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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사전
이제야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3월
평점 :
돌고 돌아 만나는 책
낭만 사전 / 이제야
#도서지원
작년 <시가 되는 순간들>로 나의 마음속에 작은 집을 지었던 이제야 작가님의 신간이다. 출판사 서평단 모집 홍보 글에 거두절미 신청을 해 두고는 꼭 선정되길 바랐다. 이유는 단순했다. 말이 고팠다. 나는 요즘, 말이 고프다.
얼마 전 김애란 작가님이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했다. 한강 작가님과 같이 김애란 작가님 또한 말을 할 때 조금 다른 느낌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무어라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목소리와 억양, 숨소리까지도 말, 그러니까 단어 아래에 조심스럽게 펼쳐 놓는 느낌이었다. 보드라운 융단을 언어 아래 깔아놓고 자분자분 조심스레 나아가는 느낌. 그 느낌은 두 작가님의 글에서 느껴지는 ‘겸손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단어 하나에 이렇게 힘과 맘과 정을 기울여서야 어디 사람 살겠나! 싶다가도 시인이기에, 작가이기에 말이 전달할 수 있는 여진까지 감당하려 하는 것이 아닐까. 글을 쓰는 사람들의 세계를, 언어를, 사람을 담고 있는 그릇과 그 속에 든 강을 지켜보며, 이들 덕분에 내가 여태 잘 버텨냈구나 고마운 마음이 일었다.
이제야 작가님 또한 다르지 않았다. ‘사전’ 콘셉트의 44개 단어로 마지막까지 나의 몸 여기저기에 샘 같은 단물을 뿌려 주었다. 아름다운 줄 모르고 아름다워했던 눈빛을, 고마운 줄 모르고 고마워했던 창문을, 쓰는 줄 모르고 썼던 무수한 나의 글을, 글이 담은 나의 계절을 뒤늦게 마나 그것 그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었다.
우리가 누군가의 밑줄로 계절을 보내듯 우리가 누군가의 밑줄이 되어 오지 않을 계절을 잠시 마련해 줄 수 있기를. 82p
그녀의 밑줄로 얼마간의 나는 말이 부를 것이다. 한껏 부른 마음으로 또 다른 밑줄을, 하얀 백지를 그리고 내 마음속 좁다란 산책길을 힘들이지 않고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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