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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어둠
조승리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6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 #다산 @dasanbooks 으로부터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나의 어린 어둠 - 조승리
저자가 잃어간 건 빛이었고, 빛을 걷어낸 자리엔 어둠이 남는다. 세상이 빛과 어둠 뿐이라면 하나를 완전히 잃은 그녀에게 남은 하나는, 그것을 경험해보지 않은 우리들에겐 결코 넘나들 수 없는 완강한 세계이다.
그녀의 ‘어둠’은 비단 닫힌 눈으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그녀가 시각 장애인이라는 히스토리를 가리고, 소설 자체로 만나는 그녀의 글은 지난 나의 어둠, 그것도 저 아래 깊숙히 가라 앉았던 더 짙은 어둠을 보여주었다. 어둠으로 더 짙은 어둠을 ‘보여준’ 그녀의 글이 지금 나에게는 유난히 애닯게 읽혔다.
나의 어린 어둠을 이야기 하고 싶다가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경계가 모호하고, 그녀의 어린 어둠을 여러 꼭지로 나눠 읽으면서 자꾸만 마음이 시큰거렸다. 감정으로 드러내는 단어가 단정하게 쓰여진 문장에서 자꾸만 콧날을 두드린다. 울지 마라, 울지 마라. 눈물을 참을 때면 으레 손가락이 콧날위로 올라가는 나의 습관이다.
어떤 세계가 열리고 닫히는 것을 느끼는 것은 지난 과거를 시간순으로, 사건순으로 읊조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설령 그런 경험이 없다고 해도 세계의 경계를 이런 솔직하고도 단정한 문체로 만날 수 있다면 이 책의 쓸모는 다하지 않았을까.
어떤 목소리와, 어떤 손가락, 또 어떤 머릿결이 생각나는 작가 조승리의 글은 보이지 않는 성분의 공기처럼, 내 안에 농밀하게 쌓인 짙고도 푸른 어둠이 작은 손짓과 입김에 날리듯 고요히 그 자리에서 존재를 알려준다.
추천한다.
(청소년 소설로 읽어도 참 좋을 것 같아요. 작가님 소설 맛집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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