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서평은 출판사 #소원나무 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자개장 할머니 - 안효림 물건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 - 욘 포세>에서 죽은 아내가 사용하던 빨래 바구니를 언급하는 내용이 있다.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사람이 한 몸처럼 사용하던 물건은 남는다. 그 사이의 역학을 줄곳 떠올리며 물건이라는 것은 단순히 ‘사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어떤 물건은 사용한 사람과 머문 시간 속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지닌다는 것을 어렴풋 깨달았다. 이 그림책 속 자개장에는 ‘사랑’이 담겨 있었다. 사랑이 담긴 것을 함부로 버리지 않은 덕분에 그들은 ‘망하지’ 않은 것이다. 할머니 그림책 <장수탕 선녀님 - 백희나>에서 할머니의 등장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선녀라는 타이틀로 등장한 할머니에게 요구룽을 건네던 아이의 얼굴이 명징하게 떠오른다. 할머니와 아이들의 관계는 그런 것이다. 그저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뭐든 다 해준다. 그리고 그것은 부모님과는 분명히 다르다. 장롱 속 웅크린 아이에게 ‘빛나기만 하는’ 학과 나비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이와 함께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하다. 그것을 ‘어른’이라 표현하지만 여기서의 ‘어른’은 단순히 나이가 많은 성인을 뜻하지는 않는다. 험난하고 두려운 길을 함께 걸어 줄, 그 시간 안에서 자신을 보호해줄 어른이 필요한 것이다. 복숭아와 조개 장면 중 할머니가 복숭아 나무 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침이 한가득 고였을 때 먹는 복숭아가 가장 달콤하다는 것이다. ‘바다 속에서 건져진 조개가 아름다운 자개장으로 완성되기까지, 그 과정에는 애틋한 사랑과 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 책 뒷표지 이영옥 전통자개명장의 말 중에서’ 과즙 풍성한 복숭아처럼, 반짝이는 자개장이 될 조개처럼 우리는 오랜 ‘시간’ 속에서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정성, 그로 인해 겪게 되는 고난과 슬픔을 묵묵히 건너와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두의 마음 속에 있어야 할 존재 할머니는 207살이다. 주름이 자글자글한데도 체조 선수처럼 뛰어다니고, 헉헉대는 아이에게 “힘 안 들이고 거저 따면 복숭아에 씨가 없”다 이야기한다. 다리가 터질 것 같다는 아이에게 “걱정 마라, 터지만 할미가 고쳐 주마!”라 이야기하는 장면들에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내 마음에도 자개장 할머니가 한 분 계시면 살아가는 동안 참 든든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아무리 시간이 흘러 아무 소용 없다해도 누군가 터진 나의 다리를 고쳐 주고, 태권도장에 데리고 가 줄 수 있는 헐머니 같은 존재를 나는 무엇에서 찾아야 할까나. #소원나무 #자개장할머니 #안효림 #책벗뜰 #독서모임 #양산독서모임 #그림책추천 #추억 #자개장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