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 차원이 다른 삶은 AI로 설계된다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5
이경전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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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 이경전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 후 1분에 백수십여 권이 팔려나갈 정도로 그녀의 저서들은 날개를 달았다. 수순처럼 문화계와 출판계, 도서관과 책 수업들에 한강 작가님의 작품이 선택되었고 나 또한 1달에 4번 한강 작가의 작품으로 독서모임을 기획했다. 모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책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검색하는데 우연히 마주한 어떤 이의 발제문에 고개가 갸웃거렸다.

한참을 읽었다. 읽는 동안은 꽤 잘 만들어진 질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곧 생각이 바뀌었다. 스크롤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던져지는 질문에 희미하게나마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었다. 내용으로만 보자면 책 내용의 여러 지점들을 유려한 단어로 적중한 질문이었지만 뭐랄까, 그 질문들 속에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수년간 독서모임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나에게 쌓인 독서모임의 방향은 질문과 답, 책을 바라보는 시선과 사유에는 꼭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발제문에서는 사람이 없었고 온통 ’관념‘뿐이었다. 번드르르하게 해석해 그럴싸하게 대답하면 꽤 진지한 토론의 장이 될 수도 있겠지만 글쎄다. 내가 그 발제문에서 느껴진 감정은 ’노잼‘이었다.

그렇다. 그 발제문은 챗 GPT가 만들어 낸 발문들이었다.

사실 그 발제문을 다 읽고 난 후 첫 느낌은 ’만고 쓸데없는‘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생각을 바꿨다. 이 발문을 나의 독서모임에 활용할 순 없겠지만 회원들과 이 질문에 대한 의견을 나눠볼 수는 있겠지. 나와의 ’비교‘가 아니라 ’차이점‘을 생각해 보고 ’외면‘ 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챗 GPT가 만든 발문이라 만고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나의 차이점을 유념해 보고 완충하고 활용하는 것도 어찌 보면 앞으로 맞이할 미래 사회에서 나의 ’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 <AI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비즈니스 차원에서 활용 가능한 AI와 현재 우리 삶에서 그것을 어떤 시선과 마인드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그리하여 다가올 미래 사회에서 AI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운이 좋게도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를 함께 읽고 있어도 책의 중첩되는 지점들을 굉장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미래사회에 대한 해석이 두 저자가 달랐고, 누구의 말이 맞다 틀리다가 아닌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어 유쾌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아이들에게 AI를 이해시켜주는 방법이었다. 책에서 질문한다. AI란 무엇인가? ’단순히 ‘인간을 닮은 지능’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그렇지 않다. AI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만든 지능’으로 AI의 반대말은 영어로 ‘자연적인 지능’이다. 143‘ 인간의 아류나 또 다른 인간, 더 나은 인간이 절대로 아니라는 말이 되겠다. 그런 의미를 이해하고 AI를 의인화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저자는 ’AI에 대한 의인화를 줄이려면 AI 활용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며 AI가 코드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과정도 이해해야 한다. 학교에서 AI 제작 교육을 받는다면, AI는 그저 기계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될 것이다. 140‘라고 이야기해준다.

최근 AI 교과서 도입에 대한 제도를 강구하기 위해 학부모들에게 설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내가 낸 의견은 이런 것들이었다. ”AI 교과서 자체의 실효를 운운하기에 앞서 그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이 제도가 왜 필요하며, 이 교과서를 이용해 공부하게 되었을 때 장단점을 분명히 인지시켜 주어야 한다. 또 AI 교과서뿐 아니라 다양한 층위에서 마주하게 될 AI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필요가 있다“

마냥 세상이 바뀌니 거기에 맞춰, 가 아니라 바뀌어가는 상황이나 현상들을 충분히 이야기 나누고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각자의 ’무기‘를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가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추천한다.

