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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깨기 - 원하는 것을 얻는 확실한 방법
일레인 린 헤링 지음, 황가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6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 #알에이치케이북스 @rhkorea_books 로부터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침묵 깨기 – 일레인 린 헤링
‘침묵’의 양가적 의미를 진취적으로 이야기하는 책이다. 아시아계 미국인, 거기다 여성이라는 (비주류) 정체성을 가진 저자의 직업은 소통 및 갈등을 관리하는 협상 전문가이다. 비주류인 그녀가 말하는 ‘침묵’은 양가적 의미로서의 침묵에서 어느 쪽에 해당할까?
침묵에서 떠올린 단상이 있다면 그것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권력이니 시스템이니 하는 제법 거창한 해석은 차치한다. 현재 상황과 주변을 잠시만 둘러봐도 곧바로 인지할 수 있다. “저 남자가 내 사람이다, 왜 말을 못 해!” 그래, 왜 그녀는 말하지 못했나? 말하지 못한 이유나 해결 방안 제시는 둘째 치고 먼저 ‘왜’, 우리는 ‘왜’를 떠올려야 한다.
말하지 않음으로 안전하거나 혹은 안전할 거라 예상되거나. 말을 함으로써 피곤해 지거나 난처해지거나.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거나 그것을 권력으로 이용해 함구하게 만들었거나. 다급하게 나에게 달려온 질문은 두 가지였다.
‘말하고 싶으면 하겠지’, 와 ‘말하기 싫어하는데 내가 왜 물어봐’ 평소 이 두 가지 문구를 방패처럼 사용했다. 언뜻 배려를 가장한 꽤 예의 있는 문구 같지만 실상 상대의 침묵을 가볍게 생각한 것이라는 데에 반기를 들지 못하겠다. 상대의 말이 온전히 너만의 선택이나 권리인 것처럼 밀어붙였고, 자기 권리를 챙겨 먹지 못하는, 상대가 말하지 못하는 상태나 상황을 경시한 처사다. 최근 이것을 꽤 진지하게 느낀 후로 조금씩 노력하고 있다. 말을 하고 싶게 혹은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진정한 배려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하나 더, 침묵함으로 저항한 경우다. 장고와 신중을 내세워 끝까지 침묵하는 것으로 상대나 상황에 한걸음 물러섰다. 단순히 반려나 중립의 의미보다는 외면과 반기에 가까웠다. 책을 읽으며 그간 맞닥뜨린 무수한 상황 속에서의 내가 오도카니 보였다. 침묵은 상대에 대한 배려나 자기 보호의 기능을 가졌지만 반대로 권력의 횡포와 공격의 기능을 함께 가졌다는 것을 책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는 택시 운전사에게 창문을 열어달라는 말하는 것으로 침묵 깨트리기 연습을 선보인다. 누군가에겐 그게 연습까지 할 일이야? 싶겠지만 나는 그녀의 용기에 십분 공감했다. 최근 쇼핑몰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이와 함께 휴식 공간에 막 들어섰는데 젊은 남성이 갑자기 바닥에 토를 하기 시작했다. 2~30M 떨어진 위치였지만 남성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직감에 나도 모르게 그의 가까이에 다가갔다.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서 그를 향해 서 있었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괜찮으세요? 구급차를 불러 드릴까요?” 아니나 다를까 가까이 다가가 바라본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가방에 있던 물티슈를 통째 건네며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이야기했다. “속이 좀 안 좋아서요. 혹시 휴지를 좀 가져다주실 수 있나요?” 아무래도 바닥을 닦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화장실로 달려가 휴지를 뭉텅이로 말아 나왔다. 남성이 바닥을 닦으며 나에게 그만 가 봐도 된다고 말했지만 병원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원하다면 가까운 병원에 데려다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남성은 멋쩍게 웃으며 정말 괜찮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돌아서 오는데도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어쨌든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이전 같았으면 나 또한 주변에서 힐긋 거리기만 했을 텐데 용기 내어 말을 건넬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꼭 나를 위해서만 침묵을 깨야 하는 건 아니다. 나를 포함한 도움이 필요한 타인을 위해서라도 ‘목소리 근육’을 꼭 키워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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