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임파서블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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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임파서블 - 매트 헤이그


모든 일의 불가능한 면을 받아들이렴. 464

오래전 박완서 님의 <한 말씀만 하소서>를 읽고 굉장히 큰 아픔에 몸서리쳤다. 결혼을 하기도 전 미리 조우한 ‘참척’이라는 말은, 단순한 ‘죽음’ 그 이상일 것이라는 아득한 사실을 책으로 마주한 것이다. 이후 나의 아이를 만난 후 나는 매 순간 ‘죽음’이라는 것에서 그것도 ‘참척’이라는 죽음의 예시 앞에 매 순간 온몸으로 울부짖고 있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또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의 나를 마주한다. 그 속에서 만나는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고, 어떤 여성이며, 어떤 엄마인가. 이 책 <라이프 임파서블>이 단순한 소설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나에게는.

일흔의 그레이스는 은퇴한 수학선생님이다. 일찍이 아들이 죽고 무미건조한 삶을 억지로 살아가며 일탈을 벌이기도 하지만 끝내 당면한 현실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남편마저 세상을 떠난 후 그녀에게 삶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그런 그녀에게 던져진 제안은 단순한 집 한 채가 아니라 거대한 장막을 두른 하나의 세계였다. 그 세계를 마주하기 위해 떠난 이비사 섬. 그곳에서 그레이스는 어떤 일들을 겪게 될까?

크리스티나가 했던 말이 계속 떠올랐다. ‘살아 있음을 이토록 강렬하게 느끼고 나면 다른 생명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거든요.’ 내 안의 변화를 부인해 봐야 소용없었다.... 움직이는 우주에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건 불가능하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날 보호할 수는 없다. ... 진정한 보호는 항상 타인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능동적으로 베푸는 것이다. 300

아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그런 고통 속에서 일탈로 저지른 부정. 자괴감 속에, 삶의 의미는커녕 살아 있음을 느낄 새도, 느끼기도 싫은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내던진 그녀에게 이비사 섬과 크리스티나의 존재는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된 것 이상으로 우주 속의 그녀의 본연을 세심하게 조명한다. 책은 전작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보다 훨씬 더 풍부한 상상 속으로 독자를 끌어당기고 있었고, 사향지의 향을 맡으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실제와 꿈, 꿈이 아니라면 환상이나 상상 속에서 충분히 그것들과 조우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일어난 일들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분명히 필요하다. 그것을 어떤 자세와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일지는 스스로가 ‘선택’할 문제이다. 그 선택에 어떠한 것도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기를. 스스로 하는 모든 행동은 이유가 있으며 그 이유를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모든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참척의 고통을 겪은 이에게도 다음의 일은 일면 당연스레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 일들에 가능성을 점 치기보다는 (살아야 하나 살지 말아야 하나) 살아 있음, 그 자체에 촉각을 곤두세워 ‘다른 생명’ (물론 스스로를 포함하라)을 지켜내기 위해 행동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출판사 서평단 50번째 위원단으로 선정되어 (제가 50번째로 운 좋게 선정되었다는 의미가 맞겠지요?) 받게 된 <라이프 임파서블>을 다 읽고 나니 키트에 동봉된 캡과 오렌지 쥬스, 항공 티켓, 사향지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섬세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어 무척이나 영광이었습니다. ‘매트 헤이그’라는 명성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이 책은 전작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보다 더욱더 의미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에 꽤 많은 부분 연필로 체크를 했습니다. 줄을 그은 여러 부분들을 다시금 톺아보며 조금 더 이시바 섬에 머물러 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influential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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