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감의 시대 - 다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것
프란스 드 발 지음, 최재천.안재하 옮김 / 김영사 / 2024년 11월
평점 :
공감의 시대 - 프란스 드 발
브라이언 헤어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의 머리위를 고공행진중이다. 한국에서 10만부 이상을 팔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는 그 책은 운이 좋게도 ’김영하 북클럽‘을 통해 만났었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만해도 소화하기가 조금 어려웠는데 얼마전 재독은 무척이나 흥미롭고도 감동이었다. 이후 동물의 친화력을 다루는 책들을 두루 접하면서 나름대로의 사유를 충분히 건져낼 수 있었다.
최근 읽게 된 <공감의 시대>는 2009년 출간된 책으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보다 이전에 세상에 나왔다. 2017년 최재천교수님이 번역해 한국어판으로 세상에 나온 책은 기대이상으로 무척 흥미로웠다. 개정이 되면서 부제가 바뀌었다고 한다. ’공감본능의 진화‘ 에서 ’다정한 사회‘로 바뀐 부제에서도 느껴지듯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 책은 비단 ’동물‘의 이야기에만 국한 되지 않는다. 책 속에서 만난 문구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가?‘에 조금 더 눈길을 머물면 이 책으로 저자가 하려는 말들이 십분 공감 될 것이다.
많은 동물이 열거되면서 그들의 행동에서 보이는 친화적 양상을 실제 연구사례로 친절하고도 타당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내게 특히나 흥미로웠던 지점들은 모두 ’인간‘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행동학의 아버지라 일컫는 존 왓슨의 아기공장 실험이라든가 (모성애에 대한 반감, 아이들에게 정서적 유대 주지 않고 신체접촉 차단하자 좀비처럼 무표정한 모습으로 지내던 고아들의 사망률이 100%였다는 사실), ’자연주의적 오류‘라고 해서 다윈의 자연선택설의 오류를 설명하는 부분 (경쟁은 좋은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 고로 사회에 이득을 준다는 개념으로 도덕적 딜레마를 제거하기에 적합한 이론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탄생한다), 또 ’몸 우선론‘이라 해서 몸에서 먼저 시작되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 (신경과학자 베아트리체 드 겔더의 몸짓 연구에서 얼굴(표정)보다 몸짓에서 표현되는 감정을 우선 느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2008년 중국 지진때 한 여경이 재난 현장에서 고아들에게 젖을 물렸다는 이야기등 인간에 대한 이야기들에 나의 마음이 꿈틀댔다.
그것에 결과적으로 내가 얻어낸 건, 인간사회에서 드러나는 대부분의 군상이 동물들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부상을 입은 종족을 위해 양 쪽날개모양으로 돌고래를 받치고 나아가는 돌고래들의 모습, 죽은 종족의 사체 옆에서 한참을 서 애도하듯 발로 남은 뼈들을 툭툭 쳐본다는 코끼리. 그러다 어떤 코끼리가 뼈조각을 들고 가면 찾아가 그 뼈를 도로 사체의 옆에 갖다둔다는 사실들.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가?에 함몰되면 인간만이 이로움을 위해 행동하는 존재로만 해석될 소지가 높다. 이제는 무엇이 우리를 생존하게 하는가?로 조금씩 우회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공감이나 자기인식에 있어 종간의 구분을 짓는 선은 여전히 온전하게 남아 있지만, 아마 처음 나왔을 때보다는 조금 모호해졌다. 언제나 이렇다. 즉 우리는 인간과 유인원, 혹은 유인원과 원숭이처럼 날카로운 경계를 상정해놓고 시작하지만, 사실 우리가 다루는 문제는 지식의 바다가 한번 씻어 내려가면 그 구조를 많이 잃어버리는 모래성과 같다. 모래성은 언덕으로 변하거나 더 평평해지기도 하며, 결국 진화론이 이끌어주는 곳으로 항상 돌아오게 된다. 완만하게 경사진 해변인 것이다. 206p
인간적인, 인간성 같은 단어에 희생이나 투혼, 동정이나 연민, 연대나 유대같은 단어를 가져와 쓰는 대상이 비단 인간만이 아님을, 고로 동물들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절대적 행위라는 걸 다시금 되내어본다.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비단 이타심뿐이겠는가. 이 시대에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주는 무게가 꽤 묵직하다.
@gimmyoung
#도서지원 #김영사 #책벗뜰 #책사애24149 #최재천 #안재하 #공감의시대 #개정판 #생물학 #진화론 #다윈주의 #적자생존 #과학서 #교양 #공감본능 #공감능력 #양산독서모임 #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