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서평은 출판사 ‘빛소굴’로부터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되었습니다.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올해 들어서면서 카메라 필터기능을 없앴다. 2월 초 우연히 참석한 정유정 작가님(7년의 밤, 완전한 행복등) 북토크에서 작가님은 스스로에게서 필터를 걷어냈다는 말씀이 퍽 인상적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셀카를 찍을 일이 있거나, 남기고 싶은 모습을 찍을 땐 으레 필터 카메라 앱을 열어 사진을 찍었다. 본카메라는 왠지 모르게 부담스러웠다. 아마도 찍는 순간의 나의 모습에 꽤 근접한 모습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순간의 내가 마음에 들어 사진을 찍는데 나와 가장 근접한 모습은 싫다? 기왕이며 뽀얗거나 환했으면 좋겠는거다. 북토크 이후 내 삶에도 필터를 걷어내겠다 다짐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애정하는 연습, 뽀얀 필터 속 예쁘장한 내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자주 만나기로 했다. 이 책을 읽으며 핸드폰 사진첩의 무수한 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필터를 걷어낸지는 얼마 되지 않았기에 이전 사진들은 하나같이 예쁘장한 모습이다. 이따금 너무 사실적인 사진도 한 둘 저장되어 있지만 결코 누군가에게 공개하지는 못할 정도로 뜨악스럽다. 필터가 씌워진 사진만 매일 보면서 그 모습을 진짜 내 얼굴로 착각하고 사는 삶은 본인의 모습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 궁금했다.여기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의 초상화, 이미 아름다움의 정점을 찍은 주인공의 초상화에 자신의 추함과 늙음을 내맡기고 현실에서의 자신은 오로지 아름다움과 젊음을 유지하며 나날이 젖어들어간다. 탐욕과 쾌락에. 아름다움이 독이 되는 과정과 늙음을 추함의 정수로 해석하는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 잘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놀라웠던 건 내용이야 뭐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변모되고 변질되어 가는지, 이 사회가 또 개인이 젊음과 아름다움을 어떻게 추앙하고 떠받는지 아주 세련된 문장으로 이야기하는 소설이라고 하면 되겠지만 그것을 서술하는 방식이나 문장 곳곳에 끼어 있는 저자의 철학적인 단상과 표현들이 너무나도 놀라웠다. 진즉 이 책을 인생책으로 꼽는 분들의 추천을 여러번 받았지만 이제야 읽게 된 고전인데 전혀 고전스럽지 (여기서의 고전스러움은 ‘오래된’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않았다. 여태 읽은 고전문학 중 가장 흥미롭게 읽은 소설이다. 어떻게 이렇게 현대스러운 생각을? 이런 표현이 이 시대에도 가능했다고? 매 챕터마다 다음 챕터가 기대될 정도로 페이지가 훅훅 넘어가는 고전, 혹 누군가 잘 읽히는 재미있는 고전을 추천바란다면 나는 거두절미 이 책을 추천할 것이다. @bitsogul #빛소굴 #도리언그레이의초상 #오스카와일드 #고전 #세계문학전집 #고전문학 #세문전 #소설 #밀리 #밀리의서재 #이북 #독서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동네서점 #책 #책벗뜰 #책사애25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