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몸으로
김초엽 외 지음, 김이삭 옮김 / 래빗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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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 #래빗홀 로부터 래빗홀클럽 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다시, 몸으로 - 김초엽 외

죽음의 반대말은 삶이 아니야. 죽음과 삶은 언제나 나란히 걷지. 가끔 뒤섞이면서, 서로의 의미가 되어주면서, 고통과 쾌락도 마찬가지야. 둘은 나란히 걷고, 뒤섞이고, 서로의 의미가 되지. 인간의 몸은 고통을 원해. 죽음을 원하기도 하고. 그건 다시 말하자면 인간은 본인의 의지로 자신을 파괴하고 싶어 해. 죽음의 순간과 형태, 그때 느낄 고통의 크기까지.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원하는 삶과 쾌락. 236

고통과 쾌락은 반대말이 아니다. 삶과 죽음처럼 나란한 의미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와닿은 지점이다. 존재함에 ‘몸’이 갖는 의미나 감각의 스펙트럼을 정의 내려보는 기회로 읽은 책 <다시, 몸으로>는 단순하게 ‘몸’을 통한 존재의 유무를 따져 묻는 것을 넘은 이야기들이었다. 몸이라는 물성의 존재가 갖는 본질적 의미와 그것으로 당겨와 볼 수 있는 ‘자유’와 ‘생존’을 이야기 하는 소설들이었다.

몸을 인식함에 가장 원초적인 감각은 바로 고통이다. 고통이 없다는 것은 곧 ‘무’다. 고통이라는 감각이 무뎌진 인간은 인간 본연으로서의 삶을 지속시켜 나갈 수 없다. 작은 혀뿌리에서 퍼져 나가는 오렌지 향이 나는 커피의 맛은 그냥 ‘맛’이 아니다. 머리카락을 밀어내기 위해 면도날을 조심히 쓰면서도 감각이 봉인된 ‘몸’에서는 제 아무리 깊이 패인 상처에도 고통을 느낄 수 없다. 고통을 느낄 수 없다는 건 위험할 정도로 많은 피가 흘러도 아무런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상상만으로도 섬뜩하다.

10km의 거리를 1시간 내외로 달리는 시간은 고통 그 자체다. 지루한 레이스가 끝나기만을 간절히 바라게 되고, 아무리 목이 말라도 차가운 물을 벌컥일 수 없다. 무릎과 허리, 발목과 어깨등 몸 여기 저기 의식적으로 움직임과 통증을 체크하지 않으면 부상의 위험이 늘 뒤따르고, 뜨거운 햇살 아래를 달릴때는 얼굴 앞으로 끼쳐오는 공기가 한증막의 그 수증기와 다를바 없다. 숨이 가빠서 가쁜게 아니라 공기의 무게와 농도 때문에 한껏 들이마실 수 없는 것이다. 이 모든 순간 순간을 거쳐야 레이스의 끝이 보이고 두 다리를 멈추었을 때는 수 초간, 원래의 나의 몸은 아니다. 잠시 원래의 몸이 이탈한 후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 제자릴 찾은 원래의 몸은 그때부터 도파민에 휩싸인다. 그렇게 고통의 끝에서 시나브로 시작되는 쾌락이다.

6편의 소설 모두 굉장히 흥미로웠다. 최근 ‘몸’에 대한 사유와 단상을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았는데 그간의 단상들이 하나의 궤로 엮이는 느낌이 들었다. 읽는 동안 메모도 많이 하고 생각을 멈추고 단상을 만들어보기도 했던, 너무나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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