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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빼앗는 사회 - 카이스트 실패연구소의 한국 사회 실패 탐구 보고서
안혜정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평점 :
실패 빼앗는 사회 - 안혜정, 조성호, 이광형
이름은 모르겠지만 nba 농구 선수 아무개의 기자회견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를 할 만큼 팀 내에서는 중책을 맡고 있는 선수였던 모양이다. 화면 밖 음성으로 들려오는 기자의 질문은,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오늘 경기가 패함으로 다음 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며, 주전으로서 여기에 대해 소감을 밝혀달라는 취지의 질문이 끝나자 가만히 듣고만 있던 선수의 눈빛이 달라졌다.
선수 본인은 오늘 경기를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것을 실패로 간주하는 기자 너 님에게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 장면은 선수 인생에 무수한 경기가 지면 실패고, 이기면 성공이라는 안일한 사회 전반의 따갑고도 편협한 시선을 제대로 인지시켜 주었다.
이 책 <실패 빼앗는 사회>를 읽는 내내 최근 영업을 종료한 책벗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79페이지에 ‘당신은 실패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라는 문구 끝에 ‘책벗뜰’을 써 두었다. 시작할 때의 마음이 좌초된 지금, 영업 종료를 알리며 자잘한 것들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무엇이 그렇게 아팠느냐 묻는다면 퍼뜩 떠오르는 대답은 ‘지켜내지 못한 열패감’이다.
이 책은 실패에 정의나 그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는 내용이 아니다. 실제 카이스트에서 운영되는 ‘실패 연구소’를 구상하고, 만들고, 진행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박힌 실패에 대한 ‘주관적 판단’의 문제점을 톺아준다. 사실, 처음 이 책을 펼칠 때만 해도 필요한 부분만 발췌독 해야겠다 싶었는데 얼마 안 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촘촘히 읽었다. 지금 나에게 유의미하게 읽혔고,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진행한다던 이벤트를 놓쳐 아쉬운 마음이 컸다.
실패해도 괜찮아, 가 아니다. 실패하는 것을 왜 괜찮아하지 않는가, 가 이 책의 주요 설파 내용이다. 김연아, 손흥민을 언급하며 그 선수들의 지난한 과정은 쌍그리 지우고 후광과 결과만 놓고 그들의 유능함과 우월성을 드높인다. 한 실험 참여자의 말처럼, 성공했기에 실패를 운운할 수 있는 것이지, 정작 실패만 경험한 사람이 그것을 일종의 과정과 동기로 받아들인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실패’라는 단어와 그로 파생되는 무수한 부정적 관념들을 낱낱히 해체해 실패를 뜨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여 보는 것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wisdomhouse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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