@jiinpill21

#도서지원 #인생명강 #21세기북스 #책사애2507 #책벗뜰 #인공지능 #미래사회 #비즈니스경영 #인문교양 #책추천 #양산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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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 지상의 아름다움과 삶의 경의로움에 대하여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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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 헤르만 헤세

오래전 교내의 연못가를 지나갈 때였다. “물레방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구슬퍼.” 곁에서 함께 걷던 지인이 대뜸 묻는다. “그런 생각이 들어? 그렇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저 소리가 들리긴 해?” 지금으로 정리해 보면 지인은 대문자 T였던 듯, 이후 나와의 대화에서 놀라움을 수시로 표현해 주기도 했다.

언제고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이 말했다. “현옥샘은 글 쓰는 게 천성인 것 같아요. 생각하는 게 달라요.” 마찬가지로 그 선생님 또한 지금에 와 생각하니 대문자 T인듯하다. T 성향의 사람들이 보기에 나는 뭐랄까. 굉장히 감성적인 사람일 것이다.

그렇게 ‘감성적’인 내가 아이를 낳았다. 아주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하나만 이야기하자면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안 되어 입에 넣어준 공갈젖꼭지, 일명 쪽쪽이를 아이가 19개월이 되던 어느 날 바다에 던져 넣으며 폭풍오열했다. (아, 바다로 던져 쓰레기를 투척한 건 잘한 일이 아니었지만 아이와 쪽쪽이가 헤어지게 하려면 다른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아이는 그 이후로 울지도 쪽쪽이를 찾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그 친구와 헤어지는 일이 그렇게나 가슴이 아팠다. 오랜 시간 아이를 달래줬던 고마운 쪽쪽이를, 작은 아이에게 헤어짐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 그렇게나 슬퍼서 엉엉 울었더랬다. 그렇다. 나는 대문자 중에 대문자 F인 것이다.

이 책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를 읽으며 지난날의 나를 떠올렸다.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 소리, 새벽 베란다 문을 열면 나의 집 거실 안으로 들이닥친 만리향에 취해 눈을 질끈 감던 순간들. 퇴근길 매일같이 마주하는 건물 입구 노을로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미소 짓던 내가 동그마니 떠올랐다. 그런 내가 아이를 낳고 그 아이의 몸짓 하나하나에, 숨결 하나하나에 전율하고 감동받던 모든 순간들이 하나 둘 되살아있다.

헤세단으로 제공받은 4권의 도서 중 이 책이 가장 좋았다. 자연, 향수, 인간, 예술, 여행 총 5파트로 구성된 헤세의 에세이는 우리가 삶의 어느 지점에서, 어떤 것들에 감탄할 수 있는지 풍요로운 소스를 전달해 주고 있다. 헤세의 책들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이 바로 ‘자연’이다.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실상 잘 느끼지 못하는. 그것을 발견한 자에게만 감탄과 경이를 제공해 주는 자연을 남은 나의 생에서 부지런히 마주하기로 한다. 그저, 감탄하라. 그것이면 된다.

@moonchusa

#도서지원 #문예춘추사 #헤세단 #서포터즈 #서평단 #헤르만헤세 #그리움이나를밀고간다 #에세이 #에세이추천 #두행숙 #책벗뜰 #책사애2505 #양산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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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지 않는 이유는요 - 프로아나부터 폭식증까지, 청소년 식이장애에 대한 모든 것 알고십대 7
박지현 지음, 최혜령 그림 / 풀빛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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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벗뜰 독서모임 1 - (풀빛 출판사 도서지원)

내가 먹지 않는 이유는요 - 박지현

오늘 아침의 일이에요. 지난 새벽 늦게 잠이 들어 아침 기상이 늦었어요. 미지근한 물을 한 컵 천천히 마시면서 러닝을 가야겠다 마음먹었어요. 등교하는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섰고 오랜만에 아침 러닝 5km를 뛰고 집으로 왔지요. 샤워 후 가만히 앉아 고민합니다. ‘밥을 먹을까?’

