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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청소일 하는데요? - 조금 다르게 살아보니 행복합니다
김가지(김예지) 지음 / 책폴 / 2025년 8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 ‘책폴’ @jumping_books 로부터 책폴독서클럽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저 청소일 하는데요 - 김가지
열일곱 살에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50분가량 이동해야 하는 제과점이었다. 당시만 해도 미성년자는 근로를 할 수 없었다. 사정을 봐준 사장님 덕분에 먼 거리여도, 법정 최저시급의 70%의 급여를 받아도 그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중요했던 일자리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열일곱 살의 내가 새삼 대단해 보인다. 시키지 않았는데도 쇼케이스 외부뿐 아니라 내부 구석구석까지 살뜰히 닦아 냈고, 타일로 된 테이블 옆벽들을 손걸레로 하나하나 닦았다. 테이블 다리와 의자 다리까지 닦으며 아침 시간 청소를 끝내면 온몸이 땀으로 젖곤 했다. 잠시 숨을 돌리고 화장실 청소와 주방 청소를 끝내면 쉴 새도 없이 커다란 빵 판에 스펀지 같은 빵들이 수십, 수백 개씩 홀로 나왔다.
8시간 동안 근무 중 청소와 정리를 하는 시간이 6시간 이상이었던 것 같다. 이쯤 되면 나는 빵을 ‘판매’하기 위해 채용된 근로자가 아니라 판매할 빵의 위생상태를 ‘관리’할 사람이 필요해 채용된 건 아닌가 의심스럽다. 3년 내내 제과점에서의 나의 일은 ‘청소’가 주였다. 그때의 경험이 사회일의 시작이어서 였을까? 이후 대부분의 직장에서 나는 주변과 일터를 ‘청소’하는 일에 꽤 열심히 에너지를 쏟았다. 잠시나마 꿈꿔본 직업이 ‘호텔리어’였을 정도다. 나에게 청소는 그저 청소만은 아니다. 세상사 모든 일의 근원은 바로 ‘청소’에서 시작되어 ‘청소’로 끝난다는 것을 일찍이 몸소 체득한 나다.
여기, 새파랗게 젊은 여성이 청소 일을 한다. 나처럼 소속된 근무처 안에서 해야 하는 분장 중 하나의 업무가 아니라 전부인 청소만을 한다. 이것도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니 이전까지 내가 알았던 용역 청소부들과는 조금 다르다. 그 지점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동업자이자 파트너인 엄마와 함께 청소를 하는 저자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일종의 예술이라면 예술인데 예술과 현실, 그것도 가장 원초적인 현실을 동시에 지고 살아야 하는 저자의 그림과 멘트를 읽어내는 일은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다.
자신이 하는 일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고, 또 그 속에서 스스로 찾아가는 성취와 당위를 엿보는 일은 굉장히 특별한 일이다. 독서 클럽 질문 중 ‘직업의 귀천’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말 그대로 귀한 직업과 천한 직업이 정말 있을까? 또 각자가 생각하는 해당 직업군은 어떻게 다를까? 직업을 두고 그렇게 나뉘는 잣대가 과연 온당할까? 직업은 직업일 뿐 그 사람의 모두 또는 대부분일 수 없다는 생각 등등 많은 생각이 밀려들었다.
청소,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기꺼이 하는 사람들. 똥물이 그득 찬 변기를 뚫고, 음식물 쓰레기로 엉망이 된 쓰레기통을 비우고 씻어 엎어놓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출입문의 손잡이를 매시간 닦아내는 일. 그렇게 누가 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누군가는 했을 일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내는 사람들. 직업에 귀천이 있을까 고민하다 말고 퍼뜩 아둔한 대답이 발칵 토해내진다. 있지.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기꺼이 해해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 귀한 일이지. 돈만 주면 다하는, 자신이 하는 일이 무슨 일이지도 모른 채 그저 돈이면 움직이는 그치들이 하는 일이 천한 일이지. 귀천이 없다? 나에게는 있는 걸로!
청소부라는 특정 직업군을 넘어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존재를 떠올리게 해준 책, <저 청소일 하는데요?> 강력 추천합니다!!! (청소년 대상으로 무조건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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