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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실력, 장자 - 내면의 두께를 갖춘 자유로운 생산자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평점 :
삶의 실력, 장자 - 최진석
얼마 전 이세돌 기사가 유퀴즈에 출연한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목소리가 연약해 자칫 말주변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가 하는 말을 집중해서 들어보면 최근 영상으로 마주한 인물 중 가장 철학적인 사람으로 느껴질만큼 그의 가치관이나 관념, 세계관이 보통의 사람과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2016년 알파고와의 대국에서의 일화를 중점으로 많은 이야기를 내주었고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은퇴의 이유였습니다. 알파고와 대결 후 앞으로의 바둑은 이전의 바둑과 같을 수 없다는 판단이 섰고, 자신에게 바둑은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예술’이며 인간 고유 영역인데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거라 판단해 은퇴를 결심하기까지 어렵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그가 말하는 인간 고유의 영역은 무엇인가? 의문이 일더라고요.
이 책 <삶의 실력, 장자>는 ‘장자’보다는 저자 최진석님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일전 ‘인간이 그린 무늬’나,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을 통해 저자의 철학적 사유에 흠뻑 빠진 경험이 있어 이 책 또한 팬심으로 선택한 것이지요.
“ 한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한 평생을 산다는 것은 마치 책받침 두께도 안 되는 얇은 틈새를 천리마가 획! 하고 지나는 것처럼 순간이다.” 삶이 매우 짧아서 금방 죽는다는 바로 이 사실을 내면화하면, 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13
‘나’를 알아야 한다는 서문을 시작으로 <장자> 철학의 틀을 기반으로 인문학적 사유거리를 착착 흡수해 갈 수 있었습니다. 인상적인 내용으로는 장자는 다른 철학자들과는 다르게 논증, 변증이 아닌 ‘이야기’의 형식으로 상대방을 설득한다는 지점이었습니다. 단순한 개념의 한계를 넘어서 자연스러운 빈틈 속에서 서로를 움직이게 하자는 문구들에 플래그를 잔득 붙였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정치’와 관련되어 있었어요. 아마도 최근 분열되고 좌초되고 충돌하는 지점들에 대한 걱정에서 건네는 인문학적 소견들이겠지요. ‘개념’을 가지고 이야기 하면 안된다, 당장의 문제, 내 앞에 떨어진 문제 자체만을 놓고 대화해야 생산적인 대화가 될 것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 ‘질문과 대답’에 관련된 내용들도 흥미로웠습니다. ‘대답은 기능이지만 질문은 인격입니다’123 질문은 자기 내면에 있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밖으로 나오는 일이라는 문구에서는 최근 그것을 고민하고, 만들어보고, 적용해보는 시간들이 앞서 언급한 ‘인간의 고유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철학이나 인문학을 많이 읽는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과학을 읽는 일이라고 합니다. 과학적 성취에 대한 인식 없는 철학적 주장들은 헛소리일 가능성이 크다는 저자의 말에 ‘주관적 확신’만으로 특정한 정치색을 띠고 그것에 자신을 바치는 사람들의 자부심은 착각을 내던지는 일이며 사실적 인식의 장을 넓히라 조언합니다.
나에게만 있는 고유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바탕으로 해서 살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내 안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바로 그것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175
무방(정해진 틀이나 방향성이 없는 상태)과 자화(스스로 변화함), 진정으로 자신을 들어내 때에 맞는 적절한 행위를 하는 것. 그것이 나라는 인간의 고유함을 스스로 증명케 하는 일입니다. 이 책은 무조건 추천합니다.
@wisdomhouse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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