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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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 리베카 솔닛

우리는 우리가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이야기가 우리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자유로운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이야기에 질문을 던지고, 잠시 멈추고, 침묵에 귀 기울이고, 이야기에 이름을 지어 주고, 그런 다음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 15

어떤 이의 죽음은 그것 자체로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재난이나 참사를 다룬 글뿐 아니라 소설과 산문집, 하다못해 메일링 되는 북레터의 짤막한 문구에서조차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쉽게 떠올리곤 한다. 죽음이 단순히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는 건, 그 죽음을 둘러싼 주변과 곁이 있기 때문이다. 그 곁의 이야기는 ‘이야기 안의 이야기 안의 이야기가 된다’.

‘자아의 경계가 당신이 느끼는 것에 의해 정해’진다 말하는 저자의 문구를 읽는 동안 내가 느끼는 ‘자아의 경계’는 지금 어디까지 영역을 ‘확장’ 했는지 궁금해졌다.

얼마 전 유례없는 전국적 동시 산불에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불의 시작도, 끝도 ‘사람’이 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범접할 수 없는 자연 재앙이라 생각했던 일들이 ‘수축’되어 다가온다. 헬리콥터로 진화 업무를 수행하던 조종사가 사망했다. 안타까운 뉴스는 몇 해 전 똑같은 사고로 사망했던 울주 산불 진화대원의 이야기와 꼭 닮아 있었다. 같은 일이 반복되는 의아함도 잠시 목숨을 잃은 진화대원의 가족들이 죽음을 애도하며 고인의 넋을 기린다. 한 사람의 희생은 그의 가족, 그의 자아, 그의 경계 모두가 함께 이야기되어야 한다.

그것을 함께 이야기할 때 우리 사이의 ‘강’ 하나를 건널 수 있다. ‘물리적 공간을 건넘으로써 정신적인 공간까지 넘어 버린’ 우리는 ‘확고한 자아와 연대감을 얻을 수 있’다. ‘고통’으로 ‘인식’할 수 있는 우리(의 몸은)는 고통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느낄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돌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서로의 고통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에서 ‘한 사람의 이야기는 더 큰 영역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어 주기도’하는 것이다.

언젠가의 나는 나에게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가 한 일을 이야기할 수 있을 날을 고대해 본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서로의 생각과 작품 속에’ 언제까지 살고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내가 여기 있고, 나의 이야기가 또 다른 이의 이야기와 만날 때 ‘어둠 속에서’ 여러 가지인 우리가 ‘하나로 섞’일 수 있을 것이다.

@banbi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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