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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인사 - 제1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샘터어린이문고 76
어윤정 지음, 남서연 그림 / 샘터사 / 2023년 10월
평점 :
거미의 인사 - 어윤정
#도서지원 #출판사제공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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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는 만약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나면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어?” 이런 질문은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을 때도 이따금 받아왔던 질문이고, 또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환생’을 곧잘 공상하기도 했다. 단 한 번도 ‘사람’이었던 적은 없었다. (그것도 신기하네) 나무 또는 구름, 새나 바위 같은 자연의 일부로 환생을 떠올렸고, 존재들에 제각각의 이유를 정의해 보기도 했다.
수백 년을 사는 나무는 욕심내지 않고 주어지는 것들로 생을 이어가는 지점이 소박했고, 단 한순간도 멈춰 있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 다니는 구름의 방랑이 멋스럽게 느껴졌고, 제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비상하는 새의 날갯짓이 진정한 자유인 것 같았고, 누구의 관심도 받기 어렵지만 또 공격이나 상처를 받는 일도 없는 커다란 바위가 되는 일은 지금처럼 고단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이가 태어나 전연 다른 삶을 만난 지금, 아이의 질문에 단박 튀어나온 대답은 “지아 딸!”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지아의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다. 어딘가에, 무언가를 빌 수 있고 그것을 이루어 준다는 기약이 있다면 전 생을 다 걸고 부탁하고 싶다. 한 번 더 지아와 무엇으로든 이어지고 싶다고. 지아의 필통이어도 좋고, 지아의 안경이어도 좋고, 지아의….
책 <거미의 인사>는 뺑소니 사고로 죽음을 맞게 된 소년이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한 번 더 이승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데 그때 거미로 변신해 자신의 집으로 가 슬퍼하는 가족들을 애도하고, 또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거미로 변한 아들을 알아볼 리 만무하지만 이미 강아지가 되어 그 집에서 저승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할머니가 손주를 알아본다. 그 장면에서 문득 우연하게 만났던 숱한 생명들이 떠올랐다. 알고 보면, 어느 때에 무심히 헤어졌던 나의 소중한 무엇들이 다른 모습으로 환생한 건 아닐까?
이제 다시 내가 묻는다. “지아야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어?” “음… 엄마 딸!”
다음 생이 있다면 부디 지금의 생에서 저 아이와 함께 한 순간들의 그 귀퉁이라도 기억할 수 있기를. 그래서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기를. 저승 따윈 필요 없으니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아이의 무엇으로 한 번만 더 다시 만날 수 있길 어딘가에, 무언가에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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