문득, 그런 제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밥 먹는 일이 선택의 문제인가? 싶은 거지요. 그때 시각이 오전 10시 반이 지난 시각이었어요. 굳이 아침식사냐, 점심 식사냐를 따지는 것이 아닌 밥을 먹을지 말지를 고민하는 제가 조금 특이하게 느껴졌어요. 돌이켜 보면 저의 온 생이 그랬던 것 같아요. 당연하게 밥을 먹는 게 아니라 먹을지 말지를 고민하는 저, 곱씹어 보니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나 태도에 소소한 문제들이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인 책이라 주제나 내용을 떠나 친절하게 상담해 주듯 이야기하는 문장들이 굉장히 편안한 책이었습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인 프로아나에서부터 넓게는 ‘식이장애’ 스펙트럼에 대해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실제 저자는 현장에서 아이들을 상담하면서 체득한 유용한 내용들을 매우 상세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독모 중 거식증이나 폭식증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건 과식증이라 이야기하는 참여자의 발언에 그간 우리가 알고 있는 식이장애 또한 단편적이거나 일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 책이 시사하는 지점들이 결코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내용도 그러했지만 독모를 하면서 참여자들과 주로 나눈 이야기는 바로 ‘심리적’ 문제였어요. 식욕은 조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저자의 조언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는데 결국 이런 문제들이 심리적, 정서적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명징하게 인지할 수 있었어요. 그것에 가족, 특히 부모의 양육환경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지요. 참여자들의 과거, 그리고 현재까지 체중을 비롯 체형, 수치 등 이제는 무의식 속에 묻혀 있는 내재적 문제까지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유의미한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고 크게 와닿은 건 바로 ‘시선’이었어요. 생각해 보면 저는 그저 저일 뿐인데요. 어느 순간, 어느 상황, 어느 지점에서 각기 다르게 저를 바라보고 있었더라고요. 그러자 곧 시선이 사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시선이 내가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된다는 것을 곧바로 인지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시선을 검열하자!는 아니에요.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나 시각은 개별적으로 존중받아야 마땅하고요. 하지만 외모에 대해서만은 조금 더 세밀한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생긴 것 자체로 이뻐! 너를 너로 존중해! 이런 말 따위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내가 나를 보는 시선이 곧 세상을 향한 시선이라는 생각으로 매 순간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길. 그런 너그러움과 온화함들이 모여 세상 세상의 뾰족한 것들을 조금씩 깎아갈 수 있길 바라봅니다.

@pulbitk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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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 한 법의학자가 수천의 인생을 마주하며 깨달은 삶의 철학
이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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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 이호

꼬박 1살 생일이 된 아이가 나의 눈앞에서 숨을 멈췄다. 비출산주의였던 내가 결혼 6년 만에 느닷없이 아이를 맞았다. 출산 이후의 변화들은 ‘엄마’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혼돈이었고, 폭력이었다. 손가락이 6개인 아이를 처음 만난 장소는 조리원 신생아실이었다. 새하얀 속싸개에 송이버섯 같은 모양으로 둘러싸인 아이의 얼굴을 처음 봤을 땐, 뭐랄까. 영상을 보듯 그저 ‘재미난’ 장면에 불과했다. 그것도 잠시 속싸개를 풀어 아이의 손가락을 보여주는 직원분의 걱정스러운 표정에는 아랑곳없이 그저 해사한 미소를 날리며 그제야 이 아이가 나의 아이임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모성’같은 단어는 애초에 사라져야 할 단어라 치부했었고, 육아라는 것 또한 영어를 배우듯, 수학을 배우듯 그저 그렇게 배워나가면 되는 거라 생각했다. 나름대로, 잘 키웠다. 그런 아이가 태어난 지 꼬박 1년이 된 날 숨을 멈췄고, 그런 아이를 부둥켜안고 짐승처럼 울부짖은 그날 이후 나의 삶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온도와 각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번 숨이 끊긴 아이가 다시 끊기지 말란 법이 없지 않은가. 지금도, 여전히. 열 살이 다 되어가는 아이가 잠이 들면 코끝에 손가락을 슬며시 갖다 댄다. 아이가 다시 내 앞에서 숨을 끊는다면 나는, 결코 살아질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과 그 모든 일은 나의 부주의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죄책감으로 평생을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여전히 나는 매일 밤 눈물짓고 몸부림친다.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이호 법의학자님의 말씀을 듣는데 새삼 삶과 죽음이 이전과는 조금 다른 온도로 다가온다. 유퀴즈에 나온 이호 저자님의 방송을 보고는 화면을 캡처해두기도 했다. 살아 있는 게 기적 같은 세상이라고, 당장 내일 죽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세상이라고.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터부시할 것이 아니라 지금, 살아 있는 지금을 온전히 상기하며 살기 바란다는 법의학자의 말은 나의 마음에 커다란 포말을 일으켰다.

