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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 지상의 아름다움과 삶의 경의로움에 대하여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평점 :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 헤르만 헤세
오래전 교내의 연못가를 지나갈 때였다. “물레방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구슬퍼.” 곁에서 함께 걷던 지인이 대뜸 묻는다. “그런 생각이 들어? 그렇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저 소리가 들리긴 해?” 지금으로 정리해 보면 지인은 대문자 T였던 듯, 이후 나와의 대화에서 놀라움을 수시로 표현해 주기도 했다.
언제고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이 말했다. “현옥샘은 글 쓰는 게 천성인 것 같아요. 생각하는 게 달라요.” 마찬가지로 그 선생님 또한 지금에 와 생각하니 대문자 T인듯하다. T 성향의 사람들이 보기에 나는 뭐랄까. 굉장히 감성적인 사람일 것이다.
그렇게 ‘감성적’인 내가 아이를 낳았다. 아주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하나만 이야기하자면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안 되어 입에 넣어준 공갈젖꼭지, 일명 쪽쪽이를 아이가 19개월이 되던 어느 날 바다에 던져 넣으며 폭풍오열했다. (아, 바다로 던져 쓰레기를 투척한 건 잘한 일이 아니었지만 아이와 쪽쪽이가 헤어지게 하려면 다른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아이는 그 이후로 울지도 쪽쪽이를 찾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그 친구와 헤어지는 일이 그렇게나 가슴이 아팠다. 오랜 시간 아이를 달래줬던 고마운 쪽쪽이를, 작은 아이에게 헤어짐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 그렇게나 슬퍼서 엉엉 울었더랬다. 그렇다. 나는 대문자 중에 대문자 F인 것이다.
이 책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를 읽으며 지난날의 나를 떠올렸다.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 소리, 새벽 베란다 문을 열면 나의 집 거실 안으로 들이닥친 만리향에 취해 눈을 질끈 감던 순간들. 퇴근길 매일같이 마주하는 건물 입구 노을로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미소 짓던 내가 동그마니 떠올랐다. 그런 내가 아이를 낳고 그 아이의 몸짓 하나하나에, 숨결 하나하나에 전율하고 감동받던 모든 순간들이 하나 둘 되살아있다.
헤세단으로 제공받은 4권의 도서 중 이 책이 가장 좋았다. 자연, 향수, 인간, 예술, 여행 총 5파트로 구성된 헤세의 에세이는 우리가 삶의 어느 지점에서, 어떤 것들에 감탄할 수 있는지 풍요로운 소스를 전달해 주고 있다. 헤세의 책들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이 바로 ‘자연’이다.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실상 잘 느끼지 못하는. 그것을 발견한 자에게만 감탄과 경이를 제공해 주는 자연을 남은 나의 생에서 부지런히 마주하기로 한다. 그저, 감탄하라. 그것이면 된다.
@moonch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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