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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온도 모임의 체온 - 책의 온기를 유지하는 유료 독서모임 운영법, 한국출판학회 2023 올해의 책
김성환 지음 / 산지니 / 2023년 1월
평점 :
#독서의온도모임의체온 - #김성환
살고 있는 아파트내에 작은 상가 하나를 임대했다. 11평 공간에 연핑크 벽지를 바르고 [책벗뜰]이라는 간판도 하나 달았다. 책벗뜰은 책과 벗(친구), 뜰(마당)의 합성어로 책과 친구가 어우러져 함께 뜰에서 뛰놀자는 뜻을 담고 있다. 공간을 임대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작년 가을 ‘나를 변화시키는 독서와 글쓰기’라는 지역 도서관 문화강좌를 들었고 거의 끝차시에서 3년후, 10년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의 미래에 나만의 책방(여기서의 책방은 서점이나 출판사의 의미보다는 책모임의 기능에 충실한 장소)을 갖게 될 것이라는 예언 아닌 예언이 있었다. 그 예언이 조금 빨리 실현되었다고나 할까.
지역 도서관 3군데에서 매월 한번씩 독서회가 있다. 그 독서회는 강사료가 나오고, 장소가 정해져 있고, 인원도 도서관 측에서 모집을 하기에 나는 발제문만 준비해서 날짜에 맞춰 가면 되는 방식이지만 그 외 다른 독서모임은 장소부터 발제(발제취합), 인원모집까지 다 내 몫이었다. 게릴라 독서모임 같은 경우는 책을 일일이 전달해고, 후기링크를 모으고 독촉하는 일까지도 그 일에 포함된다. 하지만 따로 참가비를 받지 않는다.
그렇게 모든 독서회를 다 합치면, 아이들 독서회 포함 한달에 일곱에서 여덟개의 독서모임이 운영되고 있는거다. 장소가 정해져 있으면 다행, 아니라면 장소를 대관하고, 찾아보고 예약하는 일까지 신경을 쓰다보니 나의 에너지는 언제나 부족했고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다보니 가끔 지칠때도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지쳐갈때쯤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로 꿈꾸던 책모임방을 만들게 된 지금, 생각하고 정리해야할 부분들이 남겨졌다. 다달이 들어가는 임대료와 상가관리비, 보증금과 인테리어비, 자재구입비등 준비하는데에 들어가는 비용을 차치하고라도 다달이 지불되어야 하는 비용을 생각해보고 그간 무료로만 운영되던 책모임을 어떤 형태로든 변화시켜야 한다는데에 생각이 미치자 이 책 <독서의 온도 모임의 체온>이 눈에 콕 들어왔다.
책은, 안정적인 모임의 지속성을 위해 견고한 시스템이 불가피하다고 이야기 한다. 모임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 중에 공간의 중요성을 꼽았고 그 외 운영진의 역할이랄지, 참가비등 비용, 홍보와 지원사업의 활용등을 이야기한다.
「기존의 독서모임들은 대부분 무료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공간 사용료 개념으로 카페 음료값에 해당하는 소정의 비용을 냈지만 이 또한 지역 도서관이나 참가자의 집에서 한다면 비용이 들지 않았습니다. 책을 구매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대여한다면 완전히 무료도 가능했죠.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크게 문제될 부분은 없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즐겁고 가치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모임을 지속하다 보면 운영자는 소비되는 에너지가 꽤 많음을 인지하게 되죠. 그렇다고 시급 단위로 조개가며 변도의 인건비를 받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취미가 직업으로 인정받는 현시대일지라도 취미와 돈은 비례관계가 잘 적용되지 않죠. 운영자가 할 일이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책 하나 선정하는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p32~33」
나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만큼 인건비에 대한 부분을 생각해본적이 없었고, 그저 사람들과 만나 같은 책을 함께 읽고 삶의 토대가 되는 여러 가치관들을 공유하고, 고정된 틀이 깨지며 사고의 지평이 넓어지는 과정을 즐긴다는데에 만족감이 컸다. 지금도 마친가지다. 하지만 책모임을 시작한지 3년차가 넘어가니 내가 들인 노력 대비 그 속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허탈감 또한 적지는 않았다.
책 한권을 정성들여 읽고(또 읽고) 2~3일에 걸쳐 발제문을 만들고, 오랜 시간에 걸쳐 모임 날짜를 조율해 장소까지 만들어 모임을 시작하려는데, 당일 아침 특별한 이유없이(물론 당사자는 이유가 있을수도 있겠다) 불참을 알려오고, 2시간 동안의 모임을 진행하기 위한 최소인원을 고려해 인원수를 조율하고 모임을 미루거나 취소해야 하는 상황들까지... 알게 모르게 나의 의지와 열의에 찬물이 끼얹져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저자가 말하는 멤버십 제도에 마음이 많이 기울었다. 지금 (내가)운영하고 있는 독서모임도 멤버십 모임이지만 이 부분에서 좀 더 견고하고 단단하게 보완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들을 검토해야 함을 느꼈다.
책은, ‘2장 코로나를 넘어 온·오프 융합으로’라고 해서 펜데믹이 강타한 독서모임이 계에 도태되어져간 현실과 그 속에서도 지속되어온 모임들을 이야기하며 온라인에서 운영될 수 있는 좋은 방안들과 독서모임이 갖는 고유성을 들어 오프라인에서 모임이 갖는 강점을 한번 더 짚어준다. 특히 이 장에서는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임을 이야기 한다.
「“독서모임에는 좋은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좋은 사람에는 정해진 답이 없겠죠.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편적인 ‘좋은사람’의 기분이 아닐까 합니다. 몇 번의 모임을 통해 그 사람의 내면을 세세히 다 알지는 못해도 모임에서 대화하며 느껴지는 인품을 보고 내린 각자의 상식 내에서 일련의 판단일 것입니다. p144」
돈도 안되는 모임을 왜 하느냐고, 그 시간에 유튜브나 글 한 편이라도 더 쓰는게 낫겠다는 누군가의 말들 속에서 독서모임이 독서문화 증진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차치하고라고 그리 멀지 않은 시간 내에 안정적인 수입을 위한 하나의 파이프 라인(석유나 천연가스 따위를 수송하기 위하여 매설한 관로)이 되리라 믿는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게 남는다.
책을 통해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독서모임의 가치가 아니냐는 저자의 말에 깊이 동감한다. 여러 독서모임을 운영하다보니 어느순간 느끼는 것이 참가자들의 합에 따라 그날의 모임 분위기며 남는 사색들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참가자들의 학식이나 사회적 위치, 책에 대한 남다른 견해나 전문가적 소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임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의 마음이 얼마나 진심으로 이 모임에서 생각과 마음을 열었느냐에 따라 모임의 질이 완연히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나는 책모임을 통해 크게 성장했다. 3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다. 어떻게, 뭐가 달라졌느냐고 묻느다면 나는 딱 한 줄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이제는 더 이상 혼자라고 느끼지 않는다”라고.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위축감보다 다르다는 위안속에서 더 많은 질문으로 사고의 장이 열리고 그 열림의 시간들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가 모두를 향해 열려간다. 그 시간들속에서 한 아이의 엄마로써, 대한민국의 한 여성으로써, 독서회 강사로써 오롯이 서 있을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이전보다 더 많은 고민거리들을 안겨준 책이다. 그 고민들의 해답을 찾으며 한뼘 더 성장할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seonghwan___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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