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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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하늘아래아들과함께3000- #츠지히토나리

 

818395p. #성안당 #도서지원

 

일본인 아들이 프랑스에서 성인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을 걱정하며 속빈 강정같은 싱글파파 츠지 히토나리는 친척도 형제도 없는 머나먼 파리에서 외친다. “불안해 죽겠다고!”

많은 문제가 있는(테러나 시민운동) 나라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며 아무런 관계도 없는 프랑스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그렇게 십대의 까칠한 아들과 불안한 마음을 안고 함께 생활한 기록들이다.

 

산다는 건 먹는거야라는 저자의 말처럼 아들을 위한 요리들을 하기 시작한다.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먹어야 산다며 자신을 타이른 저자는 엄마의 빈자리를 메워주려는 마음에서 시작된 요리를 통해 진한 부정을 선보인다. 온종일 주방의 불을 밝혀두고 주방 옆에 컴퓨터 놓아 작업을 하며 오래 걸리는 요리도 직접하게 되는데 그러한 노력들은 저자의 말마따나 온기가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이었다. 그런 노력들을 하나씩 이야기 해주며 그의 삶에 또 하나의 온기인 아들에 대한 부정을 이야기한다.

 

아들의 나리 열 네 살에서부터 성인이 되기 직전인 열 여덟살까지의 프랑스정착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아들의 여자친구(인터넷 상으로 만난)를 만나기위한 여정길에 먹을 도시락을 준비해주기도 하고, 프랑스말을 하고 프랑스 사람이 다 된 아들의 인생에 꼰대 아닌 친구같은 아빠가 되기위해 고군분투한다. 트위터에 좋아요가 백 개 정도 달리면 그 수만큼 자신을 칭찬할 수 있었다는 그는 아들방 이상 없음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그 이상없음은 오늘은 울지 않았다는 나에 대한 기록이라 이야기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가족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글과 매번 손수 만드는 도시락 사진으로 자신을 다독인다.

 

아무리 부모와 자식이라 해도 때로는 번역기가 필요한 그들은 이 음식과 음식을 만드는 방법들을 알려주며 서로에게 번역기 이상의 교감을 나눈다. 조율하지 않은 기타가 불협화음을 낸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조화를 위해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내리 전해지는 사랑과 걱정이 같은 부모로서 깊이 공감되었다. 사춘기 아들을 홀로 키우는 아버지의 고외와 시련과 또 작은 행복들이 크게 와닿았다.

 

코로나가 닥치고 일상이 마비되면서 칩거하게 된 그들. 칩거생활 동안 아들과 함께 점심을 같이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5주간 함께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그 음식들을 함께 먹으며 나누는 대화들을 보노라니 음식이 주는 온정과 관계안에 녹아든 함께 하는 요리시간이 얼마나 따스하게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어렴풋 그려졌다.

저자는 책을 읽는 아빠들에게 꼭 주방을 여행해 보라말한다. 엄마이지만 요리를 잘 하지 않는 나에게, 밥 차리고 치우는 일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나에게, 그런 나에게도 가족의 맛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 생겼다. 아직은 아이가 어리지만 지금부터라도 매주 한끼의 음식을 같이 만들어보기로 했다. 재료를 사서 다듬어 조리하는 모든 과정을 함께 하기로 한다. 그 시간들이 쌓이면 언제고 아이와 나의 관계 안에 음식과 요리가 사이의 폭을 넓혀주는 매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저자 츠지히토나리는 오래전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소설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작가였다. 이번 에세이 협찬의뢰를 받았을 때 무척이나 기뻤다. 그의 소설이 아닌 에세이를, 그것도 십대의 아들과 함께한 기록들이라니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을까 기대가 되었다. 십대들의 이야기가 늘 목이 마른 내가 애정하는 작가의 양육기로 읽혀지는 재미와 감동이 컸다. 싱글파파로서 가졌던 그 무게를 벗어버리고 마로니에 나무 밑에서 그저 조용히, 날마다 아이를 기다렸던 그 마음들을 영원히 간직하길 바란다. 또 그런 아빠를 늘 기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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