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어린이 시점 - 임소정 아이가 네 살 땐가? 짙은 밤, 고속도로 위 차 안에서 달님을 찾았다. 손가락 끝을 차창에 대고 달을 꾹 찍어보던 아이가 말했다. “엄마, 달님이 자꾸 우리를 따라와!” 장거리에 그것도 밤 운전, 남편도 나도 지치고 아이 또한 피곤하고 지겨웠을 텐데 그 와중에 발견한 달님이 아이딴에는 반가웠던 모양이다. 그렇게 집까지 달님과 이야기하고 산과 터널에 가려져 잠시 잠깐 보이지 않는 달을 구태여 찾아가며 집 앞에 다다랐다. 차에서 내리는 아이의 표정이 달갑지 않다. 집에 도착했다는 안도보다 저 홀로 외로이 하늘에 남아 있을 달님이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급기야 눈물이 터진다. 혼자 있을 달님이 불쌍하다며 우는 아이와 베란다로 나가 인사를 건넨다. 꼭 필요한 곳에 잘 비춰주고 아침에 오면 엄마가 기다리는 집으로 잘 가, 안녕 달님! 돌이켜 보니 아이와 함께였던 모든 순간은 다 그러했다. 유명하다는 그림책보다 더 감동적이고, 수십 년을 살아오는 동안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환희와 감동을 매 순간 느끼는 일이었다. 이 책 <전지적 어린이 시점>을 보는 내내 나는 지난 시간 속의 아이가 쉼 없이 떠올랐다. 꼭 나의 아이가 아니어도 괜찮다. 복이 많아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직업이기도 하고 취미이기도 한 일이 어느새 복된 일이 되어버린 어글쓰(어린이 글쓰기 교실)와 어독회(어린이 독서회)를 통해 많은 아이들의 반짝이는 말과 눈빛을 쉼 없이 주고받았다. 단언컨대 이 글을 보는 그 어느 누구라 해도 그 아이들보다 반짝이지는 않을 것이다. 선생님이 좋아하는 떡볶이를 사주려 꼬깃꼬깃 접은 천 원짜리를 건네는 아이들의 마음은 그것을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알 수 없다. 이유도 없다. 마냥 ‘선생님 사랑해요!’ 외쳐대는 아이들의 아우성을 들어보지 않았다면 그 아우성 끝에 진하게 파동 하는 감동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나는 이 책 챕터 빼곡히 박힌 아이들의 ‘말’이 그 무엇보다 사랑스러웠다. 케이크 다운, 남은 콜라는 ‘케이크 다운’ 하자 말하는 아이 앞에서 심장을 부여잡는다. 그냥 가지고 가자 말하면 될 것을, 뜻도 모르는데 그냥 어른들이 하는 말이 멋져 보이니 저도 내뱉어 본다. 케이트 다운 하자고(테이크 아웃). 그럼 난 무어라 대답했겠는가. “그럴까? 케이크 다운 해달라고 얘기하고 올게.” 천사 태평한 엄마는 한번 누우면 일어날 생각이 없고, 엄마의 설명이 심리적이면 이해하기 쉬울 텐데 사회적이라 어렵다는 아이는 오늘 아침 일어나 나에게 안기며 나의 귀 옆에서 이야기한다. “굿나잇~” 천사 같은 아이들의 모습을 한 권으로 만나는 시간은 퍽 달큰했다. 오랜만의 추억여행이었다. 누구에게나 있었을 그때의 시절을 이 책으로 다시 만나보길 바란다. 혹, 지금 나의 아이가 예닐곱 살이라면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의 아이가 지금 하는 말과 행동을 영원히 봉인하고 싶어지리라. @uknowbooks #도서지원 #전지적어린이시점 #유노라이프 #어린이말 #아이들의유치원생활 #유치원생활 #책벗뜰 #책사애2543 #1일1권2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