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언어로 지은 집 - 감정이 선명해지고 생각이 깊어지는 표현력의 세계
허서진(진아) 지음 / 그래도봄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벗뜰 독서모임 - 오열

 





#시의언어로지은집

#허서진

#그래도봄

#에세이

#책벗뜰독서모임

#도서지원





 

시가 편안하게 읽히는 사람이 있을까? 국어 교사인 저자조차도 가장 어려운 문학의 갈래가 바로 시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과의 삶 속에서 시라는 것이 비단 의미를 분석하고 추측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고도 진하게 감동과 위로와 깨달음을 주었다고 한다. 그런 저자에게 아이들의 돌멩이 같은 말들과 매 순간 눈부신 삶 속에 함께 역동하는 한 편의 시들 속에서 의미 있는 삶을 그려볼 수 있는 책이다.

 

다섯 명의 참여자와 함께 시를 이야기 하는 시간은 퍽 고상했다. 우연히 마주한 시 구절 속에서 지금 내 삶을 거울에 비춰보듯 가만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고, 무심히 쓰여진 모퉁이라는 단어 속에서 지난 삶들 속에 모퉁이와 모서리에 기대 서있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이야기 해주셨다. 시를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목차를 보니 아는 시와 시인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에 새로움을 느끼셨으며, 요즘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우연히 한 편의 시로 만나 그 생각들이 더 진하게 마음에 남았다는 말씀들을 들으며 조금은 딱딱한 삶에서 이렇게 좋은 시들을 만나는 경험을 더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준비한 질문 중 내 삶의 부사어가 있었다. 문맥상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있음으로 그 문장을 더더욱 직접적 혹은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부사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인데 알고 보면 내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들이 무엇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오랜 시간 함께 독모 책벗으로 많은 교감을 나누고 있는 나의 친구 O독서회라고 대답해 주었다. 옆에 계시던 애정하는 P님도 독서모임과 더불어 취미 생활로 하고 계신 댄스, 그리고 나와는 다른 세계 속에 사는 한 지인과의 대화가 본인의 삶에 부사어라고 말씀해 주셨다.

 

책 속 행복교과서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아이들, 행복을 교과서로 배운다는 사실이 아프면서도 또 그럴 수 밖에 없는 부분들에 고개가 끄덕여 지기도 했다. 배워야 한다는 행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중요하니까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의견을 주시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한 배움 있어야 한다 말씀해주셨다. 크게 공감했다. 비단 배움이라는 것이 거창한 것은 아닐 수 있다. 배움을 배울 수 있는 자세나 태도에 대한 생각들도 함께 해 볼 수 있어 좋았다.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매 순간 현재를 의식하는 것, 그 현재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것, 일상의 행복을 촘촘히 깨닫고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들에 마음이 푸근해졌다.

 

그간 아이들의 말 중 지금 기억에 남는 말이 있는지 궁금했다. 3학년의 딸아이, 평소 타인을 의식하는 자신에게 딸아이의 조언 인상적(논리적이고 똑부러지는 딸의 말들)이었다는 의견, 우연히 내뱉은 아이의 말 속에서 예전의 나의 부정적인 모습이 걷힌 것 같아 무척이나 고맙고 기분이 좋았다는 의견, 초보 운전에 아들의 엄마 이제 운전 잘해!” 한마디에 용기가 되었다는 의견, 두 돌이 갓 넘은 딸아이가 우왕좌왕하는 자신에게 침착해, 괜찮아읊조려주던 이야기들을 나누며 지난 모든 시간 나의 귀를 따스히 감쌌던 아이의 말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책 속 육아대화들이 다소 현실과는 멀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는 의견을 많이 주셨다. 현실육아에서는 좀처럼 힘든 대화법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저자가 특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꿈같은 대화가 아니라 작은 아이들의 말도 쉽게 흘리지 않고 꼭 붙잡아 그 말들에 다정하게 응대해 준 것은 저자 특유의 언어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언어라는 주제를 안고 두 시간동안 쉼없이 서로의 눈을 맞추었다. 막연하기도, 어렵기도 한 가 천천히 우리에게로 걸어 왔다. 마중 나가 그 시들을 반가히 맞으며 책이 주는, 또 모임이 주는 시너지를 한껏 받아들고 돌아왔다. 감사한 시간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