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광선 - 강석희
#도서지원 #출판사제공도서
@dolbegae79
독서모임을 하다보면 ‘그런 책’과 ‘그런 사람’이 있다. “너무 무거워서 읽기가 좀 힘들었어요.”, “저는 밝은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 책은 너무 어두워서 못 읽겠더라고요.”, “너무 비약적이지 않나요? 열 두 살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요?”, “저는 공감하기가 어려웠어요. 아무래도 제가 그런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 책’은 세상의 어둠을 더듬는 책이고, ‘그런 사람’은 어둠보다는 밝음 쪽에서 여태 살아어둠을 더듬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사람이다.
얼마 전 지역 수필작가님이신 김응숙 작가님 북강연에 갔었다. 작가님이 한 말씀 중 인상적인 내용은 문학의 용도였다. 문학은, 세상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것, 가장 어두운 곳, 아프고 고통스러운 것들을 이야기 하는 일이라고. 그 말은 정말로 어두운 얘기만 하라는 게 아니라 그런 것들의 존재와 현상을 알리고 많은 사람에게 세상의 양면을 모두 감각케 하는 것이 문학이어야 한다는 말로 해석해 보았다.
청소년 소설을 곧잘 읽는다. 대부분 보잘 것 없고, 어둡고, 아프고 고통 받는 아이들이 작품 속에서 묵묵히 살아간다. 혹자는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라고요? 쉬이 짐작하기 어렵겠지만 현실 속 아이들은 그보다 더한 경우가 사실 더 많다. 더한 경우가 많다는 걸 애둘러 이야기하고 있는 게 청소년 소설이다. 이 책 또한 같은 결이다.
‘돌봄’이라는 키워드로 전체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사실 나는 ‘장애’를 떠올리며 그것들을 단편적인 시선으로 보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배운’ 장애와 그것을 맞닥뜨리는 가족에게 장애는 내가 알고 있는 범주를 넘어서는 무언가, 더 지독한 무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알지 못한다. 아이의 휠체어에서 손을 떼고 하릴 없이 2m쯤 굴러가 멈춘 휠체어 뒤에서 “이제 못해 먹겠다 얘.”라는 엄마의 말을 들은 순간 그녀가 느꼈을 그 구덩이의 깊이를 내가 헤아릴 수 있나?
헤아리지도, 가늠하지도 못하는 우리가 이런 얘길 뭣하러 읽고 또 이야기 나눠야 하나. ‘그런 사람’들이 하는 말도 사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런 멘트가 들려올 때마다 나는 자꾸만 멍이 드는 것처럼 몸 여기 저기에 통증이 인다. 내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겪은 일도 아니고 무엇보다 아플 이유가 없는 지금 이 안온한 현실에서 부지불식간 번져오는 그 통증을 피할 도리가 없다.
그래서 속으로 말하곤 한다. ‘공감하지 못하고, 보려 하지 않는 그 마음 자체가 존재함에도 가려져 있는 그들을 완벽하게 지우려는 무책임함 아닐까?’ 그들을 공감하라 보채지 않았다. 왜 공감을 하려 하나. 그저 알기만 하면 될 것을. 저어하는 마음 속에 얼룩져 있을 ‘그런 사람’들의 무지가 조금은 원망 스럽다가도, 그런 무지함을 나는 왜 갖지 못했나 억울한 마음도 같이 인다. 나도 그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 너무 무겁지 않나요? 읽다보면 기분이 안좋아져요.”
무거워서 듣고 싶고, 기분이 안좋아져서 더욱 중요한 이야기들. 아마도 나는 죽을 때까지 멍들고 또 아파하겠지만 적어도 ‘그런 책’을 두고 편리하게 이야기 하는 ‘그런 사람’은 되지 않으려 애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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