책의 서문에서도 인용된 <명상록>의 한 구절은 “우리가 보는 것들은 모두가 죽어가는 것들이다”이다. 7월부터 꾸준히 읽고 필사하는 책이 <명상록>이다. 애초에 그 책을 펼칠 때의 내 마음이 딱 그런 마음이었다. 시각 왜곡 증상을 호소하는 아이를 대학병원에 데리고 가 뇌파검사와 엠알아이 검사를 진행하며 멘탈이 많이 흔들렸다. 그때처럼, 다시 그때처럼 아이가 내 앞에서 숨을 끊는 일이 생기면 나는 어떻게 하나. 무섭고 두렵다는 말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정말이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숨 막힘에 실제 숨쉬기가 어려워 궁여지책으로 시작한 명상록 필사, 거짓말처럼 저런 문구를 매일 같이 읽으며 시나브로 죽음을 삶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아니,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책은 참사나 재난, 사고와 범죄 같은 상황에서 죽은 사람들에게서 우리가 배우고, 느끼고, 알아야 할 것들을 기본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죽음에 대한 저자의 철학적 시선이 다분히 담긴 이 책은 단순한 법의학자의 이야기로만 읽히지는 않는다. 부탁하건대 모든 사람이 필수로 읽었으면 좋겠다. 죽음을 매일 같이 보고 다루는 저자의 메시지는 단순히 법의학적 죽음만을 떠올리지 않는다. 죽은 자들의 서사 속에서 살아있는 자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 한강 작가님의 말씀처럼 죽은 자와 산자와의 공생을 이 책을 통해 명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죽은 자들이 산자를 도울 수 있고, 산자들이 죽은 자를 도울 수 있다. 분명히 그럴 수 있다.

얼마 전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지금 내가 생각하는 죽음에 대해 그간 갈고닦은 다짐들을 이야기하니 대뜸 맞은편에 앉은 지인이 “나는 싫다. 나는 안된다. 나는 절대로 못 받아들인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에 앞서 내가 한 말은 이런 말이었다. “나는 지아가 죽는다고 해도, 이제는 괜찮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절대로 내 아이는 죽으면 안 돼가 아니라 죽어도 나는 괜찮아로 선회하니 견디기가 수월해졌어요. 죽음을 터부시하지 않기로 했어요. 대신, 내일 죽어도 아이에게 미안하지 않게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해 주고 있어요. 우리는 모두,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정말이지 비루한 존재니까요. 영원한 건 없어요. 영원하길 바랄 게 아니라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우리에게는 필요한 거지요.”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은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특히나 지금, 이 순간 지난주 일어났던 무안 참사에서 우리가 배우고 느끼고 바꿔나가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느끼고 싶다고 지금 당장 이 책을 읽어보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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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시대에 오신 것을 애도합니다 - 더 늦기 전에 시작하는 위기의 지구를 위한 인류세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39
박정재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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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시대에 오신 것을 애도합니다 - 박정재

