척이나 달았다.

실제 몸이 변하고 있다 느낀 건 한참 후였는데 이를테면 십수년 전 오십견이라고, 이름도 슬픈 동결건 진단을 받고 용번 처리도 힘든 상태가 되어 한의원을 찾은 것이 30대 중반이었다. 도서관 근무 4년차에 얻은 엘보와 오십견은 이후 몸을 쓰는 데에 어떻게로든 방해가 되었고 35살에 아이를 출산하고는 몸을 움직이는 것에 최소한의 에너지와 근육만 쓰며 부스러기같은 체력을 아끼고 아꼈다. 그런 비루한 몸뚱아리가 요가 한 달만에 숨겨졌던 복근이 어렴풋 드러나고 안넘어가던 팔이 등뒤로 넘어가며 온 몸이 팽팽해지는 걸 실감할 수 있으니 재미있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요가로 몸을 움직이고 어려운 동작을 따라하는 수련의 과정은 나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즐겁고 기뻤다. 온 몸이 적당히 조이는데 40대가 넘어가며 덕지 덕지 붙은 지방들, 그러니까 흔들리는 살들에 묻혀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답답했고, 가볍게 아침 걷기를 시작으로 유산소운동을 병행했다. 지금까지 러닝앱으로 3km가량 걸으면서 뛰는 챌린지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살이 빠지는 건 당연지사, 따로 식단조절을 하지 않는데도 지방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나는 운동하는 사람이야’ 라는 당위가 그렇게나 뿌듯하고 행복할수가 없다. 그저께 오랜만에 오래전 직장동료들과 식사자리가 있었다. 자주 보는 측근들이야 내가 운동을 한다는 것, 체중이 감량되었다는 것등 근황을 잘 알아 따로 달라진 점을 발견할 수 없었겠지만 직장동료들은 날 보자마자 한마디씩을 건넸다. “어? 뭐야, 왜케 예뻐졌어?” “살이 빠진거야? 넘 건강해 보인다.” 등 놀라움을 동반한 칭찬이 끊이질 않았다. 십수년동안 만나온 그 분들에게도 지금의 나는 뭔가 달라보였던 것이다. 운동을 한다는 나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어떤 운동이냐 되묻는다. 러닝이랑 요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운동이라는 것이 비단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 아님을 운동을 열심히 하는 지금에야 비로소 느낄 수 있다. 운동은 오롯이 나를 위한, 나를 향한 움직임이고 선물이라는 걸. 그 시간속에 푹 젖어 있는 지금 만난 책이다. 제목에 단박 마음이 끌렸다. 나또한 운동이라는 것이 거창하고 또 부담스럽고 무서웠던 시기가 있었다. 그것을 시작한다는 것의 부담과 두려움, 귀찮음과 게으름까지. 모든 감정을 골고루 느꼈던 1인으로서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온전히 와닿았다. 최근 인바디 체중계로 신체의 이모저모를 체크하고 있는데 그 수치가 정확하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최소한의 몸상태를 어느 정도 보여주고 있다 생각해 수시로 체크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본 지금은 그것의 수치보다 실제 보여지는 내 모습과 모든 움직임 속에서 내가 느끼고 바라보는 실제의 나를 더 믿어보기로 한다. 보이는 근육이나 나타나는 숫자는 부수적인 것이다. 체지방율이 낮다고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떻게로든 움직임을 이어나가는 스스로를 기특해 할 일이다.

운동을 시작하기에 뭔가 걸림돌이 있으신 분이나 시작은 했지만 뭔가 혼자 해내기 부담스럽고 두려우신 분, 운동이 결국 건강보다는 스스로에게 전해주는 강렬한 사랑이라는 걸 느끼고 싶으신 분이나 단 한번도 운동이라는 걸, 그러니까 운동이라 이름 붙일 만한 움직임을 해 본 적이 없으신 분들에게는 무조건 강력 추천드리는 책이다. 저자의 인스타그램까지 찾아가 직접 피드를 살펴 보았고, 이런 마인드의 트레이너가 운영하는 공간은 단순한 건강을 너머 잃어버린 자존감과 스스로에게 향하는 환대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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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든 분식 - 제1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대상 수상작 초승달문고 52
동지아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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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든 분식 - 동지아

저학년 어린이를 타깃으로 문학동네에서 처음 제정된 공모전 ’초승달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문학동네어린이 문학상은 익히 알고 있는, 이를테면 ’긴긴밤‘, ’5번 레인‘같이 굵직한 작품들이 배출된 큰 공모전이다. 그런 문동이 25년 만에 새로운 문학 공모를 제정했다. ’저학년 동화‘라는 타이틀로 말 그대로 초등 1~3학년 아이들이 무리 없이 혹은 재미있게 또는 공감되는 동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서평단으로 책을 받자마자 별다른 정보 없이 책장을 펼쳤는데 아이가 단박 탄성을 지른다! ”엄마, 얘가 나랑 같은 반이야!“ 아닌 게 아니라 공감 가는 포인트가 많아 엄청난 몰입감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아이 학교 앞 ’짱곰‘이라는 분식집이 있는데, 작품 속 해든 분식집의 풍경이 짱곰분식집과 꽤 비슷한 모습이어서 아이가 굉장히 흥미로워했다.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단순하지만 나와 비슷한 무언가에서 단박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2학년, 분식집, 닭강정! 이 세 가지 조합만으로도 이미 끝났다 싶었다. 아닌 게 아니라 아이는 직접 읽어주겠다며 낭독을 하는데 2학년 여자아이, 즉 강인이로 빙의되어 진심으로 즐거워하면 책을 읽어나갔다.

