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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다듬기
이상교 지음, 밤코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2월
평점 :
20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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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를 펼칩니다. 평소에는 잘 들여다보지 않는 신문이지만 식재료를 다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꾸만 눈이 글자 위로 미끌어집니다. 큼지막한 사진도 한번 보고요. 깨알 같은 글씨도 따라가 읽어봅니다. 분명 대가리와 몸통을 따로 분류해야 하는데 손은 무의식중에 멸치 대가리와 몸통을 분리하지만 이내 각자의 자리가 아닌 반대쪽으로 무심히 떨어지기도 합니다. 멸치를 다듬는 부자는 지금 어떤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걸까요?
식재료를 다듬는 일을 해본 사람들은 너무나도 공감하실 것 같아요. 이게, 이게, 어찌보면 단순 노동에 지나지 않지만, 작고 많은 것들을 하나 하나 말끔하게 손질하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거든요. 끝인 줄 알았는데 한 접시가 더 들어오기도 하고, 화장실이 가고 싶은 마음도 참아야 하고, 중간 중간 스트레칭도 해줘야 하는 거거든요. 책을 보는 대상이 어린이들이라면 이런 사실들을 꼭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자가 멸치의 대가리와 몸을 잘 분리한 데에는 엄청난 사실이 들어가 있다는 말도 해주어야지요. 냄비 속 멸치를 자세히 보셨나요? 네, 바로 몸통만 보글보글 끓여집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아이들과 나눌 수 있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부자가 오랜 시간 손질한 멸치는 자신의 본분을 하기 위해 물 속에서 푹 끓여지고 아이와 아빠와 엄마가 나란히 서서 국수를 조리하는 그림을 보면서 오늘 저녁, 나도 아이와 국수요리를 한번 해봐야지! 저절로 마음이 먹어집니다. 탱글탱글 국수 면과 버릴 것 없는 구수한 육수.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나요. 작디 작은 멸치가, 은빛 비늘 반짝이며 날렵하게 바닷속을 부유하는 멋진 멸치가 우리집 식탁위에 환한 웃음꽃을 피웁니다.
작고, 흔한 존재들은 외면 받기 쉬운데요. 저는 오늘 이 그림책을 보면 그 작음으로, 그 흔함으로 나에게 주는 선한 영향력을 한번 떠올려보았습니다. 세상에 쉬운 건 없고, 당연한 것도 없잖아요. 아무리 작고 작은, 흔해빠진 존재여도 그 자리에서는 환한 햇살보다 밝게 빛나는 존재일 수 있다는 걸. 이 글을 읽는 많은 친구들도 시나브로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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