조선 후기의 영·정조의 호황기는 기후와 상관있을까? 13세기부터 시작해 19세기까지 이어진 소빙기에서 18세기는 추위에서 잠시 비켜나 있었다. 세계적으로 화산 활동이 저조했고 태양 활동이 대체로 활발해 평균 기온이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조 재위기에 일본의 덴메이 기근으로 10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청나라의 경우에도 정세가 어려운 와중 기후변화에 따른 흉년으로 결국 나라가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프랑스 대혁명도 이 시기에 일어나 유럽과 아시아 전역은 곤경이었다. 와중에 정조가 다스리던 조선만은 태평성대를 누렸다고 한다.

정조 이후 순조가 조선을 다스리기 시작하고부터는 다시 또 인도네시아 숨바 섬의 화산 폭발과 저조한 태양활동으로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명나라의 경우 대기근이 발생하고 화산활동이 더 활발해진다. 일본과 필리핀에서도 화산이 분출해 지구의 기온을 떨어뜨렸다. 민란이 일어나 명나라가 폐망하고 청나라가 들어설 때도 ‘기후‘가 한 몫한 셈이 된다.

300년 전 기후와 지금의 기후를 이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인류세‘라 해서 1980년 미국의 고생태 학자가 논문에서 처음 사용한 이후 2000년 국제 지구권 생물권 프로그램 회의에서 크뤼천이 더 이상 홀로세가 아닌 인류세라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주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한 단어이다. 이제는 인류세의 시작이 언제부터인 가로 의견이 분분하다지만 어찌 되었든 현시점이 이전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300년 전 잦은 화산활동과 저조한 태양활동으로 인한 기후환경 변화로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낮은 기온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이상 기온과 날씨 변화이다. 단순히 기온의 변화뿐 아니라 그 ‘속도‘가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우리도 그 언젠가의 그들처럼 기근과 자연재해로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도래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책은 기나긴 역사 속, 그 시대의 흐름 속 크고 작은 기후 변화들을 이야기하며 결국 인류가 이 지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류세‘를 현명하게 책임지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야기한다. 2015년 파리협정으로 더더욱 익숙해진 숫자 ‘1.5℃‘,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 이하로 제한하자는 데에 전 세계 195개국이 만장일치로 협의한 국제 조약 사항이다. 늦지 않았음을 시사하며 지금이라도 각국의 지향성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을 기대한 이후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과연 우리는 얼마큼 노력했나.

기후변화가 가장 심각한 지점은 따로 있다. 세계적으로 연간 쓰레기양과 플라스틱 배출량이 가장 높은 국가인 미국에서 파리협정을 탈퇴한 이유와 비슷하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을 때 홀로 식탁에 앉아 막걸리 한 통을 다 비우며 주절주절, 욕도 좀 했던 것 같다. 듣도 있던 아이가 전에 없이 험한 말을 내뱉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안 돼?˝ 기다렸다는 듯 내가 말했다.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이 죽을 테니까.˝ 아이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겠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약자‘와 ‘소수‘에게 가해질 위해를 절대로 무시하면 안 된다는 의미였다. 예상하지 못했던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날 반지하 방에 거주하던 발달장애 일가족 3명이 자신의 집에서 목숨을 잃었다. 비가 문제일까, 집이 문제일까, 장애가 문제일까. 퍼붓는 비를 예상하지 못한 기상청이 문제일까, 그렇게 거주하지 말라고 말하는데도 기어코 햇빛도 안 드는 그 방에 움을 튼 장애인 가족이 문제일까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거대한 재앙 같아 읽으면서도 무섭고, 알면서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나약함과 무력함에 더욱더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끝내져버리지 않는 이유는 253페이지에 열거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 덕분이다. 24년 한 해는 텀블러 쓰기, 백색 고기 패티 햄버거만 먹기, 1번 달걀 소비로 탄소중립에 일조했다(고 생각 한다). 25년에는 어떤 목표들을 세워볼지 고민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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