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 수 있을까
이지은 지음, 박은미 그림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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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는 온갖 나라의 말이 들려온다.’

엉덩이를 걷어채이며 부스스 일어나는 아이의 뒷편 창문으로 여러사람의 관광객이 보입니다. 아이가 사는 곳은 어디일까요?

고기잡이배 선원으로 부모의 빚을 탕감키 위해 노역을 하던 소년들은 바다 아래 거대한 그물이 엉키면 이내 바다로 내던져 졌다고 합니다. 스무 명의 소년들이 처음 배를 탔지만 다시 육지에 도착했을 때는 여덟명 밖에 남지 않았다고. 스스로 헤엄쳐 그물을 벗어난 아이들은 그렇게 생과 사를 한낱 그물로 결정해야 하는 시간들을 지나온 것이죠.

도망칠 수 밖에 없었지만, 도망이라는 것이 우리 아이들이 놀이터나 공터에서 하는 술래 잡기가 아니잖아요. 겨우 목숨을 건져 도망쳐 온 곳이 자이살메르라는 도시였지요. 길에서 우연히 만난 삼촌이라는 아저씨. 처음엔 친절하지요. 다들 그렇지요. 다들… “공짜로 널 먹이고 재워 줄 수는 없어.”라고 말하는 아저씨의 눈빛이 너무 섬뜩해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어요.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자이살메르로 여행을 갔을 때 사막에서 본 아이를 보고 이 글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신발일 수 없는 그 무엇을 신고, 찢어진 옷을 입은 아이의 목덜미… 낙타를 타고도 마음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는 저자의 말에 제 마음에서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투투둑 떨어졌습니다.

고기잡이배에서 함께 도망쳐 나온 친구 티티는 매일같이 매를 맞아가며 식당에서 일을 하는데요. 조그만 손으로 걸레를 잡고 무릎을 꿇고 앉아 바닥 걸레질을 합니다. 티티는 말합니다. 자기는 이 바닥이 더럽지 않은데 여길 오는 관광객들은 자꾸만 더러워 한다고요. 저는 이 말이 이 책을 털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표현이었어요. 더럽지 않은데 더럽게 보는 것. 우리가 제 3세계 사람들이나 이주 노동자를 대할 때의 마음들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

티티는 더이상 식당에서 매를 맞으며 살 수 없다고 다시 또 목숨을 건 도망을 칩니다. 전날 빅키를 찾아와 특이한 모양의 돌멩이를 하나 주고 갑니다. 드러낼 수는 없지만 누구나 주머니속 작은 돌멩이들을 하나씩 넣고 다니잖아요. 이 친구에게 그 돌멩이가 그저 아픈 기억이 아닌 작지만 따뜻한 그 무엇으로 주머니속에 들어가 있으면 했어요.

혹시 <모두 다 꽃이야>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부모에게서 버려졌든,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든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모두 꽃입니다. 이 문장을 쓰기가 참 힘드네요. 그림을 그린 박은미작가님은 마지막에 말씀하셨어요. ‘나는 어떤 어른이 되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고… 우린, 어떤 어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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