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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야 애틋한 사람들 - 착해 빠진 자식들의 나답게 살기
산드라 콘라트 지음, 이지혜 옮김 / 타래 / 2025년 9월
평점 :
떨어져야 애틋한 사람들 - 산드라 콘라트
#도서지원
@ksibooks
엄마를 사랑했다. 온 마음 다해 내 우주를 오롯이 내주고 싶었던 단 하나의 존재였다. 엄마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었고, 엄마에게 사랑받기 위해 갖은 애를 쓰며 주위를 서성였다. 말을 잘 들어야 하고, 뭐든 잘 해야 하고, 엄마를 많이 도와야 하고, 무엇보다 엄마가 힘들면 안 됐다. 엄마가 울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웠고, 할 수만 있다면 엄마의 짐을 다 져주고 싶었다. 한때는, 그랬다. 책을 읽는 내내 그맘때의 내가 떠올랐고, 자연스럽게 지금의 나와 엄마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왜 그렇게도 엄마를 사랑했을까, 그 사랑은, 우주를 가득 채웠던 그 사랑은 다 어디로 가버렸나.
‘건강한 분리는 그릇된 희망을 버리는 것’이라는 문구에서 잠시 멈췄다. 출생 직후 아버지가 개입해 탯줄을 분리한다. 표면적으로는 완벽한 분리가 이뤄진다. 하지만 정작 분리해야 하는 건 눈에 보이는 탯줄 따위가 아니다. 더욱더 깊고, 짙고, 또 끈떡지게 엮인 ‘책임감’에서 건강하게 서로를 밀어내야 한다. 부모를 미워하면 안 된다는 죄의식, 어렸을 때의 상처로 어른이 된 지금도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이 뭉쳐져 거대한 무게로 자신을 짓누르는데도 어찌하지 못한다. 나는 그렇게 못 살았으니 나보다는 잘 살아야 한다는 아집, 나의 불행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아 자식의 행복에 질투와 억울함을 느끼고, 부모니까 그러면 안 된 다와 자식이니까 이래야 한다가 굴레처럼 부모 자식 관계를 서서히 망가뜨린다.
하지만 더욱이 고무적인 건 그런 문제들을 당사자들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알면서도 어찌하지 못하는, 그래서 건강하게 분리해야 할 당위와 방법들을 계속해서 모색해야 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용서’를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용서를 했다고 해서 이후에도 즐겁고 편안하게 지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오히려 그 용서를 기회 삼아 더욱이 완벽하게 분리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 나는 엄마와 잘 지내고 있다. 예전처럼 엄마를 사랑하고, 그 사랑이 애틋하고 안쓰러워 마냥 스스로를 긍휼히 여기지 않는다. 나에게 엄마는 첫사랑이지만 엄마에게 나는 첫사랑이지 않았을 뿐, 그 시절 엄마는 나의 전부였지만 엄마에게는 내가 전부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마주한 무수한 사랑과 우주와 인연들이 나에게도 분리와 용서, 화해의 기회를 만드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혹, 지금 이 순간에도 부모와의 관계가 편안하지 않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두꺼운 만큼 다양한 사례들을 접할 수 있어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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