특히나 좋았던 건 작품 속 주인공인 강정인, 2학년 여자아이의 시점으로 따라가는 상황들이 너무나도 익숙하고 또 자연스러웠던 점이다. 주인공 소녀에 우리 딸아이의 이름을 집어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러니까 너무나도 2학년스럽게, 또 총명하지만 수줍고 익살맞은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었다. 판타지 요소가 가미되어 뒷부분,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끝내 아이의 눈에 비치는 가족, 엄마와 언니, 친구들의 모습에서 이 작은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가 결코 장마나 소나기처럼 궂은 비같이 눅눅하지 않다는 걸 마지막 땡땡이 우산이 펼쳐질 때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작가 이름이 아이의 이름과 같았다. 돌이켜 보니 이 책은 아이의 흥미를 잡을 수 있는 요소가 넘쳐났던 책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한 호흡에 책을 읽어나갔고,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더 많은, 더 좋은, 더 재미있는 작품들을 많이 소개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학동네 초승달 문학상은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응원하겠다. 추천한다!

@kidsmun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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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
문경민 지음 / 김영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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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 - 문경민

문경민 이름 석 자에 고민 없이 서평단에 지원했다. 작년 책벗뜰 독서모임 ‘청년 준수’(청소년문학 독모)에서 함께 읽었던 <훌훌>을 비롯 <열세 살 우리는>까지 작가님의 책들을 통해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문학작품 속에서 크고 작은 메시지와 사유들을 건져낼 수 있었다. 독모 중 작가님이 중년의 남성이라는 사실에 참여자분들이 놀라서 눈이 동그래지셨다는. 당연히 감수성 짙은 여성작가일 거라 생각했다는 말에 문경민 저자가 가진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더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sf 소설의 전형으로 2080년대를 배경으로 대전쟁 이후의 인간 군상을 그려내고 있다.

<지구 끝의 온실>과 크게 오버랩 되어 오히려 읽기가 편했고, 처음 등장인물관계에 초점을 두고 메모도 열심히 해가며 읽었다. 눈길이 머무는 문장이 ‘이번에는 내가 널 구했어’였는데 중요한 맥락이 아니었음에도 그 문구에 눈길이 박힌 걸 보면 이 책은 아마도 인간이 인간을 구원하고, 인간이 세상을 구원하고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리고 지워지고 사라져간, 결코 사소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결론이 어땠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나는 이런 장르의 소설이 주는 묘미는 결론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고, 지켜내야 할 것들을 잃어버리고, 살아남아야 하는 것들이 죽어가고 남겨져야 하는 것들이 지워지는 그 무수한 과정 속에서 진정 우리가 지켜내고 사랑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덩그나미 남겨놓는다는 걸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살아지지 않는 삶을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더 이상 남는 게 없는 곳에서 남아야 하는 이유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그것과 대체될 수 있고, 어떤 선택 하나가 생과 사를 갈라 놓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읽어내며 소설이 단지 소설일 뿐일 순 없는, 그래서 우리는 소설을 읽고, 문학을 붙잡고 살아야 한다는 아름다운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했다.

하나, 조금 아쉬운 부분은 스토리 전개에 힘을 많이 쓰셨던지 이전 작품에서 느꼈던 살아 있는 문장이나 섬세하고 부드러웠던 정서가 느껴지지 않아 조금 아쉬운 작품이다. 하지만 책을 펼치면 웬만해서는 쉽게 접을 수 없는, 가독성에 있어서는 정말이지 갑인 소설이었고, 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과 함께 읽기를 추천한다. 디스토피아에서의 인류가 어떤 것들을 향해 나아가는지를 소설을 통해 흥미롭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gimm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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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실비아 플라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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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 실비아 플라스

결과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일들이 있다. 한편으로는 결과로 인해 본래의 의미가 완전히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고 또 결과에 덮이고 만 원인 따윈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경우도 있다. 모든 죽음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기 마련인데 유독 ‘자살’이라는 죽음은 사후 제각기 해석되고 소비되고 평가된다.

