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가 품은 세계 - 황선엽아홉 살 아이는 수시로 엄마인 내게 묻는다. ”엄마, 철이 뭐야? 철이 든다는 게 무슨 뜻이야?“ fe가 아닌 건 알겠는데 단박에 튀어나올 말을 못 찾아 어버버 하며 머리를 굴렸다. ”정확한 뜻은 아닐 것 같은데, 엄마가 생각하기엔 어떤 시기에 어울리는 태도와 자세를 일컫는 말인 것 같아. ’한 철‘이 한 시기를 뜻하는 말이거든“ 추가적인 질문과 대답으로 어느 정도 궁금증이 해소된 아이는 다시금 또 물어온다. ”엄마, 그럼 양치질은 왜 양치질이라고 하는 거야?“이른 새벽 일어나 무심히 책을 읽다 말고 양치질의 어원에 대한 챕터에서 눈이 번쩍 떠졌다. (양치질 설명이 어려워 네이버 사전 검색했을 때 나온 단순한 의미만 전달하고는 대답을 마무리했었다) ’양치‘를 한자어로만 생각했기에 ’양‘자를 뜻하는 기를 양(養)에서 아이에게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몰라 버벅였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양치‘의 어원에 복잡한 사정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 어찌나 개운하던지!)양치라는 말은 ’양지‘라는 말이 변환된 것이고 양지는 버드나무 양(楊)과 가지 지(枝) 뜻으로 ’버드나무 가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양지를 한 번 더 검색해 보면 ’나무로 만든 이쑤시개, 불교도들에게 냇버들 가지로 이를 깨끗이 하게 한 데서 유래‘했다는 뜻이 쓰여 있다. 오래전 이를 깨끗이 하기 위해 버드나무 가지를 씹던 것에서 유래된 양지 질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지‘자가 ’치‘ 자로(한자어로 치아) 인식되며 변하게 된 단어이다.이 부분에서 저자는 말한다. 단어는 시대상에서 자연스럽게 변한다고. 기원이 흐려지고 익숙한 문화의 영향을 받아 변하는 단어는 바꿔 부르는 것에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고로 여전히 무람없이 사용되는 일본어를 다시금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1996년 문화체육부에서 대체어로 고시한 돼지고기 너비 튀김, 돼지고기튀김은 무엇을 뜻하는 단어일까? (돈가스가 일본어라는 사실 자체를 처음 알게 된 1인, 충격이었다)결국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에서 삶의 과거와 오늘, 나아가 내일까지 톺아볼 수 있다 말하는 저자의 메시지가 의미 있게 다가왔다. 양치질의 어원도 모르고, 아이에게 그것을 설명해 주지 못하는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단 한 번도 그것에 의문을 가져보지 않은 게으름을 마흔이 훌쩍 넘은 지금 넘치게 헤아려본다. 단순하게 단어를 정확하게 아느냐 모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단어의 변천사 속에 깃든 지난 삶 속의 그들을 떠올려보고, 변화되거나 혹은 변화되지 않은 단어들 속에 숨겨져 있는 의도와 맥락까지. 두루두루 넓혀 생각해 볼 수 있는 혜안을 얻었다.잠시 후 아이가 일어나면 꼭 말해주고 시다. 버드나무 가지를 뜻하는 양지에 대해서. 더불어 요지와 이쑤시개까지 아이에게 설명해 줄 생각이다. 그것은 모르던 것을 알게 되었다는 안도가 아닌 단어 하나에도 마음과 정성을 기울여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을 한 번 더 떠올려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아이와 이야기 나누고 싶다.@readers_ground#도서지원 #리더스그라운드 #서울대학교교수 #황선엽 #단어가품은세계 #어휘력 #국어수업 #책추천 #강력추천 #책사애24151 #책벗뜰 #언어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