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 웃음과 눈물의 낙원 - 전경린 #도서지원나는 경북 봉화에서 태어났다. 외할머니집 문고리를 붙잡고 산고를 통과한 엄마는 이내 정신을 놓았다고 한다. 셋째였던 나마저도 딸이었다. 아빠는 실망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고, 엄마와 나를 두고 부산으로 가버렸다. 엄마는 내가 태어나고 8개월이 지나서야 부산으로 내려왔고, 그때 나의 이름을 호적에 올렸다. 아무렇게나 지은 이름이었다. 돌림자 ‘현’자에 옥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한자의 조합이나 의미 따위는 아무렴. 옥편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한자로 해달라고 동사무소 직원에게 얘기했을 것이다. 뱃속에서 딸이라는 이유로 많은 생명이 꺼졌다. 내가 4번째 안에 들어간 덕분에 기어이 세상으로 나왔다. 6번째였거나, 10번째였다면 나 또한 그들처럼 먼지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엄마에게 고마워했던가? 태어나고 죽는 건 하늘의 뜻이다. 그것을 고리타분하고, 구태의연한 무엇으로 표현하는 것이 영 마뜩찮지만 어떻게 표현해도 나는 그것을 거부할 수는 없다. 천륜이다. 하늘이 정해주는 변할 수 없는 인연. 책 속 새별이는 여섯 살이다. 어른들의 일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무섭고 섧은 순간마다 나타나서 기다렸다는 듯 등을 내어주는 봉연이 할매의 시큼한 땀 냄새가 좋다. 걍팍한 엄마도, 짖꿎은 오빠도 주변 사람들 모두 친절하지 않지만 배내옷같이, 초유같이 보얀 색의 감꽃이 눈처럼 떨어지면 꽃을 입에 넣고는 잠시 낙원으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끊어질지 몰라 늘 애닯은 천륜이, 끊긴채로 살아가도 못내 아쉽지 않을 끈들이 그럼에도 의미를 갖는 건 한 시절 속에서 흩날리던 감꽃처럼 제 아무리 어리고 작은 아이에게도 쿰쿰하지만 더없이 따뜻하고 넓었던 등에 내주었던 기억, 그 감촉 그리고 향기 덕분이다. 언젠가의 내가 나의 유년을 낙원이라 이야기 한다면 그건 똥골동네 아이들과 낡디 낡았던 리어카 덕분이다. 그 시절의 나의 낙원을 떠올리게 해 준 소설이다. 추천한다.@gimmyoung #책사이애84 #천개의웃음과눈물의낙원 #전경린 #책벗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