실비아 플라스는 오래전, 그러니까 20대 초반 ‘버지니아 울프’의 책 <자기만의 방>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요절한 여성 작가 중 곧잘 거론되는 몇몇의 작가들 중 한 명이었다. 생각해 보면 실비아 플라스의 작품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기에 그녀를 안다, 모른다 명백히 말하기도 어렵다. 이름만 아는 것도 아는 걸까? 그녀의 죽음을 안다고 해서 그녀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연히 필사 톡 방에서 만난 전혜린 님 이름 석 자에 오래전 그맘때 나의 문학적 감성을 훑던 무수한 이름들이 떠올랐고 곧이어 마주한 실비아 플라스는 마치 수순처럼 나의 품에 안겼다. 알지도 못하는 작가를 안다고 착각했던 건 단순한 이유였다. 바로 그녀의 죽음, 자살의 방식이었다.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그녀가 그렇게 죽음을 ‘선택’한 것에 조금이라도 다가서 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십 대 후반 이제 막 성에 눈을 뜨고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 또는 휘몰아치는 격정과 격변에 대한 그녀의 일기는 이것이 왜 읽힐 수 있는 책으로 탄생했는지 능히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시인으로 명성을 떨친 그녀답게 일기에서 보이는 그녀의 시선과 감성은 제아무리 하찮고, 별 볼일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언정 그것이 결코 당시의 그녀에게는 가볍지 않다는 감정을 십분 느낄 수 있었다.

두꺼운 책 (700p)이라 아직 완독하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남편 테드 휴스와의 결혼 생활, 그녀의 작품 활동까지 다루고 있다. 한 사람의 일기가 문학이 될 수 있는 건 실비아 플라스 그녀가 가진 천부적인 문학적 소질이 그녀가 끄적인 글 속에 축축이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자신 그 자체를 작품화 시킨 데에 한몫한 그녀의 죽음은 결과론적으로 접했을 때뿐 아니라 그녀의 삶 자체에서 그녀의 삶이 작가 또는 작품으로의 삶이었다는 것을 명징하게 그려준다.

아니 에르노도 그랬지만 이 일기 속 실비아 플라스는 인간 그 자체였고, 하나의 인간이 하나의 작품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책을 좋아하고 작가를 동경하는 내 입장에서는 굉장히 농밀한 시간이었다.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습작을 열심히 하면 글을 쓰게 될까요? 쓸 만한 작가가 될 재목인지 알아보기 전에, 일단 얼마나 많은 걸 글쓰기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걸까요? 그 무엇보다도,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시기심 덩어리에 상상력도 없는 여자가 빌어먹을 가치가 있는 글 한 줄이나 써낼 수 있을까요? 98

@moonyebooks

#도서지원 #실비아플라스의일기 #문예출판사 #자서전 #일기 #책벗뜰 #책사애 #책추천 #양산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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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먼 이렇게 가까운 - 21편의 영화와 스무 개의 기억
이명연 지음 / 꽃피는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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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먼 이렇게 가까운 ? 이명연



매일 아침 필사를 한다. 밤비 님이 운영하는 ‘필사하는 마음’에서 4권째 책을 필사 중이다. 오늘 아침 읽은 구절은 김영민 교수님이 소싯적 영화 평론으로 신춘문예의 영광을 안았다는 내용과 그럼에도 그길로 가지 않아 자신의 삶이 영화가 되었다는, 그가 쓴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에 대한 꽤 긴 분량의 평론을 묵묵히 읽었다. 긴 글을 읽으며 내가 어떤 영화에 대해 평론까지는 아니어도 리뷰를 써본다면 나는 어떤 영화를 가장 쓰고 싶을까? 떠올랐다.

자주는 아니어도 영화를 곧잘 본다. 꼭 보고 싶은 영화는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보고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또 애정하는 영화도 몇 편있다. 얼마 전 혼영 타임에 집에서 본 <헤어질 결심>은 두 번째 보는 영화임에도 처음 보다 더 설레고 뜨거워서 그 마음을 글로 옮겨 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그런 감정들을 글로 토해냈을 때는 내가 느낀 감정의 반의반의 반도 쏟아지지 않을 것 같아 포기하고 말았다.

이 책 <그토록 먼 이렇게 가까운>은 사실 부제목에 쓰였듯 ‘21편의 영화’ 보다는 ‘스무 개의 기억’에 더 가까운, 어쩌면 그 영화는 그 기억의 ‘스티커’ 같은 느낌이었다. 어떠한 상황이든, 감정이든 그것을 단순하게 또는 명징하게 표현해 주는 그런 스티커. 영화를 스티커로 쓴 그의 글은 시를 전공했다는 이력에서였는지 모를 일이지만 꽤 묵직했고 쉬이 넘어가지지 않았다. 각주의 글 마저도 어떠한 부연 설명이기 보다 하나의 공간으로 글을 채워 넣었다는 느낌도 들었다.

또, 신기한 것은 정말이지 순식간에 읽혔다는 사실. 여백이 많은 구성도 아녔고, 이렇다 할 그림이나 사진들이 많은 책도 아녔는데 그가 쓴 여러 에세이들은 정말이지 눈 깜짝할 새 다 읽혔고, 몇몇 곳에 연필로 줄을 긋고는 그어진 질감을, 그 위에 자리한 단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다.

반품 책에 다시금 숨을 불어 넣는다는 출판사의 시도가 고마웠다. 한때 빛 한번 보지 못하고 보존 서고로 내려가던 책들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안타까워 했던 그때의 내가 생각났다. 외면받은 책들에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고파 서평단 신청했었다. 어떻게로든 본연의 쓰임과 쓸모를 이어갈 수 있기를 온 마음 다해 바라본다.

@blossombook_publi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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