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약국
김혜선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잔소리 약국 - 김혜선


엄마의 공간, 책벗뜰을 ‘누군가가 언젠가 내게 해주었으면 하는 것을 내가 엄마에게 해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한 지아가 우리 두 모녀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어엿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상상을 해본다.

지아는 내 딸이고, 책벗뜰은 내가 운영하는 작은 공간의 이름이다. <잔소리 약국>속 엄마처럼 50년 동안 이곳을 운영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 꼭 세월의 더께만이 공간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니 그 불확실성은 일단 밑으로 묻어두기로 하자.

언제부턴가 노안이 더 심해져 안경 없이는 책이나 제품 설명 같은 글자를 전혀 읽을 수 없게 되었다. 지금도 즐비한 오디오 북이며 전자북 음성 서비스며 또 유튜브 영상도 많지만 내가 독서라고 일컫는 행위에 그것이 얼마큼 힘을 발휘할지가 의문이다. 그런 불안함을 아이에게 언뜻 내비치며 “나중에 엄마가 눈이 안 보이게 되면 그때는 네가 엄마에게 책을 읽어주러 이따금 엄마 집에 들르면 좋겠어.”

엄마 집? 열 살 아이에게 ‘엄마 집’이라는 말만큼 생소한 말이 있을까. 아이는 무슨 소리 나며, 자신은 엄마와 평생 한 집에서 살겠다고 한다. 그 대답에 나는 조금 웃었던 것 같다. 같지 않은 발상이 귀엽기도, 또 언젠가 그 말이 아스라이 사라져 갈 순간이 조금 슬퍼서.

문득, 엄마 집과 지아 집이 아닌 우리 둘이 한 공간에서 무언가를 영위할 수 있다면 나는 그곳이 책벗뜰이 되면 좋겠다. 아, 그럼 50년 까지는 아니어도, 한... 30년은 해야 되지 않을까?

내 몸이 불편해져도, 눈이 잘 보이지 않아도, 또 찾아오는 이가 없어도 책벗뜰이 그곳에 있다면 나의 아이도 또 마음이 시린 누군가도, 책이 그리운 나도 한곳에 모여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그때도 누군가, 어쩌면 나의 지아가 커피 머신에 홀빈을 쏟아붓고, 무거운 생수를 사다 채워주고, 테이블을 닦고, 먼지 쌓인 책을 톡톡 털어 예쁘게 꽂아주겠지.

그리고, 내가 사라지고 나면... 음.
지아가 잘 정리해 주겠지. 후.

너와 내가 늘 함께였던 그 공간, 책벗뜰의 쓸모가 그것으로 되었다고 지아에게 꼭 말해주어야지. 많은 사람이 찾아주지 않아 못내 서글펐던 마음이, 꾸려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모든 애씀이 ‘우리’라는 단어 하나로 모두 다 눈 녹듯 사라졌다고. 우리의 세상이 그 곳에 온전히 존재했었다고. 우리 둘만의 세상이.

#잔소리약국 #김혜선 #공간의쓸모 #소설 #에세이 #약국 #엄마와딸 #책추천 #도마뱀 #작업실 #책사애 #책벗뜰


@lovely_bibliy
@domabaembooks
@semisister

#잔소리약국 #김혜선 #도마뱀 #소설 #에세이 #약사엄마 #영화저널리스트 #엄마와의동거 책벗뜰 #서평클럽러블리비블리지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