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고정욱 지음 / 샘터사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 고정욱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 유튜브에서 음악영상을 찾았다. 가수 유회승이 부르는 ‘Don’t Cry‘를 듣게 되었다. 한 때 푹 빠져서 들었던, 시대를 대표하는 락발라드 곡이다. 유회승이 열창을 하고 이어진 무대에서 실제 그 곡을 부른 원곡가수가 등장했다. 사실, 보컬 가수가 사고를 겪고 장애를 갖게 되었다는 소식은 오래 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몸을 전혀 쓸 수 없고, 말을 할 때도 성대에 연결된 기계의 도움을 받아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본 슈가맨 무대에서는 전성기때만큼 손색없는 기량으로 노랠 해주었다. 그 모습을 보는 많은 관중들 포함 M.C, 패널들이 두 손을 입으로 가져가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눈물이 났다. 어쩌다 장애인이 되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은 아니다. 신체적 장애를 얻은 그가 그것의 불편함과 불가능성을 이겨내고 가수라는 본분에서 객석의 청자들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거리낌 없이 발휘하는 모습, 그 자체가 아주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너무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가수 헤이즈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 뭘 저렇게 까지 우나? 하는 뾰루퉁한 마음도 분명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순수한 눈물조차 동정으로만 해석되어진다는 사실이 조금 아프게 다가오기도 했다. 노력하는 사람을 보고 감동을 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얼마 전 조승리 작가님의 책으로 독서모임을 하면서 했던 말이 있다. 시각 장애를 가진 그녀가 책을 냈다는 것이 대단하고 감동 스럽다기 보다 장애나 비장애를 떠나 그녀 자체가 가진 삶의 재료들이 눈부시고 아름다워 그녀의 말 하나하나가 깊은 울림을 안겨주었다고 말했다.

장애는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폭이 굉장이 넓어진다. 이 책의 저자 고정욱님도 장애를 가지고 있다. 걷지 못하는 그가 대학교 입학식에서 목발을 짚고 겨우 서서 버티는데 총장이 갑자기 다리가 아프니 다들 바닥에 앉으라고 말해서 전교생이 앉았지만, 본인은 앉지 못해 저 홀로 서 있었다는 문장에서 그것을, 그 다름을 나는 결코 이해할 수 없겠구나 깨달았다. 어떻게 해도 같을 수 없다는 하나의 진리는 장애를 가진 이들이 삶과 함께 받아들여야 할 하나의 과제였다. 그래서 중요해진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그것에 따라 삶의 이 끝과 저끝이 나뉘게 된다.

국문학 박사 출신 동화 작가, 소설로 신춘문예에 등단하고도 동화작가로 명성을 펼치고 이제는 작가라는 직함보다 강사(강연, 강의)로서 더 많은 일을 하고 계신 저자는 장애라는 하나의 키과 어린이를 상대로 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두 가지 주제를 굉장히 따뜻하게 잘 그려냈다. 스스로를 ’꼬장‘이라 부를 만큼 성격이 칼같은 면이 있지만 결국 가족과 주변인의 애정과 관심으로 늦게나마 진정 삶의 목표와 가치를 깨달았고, 함께 성장하는 사이가 ’친구‘라는 그의 말에 노란색 싸인펜으로 줄을 그었다.

걷지 못하는 그가 견문이 넓고 해박한 건 매일같이 만화책을 빌려다 준 동생과 자신을 업고 박물관을 견학 다니고, 여행을 다닌 가족들 덕분이다. 장애는 하나의 불편함일 뿐 자신을 설명하는 전체가 될 수 없다는 그의 에세이는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무엇에 가치를 두어야 하는지 쉽고도 친절한 문구들로 이야기 해주고 있다.

나 하나만 행복하고 안전한 삶보다 모두가 조금만 행복해도 다 같이 안전한 세상을 꿈꾼다.
나 하나의 완전한 동그라미가 아닌 조금은 찌그러지고 또 부서져 나갔더라도 굴러가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이가 깨진 동그라미들이 서로를 밀고 당겨주며 앞으로 나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읽는 동안 따뜻했다.

@isamtoh

#도서지원 #샘터 #고정욱 #어릴적내가되고싶었던것은 #에세이 #장애와차별 #까칠한재석이 #책사애2552 #벨아벨 #양산독서회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