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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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 파트리크 쥐스킨트 / 김인순 옮김

글의 의미는 독자의 몫이다. 하물며 단톡방의 짧은 메시지에도 같은 반응은 단 하나도 없다. 말의 필연적 오류를 최근 크게 경험했다. 말이, 단어가, 언어가 본디 그럴진데 어떻게 적확하고도 명확한 표현이 있을 수 있나. 그것을 읽는 이의 재간으로 어떻게로든 소화흡수해야 하는 것을.

전도유망한 미술가가 평론가의 한마디에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며 많은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실제 습작모임을 오랫동안 참여하면서 겪었던 크고 작은 일들, 누군가의 글에 피드백을 해주는 시간 속에서 내가 던진 화살과 또 나에게로 꽂힌 화살,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전달한 나의 말이 왜곡되고, 희화되고, 얼룩져가는 무수한 상황이 앞다투어 뛰어들었다.

그래서,
그 말을 한 사람의 잘못인가, 들은 사람의 잘못인가.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로 인해 일어난 일, 그 자체가 의미를 남길 뿐이다. 그래서 말을 조심해야 한다거나, 글쓰기에 단어 선택을 잘해야 하는 그런 류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일어난 일을, 듣게 된 말을, 쓰게 된 글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말과 언어의 필연적 오류에 어떻게 반응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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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도 못할 책을 왜 읽나?

일생동안 먹었던 모든 음식을, 그 음식의 재료를 다 기억할 수 있나?
마찬가지로 타고 다녔던 버스 번호를 다 기억할 수 있나? 받았던 성적의 총점이나 매 학년 별 반장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나?

지난 모든 시간을 온전히 살아왔는데, 분명히 그 속에 있었는데 심지어 그때는 그것이 가장 중요한 무엇이었을텐데 지금, 다 기억할 수 있느냐 말이다!

문학이기만 한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서동 지하철 역에서 매일 같이 퇴근하는 날 기다려 주던 그 총각 이름도 기억이 안나고 (그 총각은 한때 내가 몸서리 치게 사랑한다 울부짖었던 총각이다) 같이 죽자 다짐하며 매일같이 손편지를 주고 받았던 중학교 2학년 때 친구 이름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성년의 날 때 받았던 선물 3종은 명확하게 기억나지만 그걸 건넨 총각의 이름과 전화번호는 단 한 글자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게 뭐 어떻다는 말인가!

기억도 못할 사랑을 했고, 정을 나누었고, 무수한 음식을 생애 첫 음식처럼 먹으며 살아왔다. 그러니 기억 하지 못함의 무용함을 더 이상 책으로 논하지 말라. 그 모든 시간이 덩어리져 지금의 내가 자리할 뿐이니, 기억하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내가 되기 위한 독서에 시간과 마음과 정성을 좀 더 쏟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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