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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 있는 느낌
이윤학 지음 / 오늘산책 / 2025년 11월
평점 :
무한한 미완성의 상태로 <당신과 함께 있는 느낌 - 이윤학>
산문이 가진 가장 악마적인 요소는 그것이 절대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 플로베르 (264p)
아침에 일어나 책을 뒤적였다. 미셸 푸코의 <상당한 위험 - 글쓰기에 관하여>와 브라이언 딜런의 <에세이즘>이다. 그저께 애정하는 작가님의 수필 강의를 듣고 왔다. 글쓰기란 무엇인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 수 있기에 글을 쓰면서도 계속해서 그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푸코와 딜런의 책은 금세 덮었다. 내가 뭐라고. 이걸 왜. 그런 마음들이 파도처럼 밀려 들었고, 맨발로 선 자리에 모래가 패이듯 내 마음도 가라앉았다. 내가 뭐라고 이걸 보나. 하는 그런, 조금 부끄러운 마음.
책을 덮고는 잠시 허공을 보다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산문집‘이라고 쓰여 있다. 산문, 산문이 뭐지?
이 책에는 시집 한 권의 분량의 시들, 시를 쓰려고 애저녁에 찍어둔 사진과 어울리는 산문들, 몇 편의 엽편소설까지 들었다. 산촌으로 들어와 사람을 만나지 않고 연락하지 않고 살아온 날이 많았다. 하지만 외롭기는커녕 행복한 나날이었다. 이제는 이름도 가물거려진 당신과 함께 있는 느낌 때문이다. (프롤로그 작가의 말 중에서)
아, 산문은 외로운 상태에서도 외롭지 않은 무엇이고, 이름도 가물거려진 누군가와 함께 있는 느낌을 주는 무엇이구나. 플로베르의 말로 되돌아가 본다. ’절대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산문은 결국 가져올 수 없는 무엇이고, 함께 할 수 없는 무엇이구나. 어? 그렇다면 나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이제는 대부분의 것이 다 희소되어 내 마음속 깊은 골짜기에 쫄쫄 흐르고 있는 그나마의 이야기들은 나도 있는데.
그런 마음으로 이윤학 작가님의 글을 읽었다. 지난날 속 풍경 속의 내가 또는 그것이 책 속 문장과 사진 속 그림자 속에서 어렴풋하게 비쳐들었다. 외롭지 않다고 해놓고선 작가의 글 속에서 외로움이 철철 넘쳤고, 이름도 가물거린다던 당신이 사진 속 풍경 속에 점으로, 선으로 분명하게 그려져 있었다.나의 외로움과 언젠가의 당신이 거대하게 몰려온다.
아, 이게 산문이구나.
속절없는 외로움과 당신을 눈앞에 세워 한데 몸을 섞는 일. 그러해서 나는 결코 미완성의 상태로 무한히 너와 그 계절을 그리워하게 되는 일, 이것이 바로 산문의 힘이구나.
@yun.jung___
@oneulsancha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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