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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가 어디 갔지?
마이크 큐라토 지음, 신수진 옮김 / 비룡소 / 2024년 5월
평점 :
비나가 어디 갔지? - 마이크 큐라토 / 신수진 옮김
타이니의 생일 파티에 초대된 비나, 입구에서 빼꼼 안을 들여다보니 왁자지껄 파티가 열렸어요. 시커먼 벽에 몸을 숨긴 비나. 자그마한 타이니가 문 가까이 다가와 이야기합니다. "비나야, 여기 있니?"
전등 갓을 쓰고 있는 비나, 분명 비나인데 비나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게 비나는 전등이 되었다가, 탁자가 되었다가, 나무가 되기도 하지요.
비나가 보고 싶은 타이니는 소파가 된 비나에 기대앉아 읊조립니다. "내 친구 비나는 어디 갔을까? 보고 싶은데."
종이봉투를 뒤집어쓰고 앉은 비나에게 타이니는 괜찮냐고 묻습니다. 괜찮다고 말하는 비나, 하지만 괜찮지 않은 비나가 걱정되어 종이봉투를 슬쩍 들어 올리자 비나의 눈엔 눈물이 고여 있습니다.
"나 있잖아, 사실 파티 안 좋아해."
이 그림책의 백미()는 타이니의 반응입니다. 파티의 주인공인 타이니는 비나의 부재를 모른척하지 않습니다. 타이니를 따라가며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비나에게 계속해서 묻지요. 비나가 어디 갔지? 비나야 너 여기 있었니? 비나인 걸 알면서 "너 비나잖아! 왜 이러고 있어?"라고 묻지 않는 거예요. 저는 그게 너무 예뻐요. 대부분, 사람들은 '왜'라고 묻기 쉽거든요. 너 왜 그러는 거야? 왜 인사를 안 하는 거야? 왜 말을 안 하는 거야? 왜 가기 싫은 거야???
저도 그랬어요. 예민하고 소극적인 아이 걱정이 많았지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말을 잘 할 줄 몰라서 사는 동안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이 많았거든요. 버스 안에서 어떤 아저씨가 저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는데도 저는 아무런 말을 못 했어요. 분명히 돈을 냈는데 끝까지 돈을 안 받았다고 우기는 문방구 아저씨의 언성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 다시 돈을 내고서 문방구를 나오며 억울하다기 보다 무서워서 울었던... 그래서 이 아이도 그렇게 소심한 사람이 될까 봐 더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가 세 돌이 될 무렵, 저는 큰 결심을 하게 됩니다.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저라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아이 본인은 괜찮은데 내가 안 괜찮은 이유는 바로 제 문제더라고요. 이후 아이가 걱정되는 순간마다 속으로 되뇝니다. 믿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지난 나와는 관계없이 스스로가 잘 지켜 나갈 것이라고. 그 믿음을 주는 것이 부모로서의 나의 역할이라고.
파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비나의 말에 타이니가 물어요. "그런데 왜 왔어?"
비나가 대답하지요. "네가 좋으니까"
이 대화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던져 줍니다. 싫으면 안 오면 되지, 이럴 거면 왜 왔어? 단순하게만 접근하면, 힘들면 안 오면 되지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근데 비나의 대답을 한번 봐요. 좋다잖아요. 좋은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좋은 마음과 불편한 마음에 갈등했을 비나의 마음이 측은하기도 하고 또 기특하기도 했어요.
외향적인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반대로 내향적인 사람들은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로 폄하되기 쉽습니다. 근래 내외향은 인간 고유의 성정일 뿐 좋다 나쁘다로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보편적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상, 직접적으로 반응할 때는 호불호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인사를 큰 소리로 한다거나 관계에 있어 적극적인 면모가 보이면 으레 성격이 좋다는 말로 활기찬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지요. 반대로 행동거지가 적고, 말이 없고, 목소리가 작으면 저렇게 해서 어떡하지?라며 걱정을 합니다. 언변과 행동거지와 표현 방법은 80억 인간 모두 각기 다른데 몇 가지의 유형으로 분류해 퍼센티지가 가까운 쪽으로 그것들을 규정하고, 규정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반대급 성향을 너무나도 편리하게 폄훼합니다.
분류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에요. 나눠진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자꾸 "왜?"라고 묻지 말라는 것이지요. 왜? 가 아니라 그렇구나! 가 되어야 한다고요. 주변의 비나와 같은 친구가 있다면 절~대 왜 그러냐고 묻지 마세요. 그 친구의 마음에 조금만 더 고갤 숙여 귀를 기울여 주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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